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것 김민기,
그는 그곳에 있었다.

그는 결국, 우리의 삶 그곳에 함께 있었다.

by 윤수현

그는 끝내 뒷모습으로, 남겨진 사람들 사이에 등을 보이고 앉아 있었다.


아듀, 나의 사랑 (학전).


'석구'

맨날 구석에만 앉아 '구석'을 뒤집은 그의 별명.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대신 구석진 작은 극장에서 그가 다시 꺼낸 '내 주변의 이야기'.

어쩌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더라도 그것 때문에 남한테 무시당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그.


(지하철 1호선)은 선녀를 싣고, 노숙자를 싣고, 양말 파는 아줌마, 김 과장 박사장을 싣고, 학생, 가출소녀, 할머니, 군인아저씨 그리고 도시의 아픈 영혼들과 택시기사와 모든 상징적 인물들을 싣고, 달리고 달려 사천이 백오십칠일에 종착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1호선)이 달리는 동안 길고 고된 공장의 불빛 속, 그는 그곳에 있었다. 판자촌 야학에도, 달동네 유아원에도 있었고, 성냥개비 같은 몸을 이끌고 의식을 잃어가던 황량한 지하 그곳에도 그는 있었다.


"몇 년만 가만히 살자, 너 죽는 꼴 보기 싫다." 엄마 말에 벼랑 끝에 선 그가 찾아 나선 낯설기만 한 곳, 최전방 연천 시골 구석에도 그는 있었다. 원인 모를 화마로 잿더미가 돼버린, 또다시 설자리를 잃고 만 그곳에 그는 또 있었다.


아이들을 유별나게 사랑한 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의 삶, 그곳에도 있었고 노동자, 서민, 농민, 도시 주변 비주류의 삶, 그곳에도 있었다. 그는 결국 우리의 삶, 모든 곳에 함께 있었다. 단지, 조금 더 좋은 세상,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곳 어디든 그곳에 있었고,

1987. 진주 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이 영롱하게 울려 퍼지던 광장, 그곳에도 그는 있었다.


2024년 3월 31일. (학전) 철거일 그날,

학전 출신 여배우가 눈물을 삼키며 넋두리처럼 말했다.

"다들 뭐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부활을 염원하고 있지 않을까요?"


...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진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

일 뿐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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