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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지인 Apr 23. 2024

마케팅이라는 폐업행 급행열차

핫플 대신 웜플

기본적으로 카페운영을 위한 카페인스타 계정이 있지만, 개인계정은 따로 없습니다.  

어쩌다 보니 최근에야 인스타 탐색탭에, 알고리즘에 의해 내 팔로워들의 관심사가 보이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타인의 은밀한 취향과 관심사가 나의 탐색탭에 보였을 때, 식겁하기도 하고, 의아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유하게도 됩니다.


어떤 날은 가슴 큰 여자의 노출사진이 뜨더니만, 점점 더 가슴 큰 여자들로 나의 탐색탭이 잠식돼버려 누구의 취향인지 궁금해 남자 팔로워들을 살펴보기도 했고, 어떤 날은 마치 유럽 같은 치앙마이 가성비 숙소가 떠서 나도 모르게 치앙마이로 떠나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선거일을 앞두고 조국후보 관련영상이 많이 보이길래 보다 보니, 선거 당일 나도 모르게 조국혁신당을 찍을뻔했지만, 실제 그러지는 않았더랬습니다.


SNS 세상 속에서 대세와 알고리즘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기는 도통 쉽지 않습니다.

사실 알고리즘이 있어 저 역시 디저트를 좋아하고, 카페투어를 즐기는 이들의 인스타 알고리즘 덕 좀 보려고 열심히 카페계정에 매일 스토리를 올리고 피드를 올리는 것이 필수 업무입니다. #인천디저트 #인천디저트카페 와 같은 해시태그를 꼭 넣어서 말입니다. 인스타 업로드는 사실 작은 카페가 어떻게든 소비자들의 눈에 뜨이고자 ’나 아직 여기 있어요!’하는 몸부림에 다름 아닙니다



작은 골목의 소상공인이자 카페사장으로서 필연적으로 마케팅이라는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인스타팔로워 늘리는 법, 인스타 문의 오게 하는 법, 릴스올리는 법 등 갖가지 SNS 마케팅 방법을 알려주는 계정들이 많습니다만 온라인스토어가 아닌 오프라인 스토어의 선택지는 결국 마케팅 비용을 들여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매장을 노출시키고 찾아오게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저 역시 지금의 위치를 고수할 수 있었던 것도 인스타를 보고 어떻게든 찾아와 줄 거라는 믿음이었지만, 그 믿음이 유지되기 위해서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는 몰랐습니다. ‘인천맛집’이 되는 것도 ‘착한 가게’가 되는 것도 다 마케팅이고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핫플이 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너무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창업 이후 알게 된 것들’이란 동영상에서 타 디저트샵의 사장님은 창업한 지 반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마케팅업체들의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힘들다는 토로를 했습니다.


-엥? 그게 힘들다고? 난 아직도 오는데?


개업 날, 네이버에 플레이스 등록을 하자마자 받은 첫 전화는 마케팅업체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기적으로 오고 있습니다.




전국엔 얼마나 많은 마케팅 업체들이 있는 걸까요?

얼마나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지출해야 하는 걸까요?

게다가 일회성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꾸준히 해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노출이 많이 돼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면, 그다음은요?


왜 그다음에 대한 얘기는 그 어디에도 없을까요




높은 마케팅비용은 어쩔 수 없이 메뉴 가격에 반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손님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왜 돈은 내가 쓰고, 그걸 손님에게 부담시키나요


카페는 재방문이 중요합니다.

SNS 마케팅으로 핫플이 되는 것보다

오로지 #카페투어를 위해 한번 오고 다시 오지 않는 카페가 되는 것보다 계속 오게 되는 카페가 돼야 합니다.


특히 작은 카페는 그것이 더 중요합니다.

손님이 많이 오면, 작은 카페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모든 손님에게 만족스러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많은 손님이 오는 것보다, 적은 손님일지라도 꾸준히 지속적으로 와주는 게 중요합니다.

멀리서 인스타를 보고 찾아와 줄 손님보다, 아무래도 우리 카페가 지근거리에 있기 때문에 오는 손님이 지속적으로 꾸준히 와줄 확률은 훨씬 더 높습니다. 마치 롱디연애가 힘든 것처럼 말입니다.

진정한 인연은 먼 곳이 아닌, 사실 내 주변, 나와 가까운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님의 일상에 자주 찾는 카페로 자리 잡았을 때,

저는 그것이 손님과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입니다


작은 카페일수록 그런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작은 카페는 마케팅이 아닌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관계, 브랜딩을 위해서 우리 카페가 손님에게 어떤 곳인가? 그 ‘어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은 절대 비대면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경험과 기억입니다.




수백만 원의 혹은 그 이상의 마케팅비용으로, 금세 식어버릴 핫플레이스가 될 바에야 오래 지속되는 warm place가 돼야 합니다.


따뜻하게 손님을 환영하고,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고, 따뜻한 관심을 드러내야 합니다.

카페에 온 손님들은 잠깐 커피 한 잔 하는 그 순간, 잠깐 달콤한 디저트 하나 먹는 그 순간, 찰나의 휴식이지만, 또한 그 잠깐의 휴식, 잠깐의 충전으로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나갈 것입니다.  


손님과 눈을 맞추고, 표정을 살피고, 스몰토크를 건네고, 음료는 고르는, 디저트를 고르는 짧지만 진지한 고민의 순간을 함께 나눕니다.

그것이 오직 작은 카페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케팅이 사람 모으는 재주는 분명 맞지만, 그것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마케팅을 꾸준히 하려면 결국 꾸준히 돈이 필요하고, 도저히 그것을 멈출 수가 없다면, 그 열차에서 내릴 수가 없다면 지금과 같은 카페경쟁시대에서 그 종착역은 결국 폐업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작은 카페는 오픈런이나 줄서는 맛집처럼 많은 사람들을 모을 필요가 없습니다.

저와 같은 1인 카페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야 손님 한 분 한 분은 정성스레 맞이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첫 방문이 재방문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사실 어쩌면 너무나 간단한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마케팅에 쓸 돈으로 손님에게 서비스를 더 드린다면 SNS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노출될 것인가 보다, 어떻게 손님 한 분에게 신경을 쓸 것인가를 더 고민한다면 핫 해지지 않고 웜 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작은 카페의 매출이 오르게 하는 건 릴스가 아니라 서비스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핫플이 존재하지만, 웜플이 보기 드문 것은 오래 버티는 작은 카페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고, 마케팅 비용을 포기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카페를 오래 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말고 브랜딩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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