주말부부를 포기해야만 했던 부부의 사연
드디어 내일까지만 나오면 된다.
내년부터는 최대 1년간의 휴직생활 개막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다.
이 이상, 주말부부인 상황을 유지할 자신도, 명분도, 미련도 없다.
주말부부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주말에도 종종 근무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싫었다.
그래서 쿨하게 휴직신청서를 날렸다.
설마 내가 난임인 줄은 몰랐다.
먼저 결혼하고, 아이까지 둘을 낳은 동기 한 명은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임신, 그거 콘돔(피임기구) 안 하면 생기는 거 아니야?"
말로 들었을 땐 그러려니 했는데, 실제는 어려웠다.
우리 부부가 그랬다.
외조모는 다산이고, 친정 엄마도 내 동생까지 낳았는데
뭔가 여러모로 면목이 없는 느낌이 든다.
피임을 하지 않고 2세 생산에 몰입하기로 결심한 이후
남편과 만나는 주간에 열심히 노력했다.
정기적으로 다니던 산부인과에 가서도 예상 가임기, 배란일까지 물어가며
어떻게든 날짜를 맞추려고 시도해봤다.
한데, 잘 안 되더라.
몇 달 정도 시행착오를 거쳐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 나는
곧장 집 주변에 있는, 보건복지부 지정 난임전문병원으로 향했다.
지금 근무지는 너무나 외진 곳이고, 병원이 오지게도 부족한 오지라서
병원조차 집 근처로 가야만 했다.
검사 결과, 나팔관은 뚫려있지만 난소 나이가 많다고 했다.
몸이 찬 것 같다는 소리는 지긋하게 들었는데
그 영향이었을까? 아이가 들어서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시술 권유까지 받았다.
나와 남편의 나이가 결코 적지 않고,
더구나 내 아기집 환경이 위태로운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안 낳는 것과 못 낳는 건 다르니까.
이왕지사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강원도에 온 뒤로 어디 아파서 병가도 써 본적 없는 내가
이 직장에서 최초로 난임휴직할 결심을 했다.
맘을 먹고 실행하는 데엔 남편의 동의도 필요했다.
몇 주에 걸쳐 상황을 설명하고 남편도 난임비뇨의학 검사를 받았다.
휴직 신청이 수리되고 나서,
몇 년에 걸친, 나의 업무를 마감하는 절차를 밟았다.
인수인계서를 쓰고 업무 내용을 설명하는 일 따위를 말이다.
마지막 날까지 늦게까지 근무하는 내 자신이 고생이 많다.
당분간 직장은 잊자.
내 몸의 휴식과 안녕, 그리고 건강한 아이를 잉태할 생각만 하자.
임신은 생각보다 어렵다. 아마 긴 숙제가 될 테지.
내일이 지나면, 회사 일은 다 잊어버릴 생각이다.
나의 직장아, 이젠 안녕! 잘 있고~ 연락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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