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언박싱] 4. 온더무브 '전차카페'
예비사회적 기업 (주)온더무브는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서 '전차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전차카페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문화공간을 통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근현대 문화사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이곳은 근대문화유산인 전차를 이용한 문화를 담은 카페로 장소의 역사적 의미도 카페 곳곳에 스며있다. 과거 전차의 종점역으로 쓰였던 구덕운동장역에 있으며 잊혀져 가는 우리의 근현대 문화유산인 전차를 재조명시키고자 탄생했다.
온더무브 김현석 대표는 처음부터 카페를 운영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2017년 디자인 사업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알아보던 중 오래된 건물을 발견하고 지금의 자리를 매입하게 됐다. 3층짜리 건물에 1~2층에 임대를 주려고 하니, 공간이 좁고 깊어 그리 좋은 구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근처에 공원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접했고 유동인구가 많아질테니 카페를 직접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지금의 전차카페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차를 알리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
전차카페 앞에는 과거 종점역을 기념하는 전차 모양의 버스 정류장이 있다. 근현대 문화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이 버스 정류장 때문이다. 카페를 준비하면서 이곳저곳 다른 곳들을 둘러보니 고유한 특색을 살린 카페가 많았다. 김 대표는 과거 전차의 종점이라는 장소의 특색을 적극 이용해 콘셉트를 잡기로 했다. 카페가 위치한 주변에 대한 자료조사를 하면서 김 대표는 카페라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전차를 알리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었다.
외관은 카페앞 전차형 버스 승강장과 어우러져 전차카페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켜 주도록 만들어졌다. 매장 안에 있는 전차에 대한 정보와 향수는 그 시절을 느끼고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꾸며졌다. 1층은 전차라는 시대적 이미지와 연결되는 빈티지한 느낌을 가져가기 위해 폐교 원목과 소품들을 활용해 편안한 공간으로 구성했고, 2층은 벽면에 전차역 디오라마를 구성하여 역별로 현존했던 건물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디자인했다. 김 대표는 카페뿐만 아니라, 제품디자인과 설계도 함께 하고 있다. 3층은 디자인 작업실로 현재 사용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전차에 대한 향수로 그 시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카페 내부 바닥은 초등학교 옛날 마루 느낌을 내기 위해 애를 썼다. 동네 어르신들이 카페를 찾으면, 예전 학교 다니던 시절의 느낌이 많이 난다고 피드백을 주시기도 한단다.
전차카페의 로고타입은 전차라는 글자에 잔의 이미지를 투영시켜 고객에게 언제나 정직하고 건강한 음료를 제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심볼타입은 한자 차(茶)에 전차의 이미지를 투영시켜 초심의 마음으로 고객에게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것을 의미한다.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
김 대표는 2018년 초 사회적기업 창업가를 뽑는다는 공모를 접하고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전차를 지켜나가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하고자 하는 일과 부합되지 않을까 해서 알아보게 됐고, 2019년 예비사회적 기업에 선정됐다.
사회적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한다.
전차카페는 취약계층을 우선으로 인력을 채용한다. 부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의 역량강화를 통해 사회활동도 지원한다. 실무적인 교육을 받고 추후에 취업, 창업,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문화적인 부분에서 소외됨을 줄이고 이 시간을 통해 지역 주민들은 서로 소통하고,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전차케이크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디저트 상품이다. 제품디자인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한 김 대표는 디저트 분야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오랜 고민은 3D 프린터와 식용 실리콘 몰드를 활용한 디저트로 탄생했다. 부산, 서울, 유럽 전차의 특징을 3D로 모델링해 자체보유한 3D 프린트로 출력한 뒤 식용 실리콘을 사용해 몰드를 제작했다.
경북 영덕에서 부모님이 직접 키우신 생강으로 만든 생강청은 특별히 애정이 가는 메뉴다. 생강을 한 달 동안 숙성시키면 생강 특유의 쎄한 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난다. 특히 추운 겨울철이 되면 판매도 많아지고, 한 번 마신 손님들은 꾸준히 찾으시고 인기 메뉴란다. 생강청에 들어가는 꿀도 부모님이 직접 양봉하신 것을 사용한다. 이 정도 정성이면 몸이 저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김 대표는 "이 곳을 찾으시는 분들이 배부르게 갔으면 좋겠고, 좋은 것을 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재료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지만, 이왕이면 좋은 것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직접 디자인한 디저트로 사람들이 전차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일은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앞으로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지켜나가고자 하는 마인드로 일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그래픽=장은미 부산닷컴 기자 mimi@busan.com
사진=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naver.com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