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카페 성공학
초등학교 졸업앨범 촬영을 앞두고 컨셉촬영컷을 무엇으로 할지 딸아이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이 저마다 태권도 선수, 통역사, 연예인 등 각자 미래의 자신의 꿈의 모습이 되어 촬영을 앞둔 가운데, 자신도 드디어 결정을 했다고 합니다.
-넌 ‘미래의 나의 모습’ 뭐 하기로 했어?
-할머니!
‘금쪽같은 내새끼‘의 애청자인 저는 단전에서 차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누르며, 숨을 고른 후 말했습니다.
작은 카페에서 일매출 88만 원은 높은 편이지만,
전 이제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내일매출은 18만 원이 될 수도, 8만 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매출이 얼마인지보다
월매출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마치 월급처럼 말입니다.
아니, 자영업자가 되어서 월급쟁이의 월급을 꿈꾸다니, 무척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영업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고정급의 가치와 위대함을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장사에 있어서 현금흐름(cash flow)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매출은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다 보니, 어쩌다 들어오는 단체손님, 단체주문을 상대하느라, 정작 단골을 소홀히 하게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됩니다.
비정규적인 수입은 한 번에 몰려오는 돈이라 실제가치보다 커 보이는 착각을 일으켜 자신이 많은 돈을 벌게 된 줄 착각하게 해 사치하고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래서 돈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니 미리 저축을 해가며 살 것 같아도 실제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1년 수입이 5천만 원인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꾸준히 400만 원을 버는 사람과 어떤 달은 천만 원을 벌지만 어떤 달은 한 푼도 벌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단연히 전자의 쪽이, 일정하게 들어오는 수입의 질이 훨씬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입과 지출을 통제하고, 각종 리스크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이 자체가 신용을 부여하여 실제자산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불안정한 시대를 사는 불안정한 수입의 자영업자에게 불안정한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 통제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한철 천만원보다 매일 꾸준한 들어오는 십만 원이 더 나은 이유입니다.
만약 100억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
100억은 하루에 100만 원씩 30년을 모아야 만들 수 있는 거금입니다. 만약 원금을 보장받고, 이자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은행예금 100억이 있다면, 이자율 0.8%의 1년 만기 상품에 가입,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적 이익은 월 230만 원입니다.
만약 230만 원의 정기적인 수입이 있다면 100억 규모의 자산가와 별반 다름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기적 고정적 수입은 보통 그 액수의 100배 규모의 자산의 힘과 같다. 정기적 자산은 높은 가치를 가진 고품질의 자산이다.
<돈의 속성> 김승호
월급 200, 300만 원을 버는 보통 직장인을 200충, 300충으로 비하하는 말들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 적이 있습니다. 그건 고정급 한번 받아본 적 없는 히키코모리들이 만든 말인가요?
전 이제 그런 고정급 200, 300이 너무나 부럽기만 합니다.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의 숭고한 가치를 알게 된 것 또한 자영업자로서 너무나 큰 깨달음입니다.
전 간이사업자입니다.
*간이사업자
부가세 납부 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자
(일반과세자 10% 간이과세자 1.5%~4% 차등적용)
소규모 사업자이자 연매출 8000만 원 미만
(올해 7월부터는 연매출 1억 4천만으로 기준 상향)
일반카페보다 훨씬 높은 50% 이상의 마진율을 고려해 본다 해도 순매출은 훨씬 더 작을 것입니다.
작은 카페, 1인카페는 나름의 한계가 명확하고, 결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월 수익천, 퇴근 이후 한 시간으로 월천’
사이버 성공팔이들이 하는 말들을 들으면 실소가 나옵니다.
세후인가요? 순매출인가요?
일 년 내내 꾸준히 그 매출이 나오나요?
그것을 자신의 연봉인 양 말하는 성공팔이들을 보면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입니다.
누가 아무리 월 수천, 수억을 번다고 떠들어대도 이상하게 부럽지가 않습니다.
사업의 규모가 클수록 실제 자기 손에 쥐어지는 금액은 많지 않을 것임을 아니까요.
카페는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손님입에서 먼저 어떻게 그렇게 해서 돈 벌 수 있겠냐고 볼멘소리가 나와도, 우리 카페의 영업시간 오전 11시~ 오후 6시, 일일 7시간의 근무를 늘릴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돈과 나의 스트레스를 등가교환하고,
돈대신 주 2회 휴무, 취미생활인 등산과 요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지불할 생각은 없습니다.
매출늘리기에 급급하기보단
카페지출 고정비를 줄이고,
새어나가는 지출도 줄이고
소량생산으로 로스를 줄여
늘어나는 잔고에 뿌듯해하며,
근심과 걱정으로 잠 못 이루지 않고
매일밤 숙면을 취하면서
나의 선택의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삶을,
나의 선택에 스스로 힘을 실어주는 삶을 지켜나갑니다.
그렇게 커피 한잔의 가격,
쿠키 하나의 가격에서
내 일의 가치,
숭고한 나의 노동의 가치,
나의 성공의 가치를 발견합니다.
그렇게 오랜 단골손님들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 평범하고 무탈한 카페사장의 삶을 살고 있으니, 저는 꿈을 이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