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유부
안그래도 업무폭탄에 정신없는 나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게 되었다.
그 학교에 근무하기전에 나는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이모가 살고 있던 지역에 있었고
가기전에 평판도 알고 싶었다.
전화를 걸자 이모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사촌오빠의 친한 친구가 이번에 같이 근무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요?
이모는 사촌 오빠에게 말해서 나를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나쁠건 없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곳이지만
사촌오빠 친구라면 최소한 아무것도 모르는 것 보다는
괜찮지 않을까.
그냥 인사치레라고만 생각했던 나는 학교에 등교해서
그 분께 인사만 하고 잊고 살았다.
근데, 이 사람 조금 불편해 지기 시작했다.
우선은 내가 원하지도 않는 친절을 보인다.
모르는 것은 내가 알아서 파악하고 넘어가면되는데
하나하나 다 끼어들어서 설명하고 가르쳐주고
감사하다고 하면서 이제 제가 알아서 한다고 해도
레이더에 내가 달려있나
조금만 머뭇거려도 내 자리에 와서 자꾸 알려주려고 했다.
교무실내에 다른 선생님들도 많이 계신데 너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사촌오빠의 친한 친구라니까.
진짜 친한 친구라니까.
신경써주는 건가. 아닌가?
하루는 퇴근하는데 전화가 왔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전통과자 같은 걸 샀는데
내 자리 밑에 두었으니 다른 사람들 몰래 들고 가라는 것이었다.
(왜 몰래 내 책상밑에 그런걸 둔거지? 조금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시골이라 공동구매도 많이 하고 선생님들끼리 알게 모르게 많이 나누시는데
예를들면 퇴근하는 길에 차에 같이 가서 물건을 나눠가자 라든지
그런가보다…. 라고 넘어갔다.
어느 날은 내 한자 뜻을 물어봐서 이야기 했는데 다음 날 도장을 파서
선물이라면서 들고 왔다.
이거 사촌오빠랑 친하다던데 그래서 챙겨주는거 맞는 걸까.
좀 부담스러운데 선을 넘을 듯 안넘을 듯 애매한 상황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아 이거 이상한거 아냐? 확신하는 일이 생겼다.
어느 날 밤이었다.
퇴근하고 저녁먹고 쉬니까 시간이 좀 늦었는데
그 사람으로 부터 카톡이 왔다.
퇴근했는데 무슨일이지?
"자기가 누구랑 술을 많이 마셨다. 소주 4병.
뭐 먹고 싶은거 없어요?"
아. CBAM.
나와 밤에 카톡을 할 만큼 그분은 나를 친근하다고 여겼나?
나는 왜 수많은 클루들을 아닐꺼야 하고 누르고 눌렀을까.
인간의 직감이란 이토록 정확했던 것인가.
나는 그 카톡을 받고 서야. 깊은 반성을 했다.
'업무외 시간에 사적인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불편합니다.'
카톡을 주고 다음 날 학교에 출근했다.
달라졌냐고? 그렇지 않다.
그는 방학때 연수를 같이 가자고 했다.
선생님들끼리 연수를 같이 다니기도 하지만 내가 왜 그와 연수를 같이 가야하는가.
무슨 연수냐고 물었더니 수영연수라고 했다.
수영연수라고? 하아.
'선생님, 선생님 와이프도 계신데 선생님이 미혼인 저에게 수영연수를 같이 가자고
한걸 아시면 어떤 기분이 드실 것 같으세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불쾌합니다. 앞으로 저에게 업무적인것 이외에는 말걸지 말아주세요.'
이외에도 여러 상황이 있었지만
잊어버리기로 했다.
몇년이 지난 후,
이모가 본가에 놀러왔다.
이모에게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사촌오빠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모가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아니, 근데 00 있잖아.
너네 학교 같이 다녔던
뇌출혈로 사망했어.
네? 그 분과 감정적으로 얽혀있는 것은 아니라.
그 죽음이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기분이 이상했다.
인생은 정말로 모르는 일이다.
당시에 혼자 타지에서 살며
그 분의 지나친 관심때문에
힘들었었는데
그 감정의 실타래들이
허공속으로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분은 5년여년 후에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내가 힘들었던 마음도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일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이 계신다면
학교 내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할 것같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치정은 학교에서도 일어난다.
성희롱, 가스라이팅, 불륜과 오피스 부부등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여러분을 기다릴 수도 있다.
슬픈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가 아니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