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블루의 맑은 바다, 물이 넘실대며 사람도, 자연환경도 오염이 되지 않은 원시의 상태 그대로, 태초의 모습을 유지 하고 있는 나라, 남태평양의 한 가운데 점처럼 찍혀 있는 나라, 330개 섬으로 구성되어 있는 피지는 지구상에서 태양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나라이기도 하다, 피지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허니문 여행지로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헐리우드의 많은 톱스타들이 별장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피지는 같은 남태평앙에 있는 호주나 뉴질랜드의 국민들도 많이 찾아오는 휴양지이고, 한 번 쯤은 꼭 와 보고 싶은 나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 곳인데 이런 피지를 우리 부부는 70이 넘은 나이에 떠밀리다시피 찾아와서 3년 여를 지내게 되었다.
우리가 피지에 오게 된 것은 여행이 목적이 아니었다. 사업상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게 된 것인데, 오래 머물게 되면서, 우리 부부는 노후에 특별 보너스를 받게 된 것 같이, 이 곳에서의 생활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사계절이 있어서, 절기가 변할 때 마다 계절에 맞춰서 준비 할 것들이 많아, 기본적으로 바쁜 삶을 살아야 한다. 또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정신없이 지내야 되지만, 이 곳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다. 건기와 우기 두 계절이 있기는 하나, 기온 차이가 크지 않고, 제일 추울 때가 섭씨 20도 안팎이고 일 년 내내 섭씨 30도에서 40도 이내 이어서, 겨울에도 난방비를 걱정 할 필요가 없고, 의복도 계절 에 맞춰 갈아 입을 필요가 없으니, 의식주 문제 중 의와 주를 위한 지출이 아주 적다. 식생활도, 일 년 내내 각종 과일이 있어 먹거리가 풍족한데, 특이한 것은 빵나무(Bread Tree)가 있어서 그 열매를 따서 밥 대신 바로 먹을 수 있으며, 섬나라여서 수산자원도 풍부하다.
이런 환경이어서 인심이 각박하지 않은 것은 좋은데 자연히 게으른 생활 을 하게 되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영국이 피지의 자연조건이 사탕수수 생산에 적합한 것을 보고 재배를 시작했으나 주민들이 게을러서 일을 하지 않아 노동력이 부족하여, 인도인들을 대규모로 이주 시켜 생산 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함으로써, 피지의 인구 분포가 본토인 60%, 인도인이 40%로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표면적으로는 큰 충돌이 없이 지내고 있지만 두 인종 간에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내재되어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후추과 식물인 앙고라의 뿌리를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마시는 카바(Cava) 라는 음료를 남녀노소, 빈부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데, 카바는 음료를 넘어서 이 나라의 국가나 개인의 모든 행사에 이것을 마시는 것이 필수적인 의식으로 행해지고 있다. 카바는 이렇게 피지를 상징하는 것이 되어, 집안에 대소사가 있어 방문할 때 반드시 선물로 가지고 가야 되는 품목이 되어 있다. 예전에 피지인들이 식인종이었던 시절이 한 때 있었는데 한 부족이 다른 부족과 맞닥뜨리게 될 경우에 서로 이 카바를 마시는 의식을 통해서 친구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요즘도 처음 맞나는 사람끼리 이 카바를 마심으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피지에서 사업을 하려면 이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 반드시 마셔야만 한다. 그래서 나도 현지인의 마을을 방문할 때나 현지의 각종 행사 때 수도 없이 마시곤 하였다. 이 음료의 맛은 씁쓰름하고, 마시고 나면 혀가 마비되는 현상이 생기는 데, 현지인들은 이 마비 현상을 즐기기 위하여 이 음료를 마시는 것 같다.
이 음료는 무조건 아무렇게 마셔서는 안되고 ‘타노아’라는 목기로 만든 용기에 가루를 타서 코코넛 껍질로 만든 ‘빌로’라는 그릇으로 마셔야 하며, 마시기 전후로 박수를 치며, ’불라(Bula)! 라고 외쳐야 된다. 불라는 사람들을 만날 때 인사하는 말로서 남녀노소 누구에나 통하는데 피지에서 사노라면 하루 종일 이 말을 듣게 된다.
