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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Jan 23. 2024

직업은 인생의 척추

교정이 필요한 시간


2024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새해의 기운을 모아, 모아서


열심히 일하는 것을 과감히 때려치우고

1월 첫 주 임시휴무를 택했다.


날이 추워지면서 손에 자꾸 쥐가 나더니,

연말을 거치면서  오므리거나 쥐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마지막 출산으로부터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산후통이 올 때에도 이렇게까지 뼈마디가 시리지는 않았는데..


사실, 문제는 몸보다 마음이다

몸이 안 좋을 때마다 이상하게 서러운 기분이 든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거겠거니 싶지만서도,

지 몸 지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 것인 줄 알면서도,

아픈 데 징징댈 곳이 없으니 문득문득 서러워진다.

그래서 다들 커뮤니티에서 징징대는 것일까


카페 초창기에 정보를 좀 얻으려 ‘아프니까 사장이다’ 카페에 가입했다가,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안 힘든 사장이 없는지, 그래서 ‘아프니까 사장이다‘겠지만..


저마다 내가 아프다 내가 더 아프다 경쟁하듯 징징대는 자영업자들의 절규 가까운 사연에

그래 나는 아직 덜 아프구나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그때..



그리고 3년이 흘렀다.

카페에서 3번째 겨울을 맞이했다.


세상은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는 자영업자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넘쳐난다.



남쪽으로 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잠시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꿈꿨다가…


꿈만꿨다!


대신 ’1/2~1/6 임시휴무‘를 문에 크게 붙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야반도주하듯 도망쳤다.


일단 집으로 튀어!




롱베케이션이 시작됐다.


매일 요가를 가고

매일 청소를 하고

매일 엄마가 정말 열심히 청소했으니까 절대 더럽히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득달같이 잔소리를 했다.


입주한 지 이제 햇수로 8년 된 아파트에서 사는 동안 한 번도 치우지 않았던 곳들을 치우고,

방치되었던 물건들을 계속 갖다 버렸다.


왜 갑자기 이렇게 청소를 열심히 하냐는 딸애의 물음에,


‘부자가 되려고! ’

라고 대답했다.


난 자영업자이지만 월급쟁이 부자되기 유튜브 채널 애독자인데, 정리의 신으로 알려진 유명인사가  나와서 부자들의 공통점으로 ‘청소’를 꼽았다.


그것은 단순히 깔끔을 떠나 자신의 물건에 대한 통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과 같다고 한다. 자신이 소유한 것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불필요한 지출과 다분히 감정적인 쇼핑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딸은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부자가 되겠냐는 딱히 반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잠자코 수긍하기도 싫은 기운 빠지는 소리를 하며 내 심기를 건드렸다.


‘한 걸음씩 다가가는 중이야..!‘




카페인과 달콤한 디저트로 고된 하루로 지친 이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려 한다고 내 직업에 의미부여를 했지만 요즘 같은 때는 정말이지 그런 잠깐의 여유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직업적 소명이나 삶에 대한 의미부여도 이제는  이전만큼 가치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친 것일까

무엇에 지친 것일까

정확하게 무엇에 지쳤는지 모른다는 것조차도 지친다.



카페를 하는 특별한 이유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기도 한다.


열심히 의미부여를 하기도 하지만,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것 또한 흔해 빠진 일이다



사실,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돈을 벌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카페를 하는 것이다.


그래, 결국 돈이다.

열심히 돈을 벌기 위해 쉰 것이다.


시즌제 드라마도 재미있다가 몇 시즌째 되면 힘이 달리고 재미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요가를 하면서 나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집안의 오래된 묶은 먼지와 때를 닦아 내면서 쓸고 닦고, 쓸고 닦았다.

 

깨끗이 비워진 곳들에서

새로운 계획과 다짐들이 피어났다.


그렇게 틀어진 몸과 마음을 교정하면서

자유롭게 쉬어 갔다.


다시 잘하기 위해서

잘 쉬었다.


올 한 해도 나 자신에게 나의 일을 잘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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