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Almaty, Kazakhstan ) 데이투어에서 한국인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여행이라는 공통분모로 금세 친구가 되었다. 그녀가 향하는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Bishkek)행 버스에 동행하며, 나는 또 다른 여정을 시작했다. 4시간을 달려 국경을 넘어 도착한 비슈케크는 한국의 80–90년대 지방 도시를 떠올리게 했다. 구시대 같지만 정겹고,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도 그 시절처럼 더 순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 기사와의 첫 만남은 여행의 분위기를 단숨에 따뜻하게 바꿔주었다. 그는 기아 자동차를 자랑스럽게 소개했고, 차 안 곳곳에 붙은 한국어 스티커는 그의 자부심이었다. 한국인을 태우게 된 것이 기쁜 듯, 저장해 놓은 최신 한국 팝송을 들려주며 대화를 이어갔다. 교통체증조차 잊게 만든 그의 친절 속에서 나는 키르기스 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둘째 날에는 알 아르차 국립공원(Al Archa National Park)을 찾았다. 포장되지 않은 가파른 길을 약 40분쯤 올라야 도착하는 ‘브로큰 하트(Broken Heart)’ 지점에서 우리는 숨을 고르며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때 가이드가 ‘독수리’라 이름 붙인 드론을 꺼내 공중 촬영을 시작했다. 아직 서툴렀지만, 손님을 만족시키고 싶어 하는 그의 마음은 독수리처럼 높고 자유로워 보였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 떠오른 단어는 ‘신뢰’였다.
셋째 날은 야심 찬 일정이었다. 부라나 타워(Burana Tower), 코너척 협곡(Konorchuk Canyon), 그리고 이식쿨 호수(Issyk-Kul Lake)를 하루에 모두 보는 코스. 체력과 시간 관리가 필요했지만, 세 곳은 서로 다른 매력을 품고 있었다. 코너척 계곡을 향하던 중 친구가 발목을 접질렸으나, 가이드는 1시간 가까운 길을 부축하며 동행했다. 붉은 협곡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우리는 함께 올라온 시간의 무게가 풍경만큼 장엄하게 다가옴을 느꼈다.
이식쿨 호수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어 마치 바다 같았다. 현지 젊은이들이 줄지어 다이빙을 즐기며 웃음소리를 퍼뜨리는 모습은 호수의 푸른빛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낙천적으로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서서 찍어준 기념사진은 여행 내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이 되었다.
가이드와 함께한 저녁은 편안한 친구와 밥을 나누는 듯했다. 음식을 함께 나누며 우리는 마치 그의 집에 초대받은 손님처럼 따뜻함을 느꼈다. 약국에서 산 약 덕분에 친구의 발목은 조금씩 회복되었고, 호텔에 돌아올 즈음에는 혼자 걸을 수 있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대화 속에서 가이드는 끝내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우리의 안전과 호기심을 모두 챙겼다.
넷째 날에는 비슈케크의 대표 전통시장인 오시 바자(Osh Bazar)를 찾았다. 양모, 실크, 가죽 제품이 즐비한 시장은 흥정의 재미로 가득했다. 실크로드를 지나는 옛 무역상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고, 한국인임을 알아본 상인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나서는 모습은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자연과 유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지만, 그 풍경에 의미를 불어넣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우연한 인연, 택시 기사, 두 가이드, 시장의 상인들—그들과의 짧은 만남이 여행의 감탄을 오래도록 남게 한다.
이번 여정에서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