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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일보 Jan 23. 2022

부산 정착 피란민 40명 육성으로 한국전쟁 퍼즐 맞췄다

‘피란, 그때 그 사람들’ 발간

1951년 초 부산 용두산 서편 피란민촌의 전경. 양동이를 인 아낙네 등 주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최근 발간한 〈피란, 그때 그 사람들〉은 한국전쟁 피란민의 삶에 대한 530쪽의 구술채록집이다. 이미 부산발전연구원이 ‘부산학연구총서’로 각각 출간한 〈6·25 피란생활사-피란민의 삶과 기억〉(2016)이 9명, 〈6·25 피란민의 자전기록-부산의 기억과 삶〉(2017)이 2명의 생애를 채록한 것에 견줄 때 이번 자료집은 40명의 증언을 담았다.


총 용역비가 총 1억 5000만 원으로 상당하다. 이번 자료집은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부산시가 추진한 ‘피란수도 부산 구술채록 및 구술사 자료집 발간 연구 용역’의 최종 결과물이다. 용역은 부경대 구술채록사업단(총 12명, 연구책임자 채영희 교수)이 맡아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진행했다. 중간에 두 차례 시민강연회도 열었다.


부산시 구술 채록 용역 결과물

정착 과정·피란수도 기억 회고

안중근 의사 후손 증언도 포함


작은 사진은 피란민의 삶을 담은 구술채록집인 <피란, 그때 그 사람들> 표지. 부산시 제공


사업단은 20개월간 피란수도 부산을 체험한 구술자 62명을 직접 만나 증언을 수집했으며, 이 중 40명의 증언을 이번 자료집에 실었다.


1부에는 함경도(17명) 평안도(3명) 황해도(4명) 출신 피란민 24명의 피란 경험과 부산 정착 과정에 대한 구술, 2부에는 부산(5명) 서울(1명) 경상도(7명) 등 13명의 피란수도 부산에 대한 증언, 3부에는 중국에서 귀국한 독립운동가 가족 2명과 일본 귀환동포 1명의 부산 정착 과정에 대한 기억이 담겼다. 안중근 의사의 여동생인 안성녀(1954년 작고) 여사의 손자 2명(권혁우 권혜영)에 대한 구술 채록이 3부에 실려 있다.


구술 채록 과정은 힘들었다고 한다. 구술 작업 중 돌아가신 분도 있었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원하지 않은 분도 있었으며 가족들의 만류로 기록하지 못한 분도 있었다는 거다. ‘모종의 장벽’으로 인해 기록을 남기는 것을 꺼리는 얘기들까지 채록됐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40명의 ‘전쟁 경험과 월남 정착기’는 고생해서 남한 사회에 뿌리내렸다는 다소 고정된 타입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구술단은 “이번 구술작업을 통해 한 시대의 대서사가 마치 거대한 퍼즐 맞추기처럼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았다”고 자평했다.


구술단은 과제도 제시했다. 첫째 구술기록관리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거다. 아무렇게나 채록하는 것이 아니라 표준 양식이 필요하고, 나아가 수집 채록만 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화해서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다. 구술단은 이번 작업과 관련한 시범 홈페이지(https://pinochae.wixsite.com/busanlarchiveum)를 만들었다. 둘째 채록 과정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쟁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데 공동체의 통한을 위로하고 승화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거다.


한편, 〈피란, 그때 그 사람들〉은 부산 시내 도서관 등에 배부될 예정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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