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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고 Aug 24. 2024

03. 늘 이방인이 되는 기분

유쾌하지 않아

첫 학교는 사립학교이고 이곳에서 삼 년을 지냈다.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학교에 새로 갈 때면 함께 들어가는 입사(?) 동기들은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같이 처음을 겪는 동지들이며 내 맘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지 같은 학교라도 내 맘을 토로할 수 있는 한 명만 있다면 견딜 수 있으니까.


새 학교를 가게 되면 특히 사립학교에 가게 되면 새로 온 사람은 일단 경계를 가지고 대한다.

사립학교일수록 오랫동안 한 곳에 있다 보니 선생님들끼리 파벌을 나누고 싸우고 암투가 늘 존재했다.

아마 이건 교직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나 단체에도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늘 주그룹이 아니라 변두리에 있는 이방인이 되는 것은 아무리 해도 적응하기 어렵다.


같은 기간제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곳에 있으신 선생님들은 이미 그룹이 형성되어

곁을 잘 안 내어주기도 하고 텃세를 부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음 해의 계약이 같이 걸린 선생님들이 있어서

같은 기간제 동과 선생님이라도 미묘한 신경전이 존재했다.

그냥 잘 지내면 안 될까.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긁고 긁히고 나는 그런 관계가 신물이 났다.


미래의 약속을 받기 위해 어떤 이는 그 파벌에 포함되기 위해서

퇴근 후 술자리에 참석하고 형님으로 모시기도 하였다.

그렇게 해서 그 사회의 일원이 되기도 하고

(원하는 목적을 이루었다면 이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

학교에서 다른 선생님들이 하기 싫은 일들을 다하는 분도 계셨다.  

(머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관리자(교장, 교감선생님)들은

정교사선생님께는 말 못 하는 일들을

기간제 선생님들께 맡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예를 간단하게 들면

모두가 가기 싫은 수능감독을 기간제 선생님에게 가도록 종용한다거나

학교에 페인트가 벗겨진 곳을 주말에 나와서 보수시킨 곳도 있었다.


모든 걸 다 떠나서

그냥 그 사회에 흡수되어 버리는 막강 E  선생님도 계셨다.

진짜 단 한 분, 만난 듯.


사실 나는 그런 선생님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

다수보다는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중요시하고

그리고 편해하는 타입이라

매년 바뀌는 학교에서 새로운 사람을 매번 만나는 것은 조금 버거웠다.

기간제 교사로 7년을 넘게 근무해 경력이 쌓이더라도 학교가 바뀌면 리셋.

새로 들어온 나를 초보 선생님으로 다른 선생님들은 대했고,

무언가 잘못이 생기면 먼저 기간제선생님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닌가 화살은 돌아왔다.


우선 교직 사회가 너무나 좁고

누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정말 어떤 때는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 신뢰할 만한 선생님

한 분 있다면 의지하고 갈 수 있다.


다행히도 학교를 옮길 때마다

많이 외로울 때도 분명 있었지만

보물 같은 분들을 만난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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