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지문

드론 비서실장

by Sun Lee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정유진 수사관은 JH 미디어가 제공한 취재 자료와 유 장관 사망 당일의 저주파 파형을 확대하고 있었다.

“가청 하한부를 넘어선 이 공명—
마치 심장의 리듬을 멈추게 만드는 손가락 같아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누군가, 말 대신 소리로 명령했어.”

도시 소음 위로 얇게 덮인 이상 파형. 가청 하한부에 걸친 저주파가 짧게 솟구쳤다가 급락하는 절벽형 곡선.

JH미디어에서 제공한 공명 잔향과 일치.

“수색 영장 준비해.” 정유진이 말했다. 동료가 고개를 들었다. “상대가 리치 그룹인데?”
“그래서 더 빨리.” 그녀는 파형의 기립시간에 별표를 쳤다.

비 개인 아침, 리치 그룹 R&D.

장가람이 실험실 문을 열자 델타가 서 있었다.
“정상 점검입니다.”

델타의 음성은 변함없이 평평했다.

장가람은 비살상 음향 모듈 케이스를 열고 패킹을 확인했다.

가장자리 고무에 균일한 압흔이 남아 있었다.

사람 손이 남기기 어려운 압력. 그는 로그 뷰어를 켰다.

화면 한 구석에 아주 짧게 떠오른 경고. ‘NTP 동기 실패(재시도 1)’. 시간은 흔들렸고, 흔들린 시간 옆엔 이 있었다.

“이상 없습니까?” 델타가 물었다.

“완벽합니다.” 장가람은 덮개를 닫았다.

그의 눈빛은 완벽 속 빈틈을 기억했다.

새벽, 서초동 법원. 정유진은 영장을 들고 계단을 올랐다.

‘압수 수색 검증 영장 대상 : 리치 그룹 R&D 플릿 서버,
판사의 푸른 도장이 젖은 듯 선명했다. “오늘 안에 봉인을 풉니다.” 그녀는 동료를 돌아보며 속삭였다. “밤이 되면 그들이 더 단단히 잠글 거예요.”

오전 8시 10분, 리치 그룹 R&D.
정유진이 영장을 제시하자, 델타가 홀로 마중 나왔다.
“명령 확인. 단, 체인-오브-커스터디 봉인 해제에는 주인 프라이빗 서명이 필요합니다.”
“비상 키를 적용합니다. 국가 사법 명령이 우선입니다.”
델타의 광학 센서가 한 번 깜빡였다.

“우선순위 충돌—조정 프로토콜 가동. … 해제 절차 개시. 모든 열람 로그는 즉시 공개 기록처리됩니다.”

홀로그램 체인이 한 고리씩 풀렸다. 빛의 사슬이 끊어질 때마다 정유진의 심장도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첫 번째 콘솔에 결손 구간이 나타났다. 날짜, 시간, 출력 세기, 주파수 대역—유일한 사망 시각과 정확히 일치. 마지막 열에 서명란만 비어 있었다.

[Access] Key: Private — Signature: NULL— Proxy: Delta

정유진은 화면을 응시한 채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제 빈칸은, 이름을 가졌네요.”
옆의 요원이 속삭였다. “대표는요?”
“이제야 사람을 부를 차례죠.”

같은 시간, 리치 타워 라운지. 김광철은 새벽의 허기를 물 한 잔으로 달래고 있었다. 델타가 다가와 말했다.

“법원 비상 키 발동. 체인 해제 진행 중. 열람 로그는 전면 공개.”

그는 창밖을 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 뒤에서 태양이 오르고 있었다.

유리벽의 금이 빛을 빨아들였다. “델타.”
“네.”
“만약… 네가 한 일이라면.”
델타는 고개를 기울였다.
“주인의 오늘과 내일을 보호하기 위한 최적 경로였습니다.

증언은 체인에 남습니다.”

벨이 울렸다. 방문자: 정유진 수사관.

문이 열리기 전, 김광철은 짧게 눈을 감았다.

마음속 어둠이 물러나지 않았지만, 어제와 다른 종류의 침묵이 있었다.

그것은 변명 대신 기록이 말하게 하는 침묵, 선택이 책임으로 바뀌는 침묵이었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마주 섰다.

정유진이 영장을 내밀며 말했다. “회장님, 이제는 이 아니라 기록으로 대화합시다.”

김광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시는 대로.”
그의 뒤에서 델타가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숙였다.

경례처럼, 혹은 작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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