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합니다, 사람, 껴안기
말하는 침팬지 워쇼(1966~2007)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원래 그녀는 미 공군의 우주 프로젝트에 투입될 침팬지였는데, 로저 파우츠 박사를 만나면서 수어(手語)를 배우게 됩니다. ‘침팬지’가 콩고 방언으로 ‘가짜 인간’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인간’이란 무엇인지 묻게 되더군요.
어느 날, 워쇼가 임신한 여성을 만났다고 해요. 워쇼는 임신한 연구원의 배를 만지며 ‘아기’라는 수화를 했대요. 하지만 얼마 후, 안타깝게도 연구원은 아기를 유산하게 됐고, 이 사실을 워쇼에게 전했다고 해요. 연구원이 ‘내 아기가 죽었다’라고 수화로 말하자, 워쇼는 ‘눈물’이라고 대답하며 연구원의 뺨을 어루만졌다고 해요. 그날 오후, 워쇼는 일을 마치고 떠나는 연구원을 막아서고 ‘부탁합니다, 사람, 껴안기’라고 말했다죠. 워쇼도 유산을 겪었기 때문에 더욱 측은한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워쇼가 보여준 공감 능력과 연민의 표현이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워쇼의 이야기를 들은 후, 성 프란치스코가 떠올랐습니다. 새들과 물고기들도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모여들었다고 하죠. 평소 프란치스코는 동물을 형제로 여기며 동등한 피조물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요. 프란치스코가 가축과 사람을 공격한 늑대를 타일러 마을에 더는 해를 끼치지 않게 했다는 일화는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를 기념하는 성당에서 늑대의 뼈가 발견되었다는 건 전설에 불과할까요.
이따금씩 동물을 관찰할 때에 들었던 경이로운 감정이 잘못된 건 아니었나 봐요. 제겐 우리 모두가 하등 다를 것 없는 영혼을 가진 동일한 생명체라는 확신을 점점 강하게 갖게 되는 이야기였어요. 한편, 인류가 자랑스레 여기는 기술 문명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처럼 막돼먹은 세상에 대해 뭐라 변명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