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by 쌀미
하인리히 법칙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것.


1건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29건의 경미한 사고와

300건의 아차사고가 존재한다는

통계적 법칙이다.


하인리히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 법칙을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고를 분석했을까.


자고로

맛집도 명인의 이름이 들어가면

신뢰가 달라지듯,


이 법칙 역시

가볍게 넘길 이야기는 아니다.


시그널.


모든 현상에는

크고 작은 신호가 있다.


건강하던 사람이

이유 없이 피곤하고

살이 빠지고

무기력함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

몸의 신호를 확인해야 한다.


나는 갑상선 결절을 발견했고

수술 이후 건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꿀 떨어지던 연인사이에서도

신호는 있다.


연락의 온도가 달라지고

말의 뉘앙스가 달라지고

싸움이 잦아진다면


관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별을 선택했고

그 시간을 지나며

조금 더 단단해졌다.


익숙한 출퇴근길에서도

신호는 나타난다.


급정거가 잦아지고

경적을 듣는 일이 늘어나고

라이트빵을 맞는 일이 생긴다면


운전 실력보다 먼저

나의 상태를 돌아봐야 한다.


건방을 떨던 나는

교통사고를 겪었고

그 이후로 나는

모범 안전운전자로 다시 태어났다.


조직도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사소한 업무 갈등으로 시작된다.


말 한마디가 쌓이고

감정이 쌓이고

오해가 쌓인다.


그 신호를

제때 풀어내지 못하면


갈등은 점점 커지고

관계는 비틀어지고

결국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로 번진다.


우리는 종종

그 신호들을 알고도

그냥 지나친다.


괜찮겠지,

별일 아니겠지,

이 정도는 다들 겪는 거니까.


하지만

모든 큰 사건과 사고에는

이미 여러 번의 전조가 있었다.


시그널은

늘 먼저 온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

그리고 그때 멈추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예방일지도 모른다.


대전 화재 참사 희생자분들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