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잔치

by Sun Lee

지금까지 저는 오늘날 우리나라 현실과 국제 정세가 마치 동물의 세계와 같다고 말씀드려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가운데서도, 동물적 본능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 집단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요즘 세상은 이른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문제로 시끌벅적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이 사건을 지켜보며, 이 사건에 깊이 연루된 일부 검사 집단이야말로 전형적인 동물의 본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내막을 우리가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만 살펴보더라도, 왜 제가 이들을 “동물 집단”에 비유하는지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대장동 개발 사건의 시작은 2008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업을 처음 추진했던 이 모 씨 일당은 당시 이명박 정권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LH의 공영 개발 계획을 포기시키고 사업을 민간 개발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후 이 씨 일당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부정 대출을 받아 대장동 토지를 매입하며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문제가 형사 사건으로 번졌고, 이 씨 측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법조 브로커 김 모 씨에게 사건 해결을 의뢰합니다.


상식적으로 보자면, 이 부정 대출 사건이 초기에 제대로 수사되고 엄정하게 처벌되었다면,
이 씨 일당은 그 시점에서 이미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형사 처벌을 받은 핵심 인물은 거의 없었고,
사업을 주도하던 초기의 이 씨는 전면에서 사라졌으며,
대장동 개발은 마치 무주공산처럼 비워진 상태에서
법조 브로커와 그 주변 세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해 사업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 후 여러 과정을 거쳐, 2015년 성남시가 민관 공동 개발 사업으로 전환하여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법조 브로커 출신 김 모 씨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됩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탐욕적인 “동물들의 잔치”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화천대유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김 모 씨를 회장으로 앉히며,
특검 출신 변호사, 수원지검장 출신, 검찰 총장 출신 등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전직 고위 검사 출신들이 경영과 자문 라인 전면에 배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가만히 구조를 들여다보면,
처음에 사업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어느새 뒷선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에 법조 브로커와 검사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는 우연이라 보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검사들의 잘못된 초기 수사로 인해 생긴 무주공산 위에, 검사 출신들이 둘러앉아 돈잔치를 벌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오르면서 이들은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챙겼습니다.

서민들이 대출 때문에 무너지고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할 때 그들은 고급빌딩에서 뱃속을 채우는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언론의 표현대로라면, 이 사건은 특정 소수에게는 “인생 역전의 잔칫상”이었을지 모르지만,
서민들에게는 좌절과 불신을 키운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한편, 부산저축은행 부정 대출 사건의 당시 담당 검사가 훗날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그때 수사가 제대로 진행돼 관련 비리를 철저히 차단했더라면,
대장동 사업은 애초에 출발선에서 막혔을 것이고,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고통받은 수만 명의 피해 규모 역시 줄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런데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이후 대장동 의혹이 대선 국면에서 터져 나오자,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보다 정적을 공격하는 도구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수백 차례에 달하는 압수수색,

녹취록 조작을 통한 무고한 정적을 죽이려는 정치적 목적이 깔린 수사 프레임…

재판 조작을 위해 관련 인물들에 대한 과도한 압박과 회유 의혹,

역대 공영 개발 사업 중 최고의 수익을 올린 성공적인 사업을 억지 논리를 만들어 배임으로 몰아 죄를 뒤집어 씌우는 행위,
그 와중에, 정작 막후에서 사업을 도왔던 소위 50억 클럽에 대해서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국민의 눈에 선명하게 비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저는 이 사안을 단순한 개발 비리 사건이 아니라
동물들의 잔치에 서민을 먹이로 삼은 사건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오늘날 “항소 포기”라는 이해하기 힘든 결론까지 흘러왔습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초기 수사와 구조 설계에 깊이 관여했던 검사들
자신들에게 돌아올 화살을 피하려는 몸짓처럼 보입니다.


무수한 서민의 눈물과 피로 채워진 사건 위에서
배를 불리고 잔치를 벌이던 이들이,
이제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어설픈 꼼수를 쓰다가
되레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낸 셈입니다.


서민의 고통을 발판 삼아 이권을 챙기고,
힘없는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존재를
우리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법의 수호자’가 아니라,
무너진 법 위에서 사냥감을 노리는 하이에나 무리와 다를 바 없다.


이 글의 목적은 특정 세력을 무작정 공격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책임져야 할 자들이 마땅한 책임을 지며, 다시는 이런 방식의 탐욕스러운 동물들의 잔치가 벌어지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이 정부와 사법당국에 간절히 호소합니다.

“일부 검사들의 동물적 탐욕과 왜곡된 권력 행사를 철저히 밝혀,
우리 사회를 다시 인간의 세상으로 세워 주십시오.”

동물들의 잔치가 더 이상 없는 진정한 인간의 세상으로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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