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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Jan 16. 2024

지속하는 재능

그러려니

모든 새로운 재능은 쓸모없는 재능에서 탄생한다. 쓸모없는 재능을 유용한 재능으로 일이야말로 변혁이다. 그런 사람을 두고 우리는 '재능이 있다'라고 말한다.
하시모토 오사무 <젊은이들이여>


나는 내추럴본 똥손으로 태어났으나 어찌어찌 잘 감추고 살아왔고, 금손인척 하다 보니 다들 원래 금손이 줄 알게 돼서 그냥 그렇게 생각하게 냅둔 케이스다.


핫하다는 디저트를 사 먹는 ‘행복한 소비자’에서

나이 먹을수록 오픈런도, 웨이팅도 점점 힘에 부치자,

급기야 코로나로 나가지 못하는 김에 그냥 내가 만들자 해서 직접 만들게 되었고, 결국 디저트카페를 열어 ‘불행한 판매자’로 지팔지꼰이 된 셈이다.



큰 맘먹지 않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계속하게 되었고, 완벽하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심각하려 하지도 않았고, 호들갑 떨지도 않았다.


가볍게 했다.

그랬더니 계속하게 됐다.


하루는 매출 40만 원, 다음날은 매출 4만 원이라는

일희일비의 삶 속애서, 고정급의 신성함과 위대함을 깨달으며,


오늘도 언제나처럼 카페 클로징시간만을 기다린다.

칼퇴근에 목매는 건 사장도 마찬가지. (바지사장 아님)


그렇게 얼렁뚱땅 나는 나에게도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지속하는 재능을 말이다.


나는 혼자서 여러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1인카페 사장에게 꼭 필요한 것이 멀티플레이어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면서도, 디테일하게 세심한 부분까지 체크하는 센스를 겸비하는 것은 물론(센스가 지식을 이긴다) 사무관리 등의 이성적인 능력과 동시에 감성적인 풍부함까지 지닌 (냉정과 열정사이) 마치 내가 그런 사람이라도 된 냥 도취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인간이 존재하기나 할는지,

이리도 인간은 자기 자신을 모른다.

내게는 그런 재능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손님들이 하는 말을 듣고, 다음날 디저트 라인업을 구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타인의 영향을 받으면서, 카페가 비로소 완성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속에서,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낸 소통의 결과였다.


간혹 카페손님과 곤란하고 심기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손님은 언젠가 카페를 떠나기 마련이다.


불쾌한 감정이 태도가 되기 전에 빨리 그 감정에서 빠져나와 제3 자로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마주한다.

그저 팔리기만 하면 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다음에 또 오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나지만, 카페생존의 문제 이기도 하다.


별의별 손님이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인간을 만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카페가 지속될 수 있었다.



일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우리는 도전하고 배운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일치시키려 노력한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일치하면 그 일은 천직이 된다. 천직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할 수 있는 일 까지도 일치하게 된다.
이 세 가지가 일치하면 그 일에서 전문성이 생긴다. 그것이 프로가 되었다는 증거다.



그래서 이 일은 나의 천직일까

그래서 과연 나는 프로가 된 걸까

그러기엔 매일 칼퇴근을 기다리고,

여전히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할 때가 있다.


그런 순간마다 스스로 너무 심각해지지 않는다

애초에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

그러려니 하며 넘어간다.


‘그러려니’ 참 아름다운 순우리말이다.

그렇게 다시 한번 지속하는 재능을 키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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