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다면 지금쯤은 달라졌을까?
그리하여 나의 첫번째 기간제교사 계약이 시작되었다.
개학하기 전에 업무인수인계도 받기 위해서 학교에 오라는 연락을 받고 학교로 갔다.
그리고 처음 교장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조금 어색한 공기가 있는 교장실은 햇빛이 잘 드는 곳이었다.
교장실에 들어서는 데 새로 온 남자선생님이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그 결연한 목소리가 조용한 교장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아. 사회생활은 이렇게 하는건가.'
나도 떠밀려서 인사를 했다.
새로온 선생님들의 얼굴에 뭔가모르게 긴장감이 돌았다.
남자 국어선생님 두분, 그리고 여자 특수선생님이셨다.
자리에 앉자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을 잘 부탁한다는 형식적인 인사를 했다.
그는 별로 친절해 보이진 않았다.
그는 조금 언짢은 얼굴로 내게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이사장님과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네? 아니요??'
'그니까 이사장님과의 연줄이 있는거 아닙니까?'
그는 작은 탄식을 하며 이야기 했다.
원래 내 자리에 뽑히기로 한 선생님이 있었다.
이야기가 다 되어 있었는데
면접후에 이사장님이 마음을 뒤집어가지고 선생님을 뽑았다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은 의심섞인 눈초리로 나를 보았다.
사실 흘겨보았다는 표현이 맞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진짜 아무 관계없습니다."
'하아, 시작하기 전부터 하드코어네. 뭐 신고식인가.'
우선 내정되어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공고를 내고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선생님들(나를 포함한)이 지원하고 면접을 보게 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걸 말하는 것도 웃긴데
교장선생님은 나를 빽이 있어서 들어왔다고 확신하고 있는 황당한 오해까지 하다니!!
그자리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라는 것 밖에 없었다.
이미 내가 뽑힌걸 어쩌냐말이냐.
나중에 같이 들어왔던 선생님은 내가 아무경력이 없는데
1년짜리 기간제선생님 자리에 바로 들어와서
자기도 내가 연줄이 있다고 생각했단다.
다른 선생님들은 한달짜리, 두달짜리 이렇게 경력을 쌓다가
일년으로 들어온다고.
이런 이야기는 훗날에 다시 들어본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이사장 조카라는 소문이 돌았다.
기약없는 기간제교사의 연차가 쌓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 진짜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