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야 또 떠날 수 있다
낯선 도시에서
알마티에서의 5주는 내 인생의 여름 끝자락에서 받은 작은 선물이었다. 7월 23일,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다. 아들은 핵 에너지 연구를 위해 알마티에 와 있었고, 여행을 좋아하는 나를 초대해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5주의 머무름이 어느덧 끝나고, 이제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 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걱정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하루하루가 새 선물을 열어 보는 것 같았다.
함께한 날들
새롭고 낯선 도시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은 약간의 두려움과 큰 설렘을 안겨주었다.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알마티 주변의 산과 폭포, 호수, 깊은 협곡, 공원 그리고 유서 깊은 도시들을 찾아 나섰다. 주중에는 아들이 일하는 동안 슈퍼마켓이나 재래시장을 거닐며 현지의 일상을 경험했다. 카자흐스탄 전통 요리와 인근 국가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았고, 가져온 향신료로 직접 요리도 했다. 그들이 즐겨 마시는 차 가운데, 특히 아벨로피아(Ablepiha) 티는 내게 뜻밖의 행복을 주었다.
떠나보내고 새로 만나고
여행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셔 일주일간 한국에 다녀왔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 있었지만, 낯선 곳을 탐험하며 얻은 새로운 깨달음이 그 빈자리를 조금은 메워주었다. 우연히 만난 한국 여행자를 따라 키르기스스탄에도 다녀왔다. 여태까지 수많은 인연을 만나고 또 떠나보내며, 인생은 결국 만남과 이별의 연속임을 새삼 깨달았다. 삶의 끝은 덧없지만 길고 짧은 인연의 실타래를 엮어가는 과정 속에서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작은 탐험, 큰 쉼
빈자리와 시간을 채우기 위해 나는 매일 밖으로 나갔다. 때로는 걸어서, 때로는 버스를 타고 하루하루를 작은 모험으로 채웠다. 하루 2만 보가 넘는 발걸음 끝에 찾아간 아라산(Arasan) 대중목욕탕은 피로를 씻는 쉼터이었다. 핀란드식, 러시아식, 한국식 사우나와 큰 수영장이 있었고, 자작나무와 참나무 잎으로 받는 바디 마사지는 세상 근심을 날려 보냈다.
돌아가야 또 떠날 수 있다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벌써 한 달이 넘게 흘렀고, 꿈같은 여정이 끝나가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듯, 여행도 끝내야 한다. 떠나야 비로소 여행이 되니까!
돌아가야 또 떠날 수 있다. 일상이 있어야 그로부터 벗어나는 여행이 더욱 값지다. 나는 다시 몇 달 뒤의 여행을 꿈꾼다. 무엇보다 이 특별한 시간을 가능하게 해 준 남편과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하다.
케인디(Kaindy Lake)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