이렇듯 피지에는 우리가 이해하기가 어려운 풍습들이 있는데, 이러한 풍습들이 이 곳 사람들을 여유롭게 만들어 주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 된다.
이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여유로운 국민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알려주는 있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이니마라라마(Bainimarama) 현 국무총리가 현역 해군 준장이었던 2006년에 당시 집권자들에게 12월 1일에 쿠테타를 일으키겠다고 통보를 해놓고, 그 날이 아닌 12월 5일에 거사를 했는데, 사전에 통보한 12월 1일에 군인과 경찰 간에 럭비 게임이 있어서 바이니마라마나 장군과 참모들은 그 시간에 수쿠바 럭비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느라고 거사를 연기했다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한다.
이 나라에서 럭비의 열기는 광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단하다, 그렇기에 적은 섬나라가 올림픽에서 7인 럭비 경기의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럭비 게임이 중요하다고 해도 국가의 운명과 관계자들의 생명이 걸려있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경기 관람을 즐겼다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의 심성을 잘 말해주는 사건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이나라 사람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여유러움 속에 살아 가고 있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하다,
이곳 사람들은 생존과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은행에 예금을 하지 않고 수중에 돈이 있으면 즉시 다 써 버린다. 이 곳에서는 임금을 매주 지급해 주고 있다.
처음에는 이곳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돌아서면 바로 내일을 걱정하며 각박하고, 숨가쁜 환경 속에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더 애처럽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 부부도 이 곳 사람들과 사귀며, 여유롭게 느릿느릿 삶을 살아가는 것을 배우며 지나게 되었다.
언어 소통 문제로 아내가 시장을 가게 되거나 특별히 외출 할 일이 있으면 내가 수행원 겸 통역으로 동행을 해야 했으니, 자연스레 거의 24시간을 같이 붙어 살게 되었다. 행운이었다. 사업을 하느라고 평생을 밖으로만 돌면서 살아온 나를 측은하게 여기신 하나님께서 특별히 배려하여 강제적으로 이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며 감사를 드리면서 우리 부부는 이 귀한 기회를 잘 활용하면서, 이곳 사람들처럼 여유를 부리며 살아가기로 작정을 하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리했던 신앙생활에 더 열심을 내면서,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여곡절이 유난히 심한 삶을 살아 온 것도 나의 뜻대로 살아 온 것이 아니고 창조주의 설계에 의해서 살아져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피지 사람들이 성경에 있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 는 말씀을 충실하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 같은 모습을 통해서도, 우리 부부가 그동안 어리석게 살아온 것에 대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다. 이렇게 하다보니 우리 부부의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평안함과 기쁨이 커지면서, 우리가 지상 낙원 같은 피지에 떠밀리다 싶이 오게 되어, 마음의 낙원도 만나게 된 것에 대해 감격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남은 삶은 지금 누리고 있는 마음의 낙원 가운데에서 살아 갈 것을 다짐하며, 귀국하였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한국 생활의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피지와는 전혀 다르게, 모든 일이 세계 최고의 IT 선진국답게 전광석화처럼 처리되는 것을 겪으면서 우리가 마치 우주선을 타고 외계에 다녀온 듯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우리가 귀국한 것을 친지들에게만 알리고, 열흘의 격리 기간 동안 꼼짝않고 집에만 머물고 있었는데, 격리 기간이 만료 되자, 관련이 있는 정부 기관들이 문자 메시지로 각종 정보를 알려 주기 시작했다. 내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필요한 정보를 확인 하려 해도, 피지 특유의 느려터짐과 게으름 때문에 때로는 한 달 넘어서야 필요한 정보를 얻게되고, 따라서 일 처리도 늦어지는 것과 비교 하였을 때 한국은 또 다른 의미의 천국임이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연환경이 피지만큼 아름답지 못해서 일까,, 아니면 피지 사람들처럼 여유롭지 못하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모습 때문일까, 지상낙원이라는 느낌을 갖기는 어려웠다.
지금 우리 부부는 우리에게 찾아온 노년의 삶을 피지 사람 들에게서 배운 여유로움을 갖고, 그 곳에서 찾은 마음의 낙원 가운데서 계속해 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