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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비고 Aug 30. 2024

04. 수업보다 업무가 더 힘들어…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첫 학교에서.

신생아인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로 야생에 던져졌다.

교사는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운영과 사업에 관련한 업무라는 것을 한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출근한 나는

첫 날부터 교과서 정산을 해야 했다.

그 때는 교과서 대금을 학생한테 다 받았어야 했다.

스쿨뱅킹에 학생들이 대금을 넣어놓으면 학교에서 다 모아서

교과서 업체에 지불하는 방식.

당연히 잊어버리고 안 내는 아이들이 발생을 한다. (못내거나)

행정실에서는 내게 안내는 학생들 명단을 주고

담임선생님들에게 아이들 보고 대금을 빨리 내라고 재촉해야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안내는 학생들도 발생하고


교과서 시스템이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교과서 업체는 행정실에 전화하는 것보다

내게 전화하는 것이 빠르다고 생각했는지

돈을 안준다고 나를 쪼으기 시작했다.

(대금은 행정실 소관이라고 해도 개의치 않고 계속 연락했다.)


교과서 업체에서 보내준 교과서랑 교육청이 보내온

가격이 달라서 계속 숫자가 맞지 않아 고생했다.

지금은 달라졌다고 하니... 정말 선생님들 다행이다.


이렇게 선생님들마다 고유의 업무를 맡게된다.

보통 하나씩 맡지 않고 여러개를 맡는다.

어쩌면 수업보다 업무를 처리하는 양이 많아

 주객이 전도되는 과정을 겪기도 한다.

어떤 사립학교에서는 1교사 업무와 함께 1사업을 하는 곳도 본적이 있다.

사업이라면 정부에서 예산을 주는 프로젝트 같은 것이었는데

과정이 간단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다양하다.

뭐가 되었든 담당자는 너무 힘들듯 .


나는 첫번째 학교에서 교무부에 속하게 되었고

장학, 수상, 시상, 교과서, 그리고 학교일지를 적는 일을 맡았다.

학교급이 크면 클수록 선생님들의 업무부담이 줄어든다.

학교 선생님의 수와 상관없이 각 학교들은 동일한 업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선생님이 작은 학교들은 큰학교와 다름없이 업무가 있지만

선생님의 수가 적기때문에 선생님의 업무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첫 학교는 작았고 1,2,3학년 총 9개의 학급이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은 건 눈에 뻔한 일.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게 어떤건지도 몰랐고,

내가 맡은 5개의 업무 이외에도 교감선생님과 부장님이 시키는 것은 다 했다.

조금 부당할 수 도 있지만 나는 배우는 입장이라고 생각했다.

퇴근하면 그냥 집에 혼자 있으니 학교에서 시간을 좀 더 보내고

정리도 하고 수업 준비도 하고 그렇게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학교마다 다른데 칼퇴를 하지 않으면

왜 집에 안가는거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열심히 하는 구나 생각하는 학교도 있다. 이 곳은 후자였다.


학교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못하고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어떻게 일처리를 하는지 잘 몰랐던 내가 당황한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다.

나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고통스러운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다들 알듯이 어쨌든 적응하게된다.

인간은 궁지에 몰리면 살 방도를 찾아내기에 닥치면 다하게된다.

교직에 있으면서 교무부, 인성부, 연구부, 교육문화부 등

다양한 업무를 했고 대부분이 교과와는 관련없는 행정적인 업무였다.

처음에 학교에 갔을때 업무시스템도 모르고

공문을 접수하고 기안을 하고 결재를 받고 발송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다.

기간제 선생님들은 그런 트레이닝을 따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닥치는 대로 배워야한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첫 교무부장선생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같은 나를 눈치를 주지 않으시고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처음인 나를 많이 배려해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첫 교무부장선생님께는 오랫동안 감사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최근에 글을 쓰다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드려 그때 감사했다고 말씀드렸다. ㅎㅎㅎ 근데 연락도 안드리고 있다가 너무 쌩뚱맞게 전화드려서 어리둥절하시고 뭔가 어색해하셨다. 그래도 고마운 마음은 그때 그때 이야기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감사했다고 늘 건강하시라고 인사함.)


 그렇다면 업무는 누가 정하는가. 보통 부장님의 의견을 고려하여

교감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서 하시는 데 교감선생님이 주로 하신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업무를 적어내는

형식적인 과정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거의 말대로 형식적인 것이다.

결국은 교감선생님들이 정하고,

슬프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간제선생님들의 의견은 많이 반영되지 않았다.

기간제 선생님들이 학기말에 거의 내년 그림이 그려진 상황에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미 정해져있는 경우가 많고 2년이나 그 이상 연임하는 경우에도

그들의 의견은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보통은 정교사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업무가 기간제 선생님들에게 배당되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더 심하게는 다루기 어려운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서

기간제선생님에게 담임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내 이야기다. 담임과 업무는 할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쯤에서 놔두고 나의 사례는 다음에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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