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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일보 Jan 09. 2022

무녕왕? 무령왕?

[바른말 광] 902. 무녕왕? 무령왕?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상상의 동물 진묘수 석수.


‘월광태자는 태생부터 비운에 쌓여 있던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 이뇌왕은 백제 무녕왕의 침공이 거세지자 신라와의 동맹을 모색한다.’

어느 신문에서 본 문장인데, ‘쌓여 있던’은 ‘싸여 있던’이 옳다. 무녕왕도 무령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한데, 한자로 보자면 ‘무녕왕(武寧王)’이 맞는데 왜 ‘무령왕’으로 적느냐는 의문이 많았던 모양이다. 아래는 국립국어원이 누리집 ‘온라인가나다’에 올린 답변.

‘안녕하십니까? 질의하신 ‘무녕왕/무령왕’은 ‘무령왕(武寧王)’이 바른 표기입니다. 또한 문의하신 바와 관련하여 사전에 제시되어 있는 표제어들을 살펴보았으나, 별도의 규칙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표준어 규정 제2장 제4절 제17항’에서는, 발음이 비슷한 형태 여럿이 아무런 의미 차이가 없이 함께 쓰일 때에는, 그 중 널리 쓰이는 한 가지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정에 따라 ‘무령왕’을 표준어로 삼은 것으로 판단됩니다.’(2016. 2. 1.)

국립국어원은 2011년 8월 17일에도 표준어 규정 제17항을 들어 비슷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저런 답변은 별로 영양가가 없다. 오히려 한글맞춤법 제52항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가 궁금증을 푸는 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즉, ‘승낙(承諾)’은 본음으로 나지만 ‘수락(受諾), 쾌락(快諾), 허락(許諾)’은 속음으로 나는 식이다.

본음 만난(萬難)에 속음 곤란(困難) 논란(論難), 본음 안녕(安寧)에 속음 의령(宜寧) 회령(會寧), 본음 분노(忿怒)에 속음 대로(大怒) 희로애락(喜怒哀樂), 본음 토론(討論)에 속음 의논(議論), 본음 오륙십(五六十)에 속음 오뉴월 유월(六月)이 모두 그런 예다.

속음은 세속에서 한자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일부 단어에서 굳어져 쓰이는 음, 즉 익은소리(습관음)인데 이러한 소리는 현실적으로 널리 쓰이는 경우에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이런 사례는 사실 일정한 법칙이 없어 사례를 일일이 외워야 한다.(다행히 우리는 속음을 일상에서 쓰고들 있으므로 크게 헷갈리지는 않는 것이다.) 다만 고유명사, 특히 한자 ‘녕(寧)’에는 일정한 정도로 법칙성이 보여 흥미롭다. 아래를 보자.

‘창녕(昌寧) 강녕전(康寧殿) 김녕굴(金寧窟)/의령(宜寧) 보령(保寧) 재령(載寧) 회령(會寧).’

이걸 가만히 보자면, 앞 음절에 받침이 있을 땐 본음 ‘녕’으로 나고, 받침이 없으면 속음 ‘령’으로 난다는 걸 알 수 있다. ‘무령왕’도 같은 맥락이고, 조선 태종의 세 아들 ‘양녕대군(讓寧大君) 충녕대군(忠寧大君)/효령대군(孝寧大君)’도 역시 이런 법칙 속에 있다. 다만, 이게 절대적이지는 않으니 참고만 하실 것.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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