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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을 받았습니다

꿈에 나타난 그림자

by 후추

오늘, 우리 부부는 제주시가족센터에서 운영하는 무료 상담 프로그램의 7번째 상담을 받았습니다. 매주 1회씩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서로와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가족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3회가 남아있지만, 지금까지의 시간만으로도 정말 소중하고 의미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최근 몇 개월간 제 마음속에 깊이 새겨진 두 개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각의 꿈은 마치 내면의 은밀한 목소리처럼 제 내면세계를 들려주었습니다.


dream_L_th.jpg Pablo Picasso, 꿈 Le Rêve

첫 번째 꿈은 '항해사'의 이야기였습니다. 항해사는 요트를 타고 오래도록 거친 바다를 항해했습니다. 때때로 배는 폭풍우를 만났고, 일렁이는 검은 바닷속으로 침몰할 뻔한 위기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제주항에 귀항했습니다. 항구 앞에서는 그의 귀환을 환영하는 현수막과 풍성한 음식, 그리고 축하행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축하행사 후, 오랜만에 돌아가는 집 주변 환경은 놀랍도록 변화해 있었습니다. 항해사가 살던 마을 '도련(道連)'의 이름처럼, 주변에는 사방팔방으로 연결된 길과 신작로가 생겼습니다. 숲은 개간되었고, 제주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그의 집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시작과 도전을 꿈꾸는 항해사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두 번째 꿈은 '흙수저 청년'의 이야기였습니다. 자유의지를 잃고 고용주를 위해 일해야 했던 청년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배달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관덕정 앞 도로에서 길고양이가 차도로 뛰어들자, 청년은 고양이의 안전을 걱정하며 잠시 뜀박질을 멈추고 지켜보았습니다. 고양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후 다시 달리기 시작했지만, 곧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 청년은 누군가의 피고용자가 아닌 사장으로 변모했습니다. 제주 향토음식을 파는 식당의 주인이 된 그는, 과거의 눈물과 고난의 기억이 서린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로 따뜻한 육개장을 만들었습니다. 식당의 손님들은 든든하게 뚝배기 한 그릇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이 꿈들을 나누며 그 속에 숨겨진 상징과 메타포를 함께 탐색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며 겪은 개인적 경험들이 무의식 속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첫 번째 꿈은 오디세우스의 여정처럼 도전과 성취, 그리고 끊임없는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낯선 세상에 복속된(subjective) 주체(subject)가 적응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꿈은 자신이 가진 약점과 핸디캡, 한계를 뛰어넘는 청년의 서사와 따뜻함을 담고 있었습니다. 제주의 자연을 담은 반려동물 용품으로 세상에 작은 기쁨을 나누고 싶은 바람이 꿈에 투영된 것만 같았습니다. 소박한 육개장 한 그릇, 오래도록 끓인 육수에 돼지고기를 잘게 찢고 고사리를 다듬어 만든 육개장에 담긴 진심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 꿈들은 제 내면의 깊은 바람이 메시지로 변환되는 것 같았습니다. 무의식이 의식에게 건네는 은밀한 대화 속에서, 저는 제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제 자신을 잃지 않고, 확장된 주체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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