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허용

작은 카페일수록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

by 태지인


경영이란 실패의 허용이다

-마쓰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



얼마나 더 실패해야 경영을 잘할 수 있는 것일까?

1일 1실패가 생리주기처럼 반복된다


오버쿠킹 된 디저트를 몽땅 버린다 FAIL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FAIL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FAIL

때론 이 모든 게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GAME OVER가 되면,

카페라는 감옥에 갇힌 것만 같다.

그렇다면 나에겐 몇 년형이 선고된 걸까?



인생은 잘 되지 않을때가 더 많드라



개업 이래 천 일이 흘렀다.

구움 과자를 몇 천 개나 만들었다.

그래도 실수가 발생한다.

뼈 아픈 실수라 하지 않는가

정말 뼈가 아파온다


으레 아마츄어니까,

내가 나를 봐주던 때는 지나갔다.

이젠 모든 실수가

있을 수 없는 일,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





사실 실패는 카페 창업 이전에도 낯설지 않았다.


방과 후 논술 강사를 했다가,

(오랜 경력 단절 이후 드디어 일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맘이 웅장해짐)


영어 뮤지컬 강사를 했다가,

(뮤지컬을 너무 좋아해서 뮤지컬을 보면 항상 맘이 웅장해짐)


경매 공부를 했다가,

(평범한 직장인에서 여러 채의 건물주가 된 일반인의 경매 투자 성공기가 실린 기사를 보고 마음이 웅장해짐)


공무원 시험 수험생이었다가,

(역대 최고 경쟁률로 공무원 시험 붐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로 정부에서 국가직 공무원 인원을 역대 최대로 선발한다는 기사에 맘이 웅장해짐)


친구와 의류 쇼핑몰을 동업했다가,

(우리도 이제 나이도 있고 경험도 있고 안목도 있겠다, 더 이상 소비자로 살 수 없다 판매자가 돼보자. 우리 감각과 센스 정도면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은 치겠지 싶어 맘이 웅장해짐)


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준비되기 전에 덤벼들었다.

무슨 일이든 직접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시작하고 본 일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좋지 못했다.

정체되어 있지 않다는 안도감으로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그렇게 꾸준히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마흔이 되어 카페를 창업하게 되었다.


모든 창업이 그렇겠지만, 아무리 작은 카페여도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돈 문제가 쌓인 후에 비로소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개업 이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더 많은 시행착오와 돈 문제로 멘털이 부서진다. 그래서 경영이, 실패의 허용인 것인가




매일매일 손님들과 대면한다.

단순히 커피와 디저트를 파는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특별해진다는 의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카페는 시간이 흐를수록 몇몇의 단골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에게도 특별해지지 못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매출 정산 때마다 그것을 재확인해야만 했다.




나는 결국 손님들과의 관계 맺기에 실패한 셈인데, 그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러한 관계 맺기가, 이 작은 골목까지 우리 카페에 와야 하는 이유, 즉 브랜딩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리 카페는 그것이,

브랜딩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브랜딩은 기업에서나 하는 것이지,

이런 작은 가게에서 무슨 브랜딩 같은 소리냐고 했다.


그렇게 나는, 또 실패했다.



활자중독 4기환자의 카페로고. 브랜딩이란 로고만들기 같은것인줄





카페 경영이 단지 커피와 디저트의 문제가 아니라는걸 알게 된 순간, 나는 나의 삶을 다시 되돌아봐야만 했다.


나는 내가 커피와 디저트를 좋아해서 카페를 열었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데다 잘하기까지 하니 카페하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가 카페를 할 수 있었던 건,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지 그것을 폭넓게수용하겠다는 각오와 완벽하지 않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실패하고 버리는 시간도 다 소중한 내 인생이라는 나의 삶의 방식에 있었다


관계라는게 하루아침에 저절로 이루어질 수 없듯이,

(인간관계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해 봐라, 하물며 가족 간에도)

브랜드는 단 하루 만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 자신이 살아가는 자세,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가 자기 브랜드를 형성해 나간다. 결국 자기 브랜드는 자신의 삶의 방식, 그 자체이다.


사람은 복합적이고 결함이 있지만 그 자체로 완벽한존재라는, 실패를 거듭하며 얻은 깨달음을 통해

나와 타인에 대한 애정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비로소 관계 맺기에 온 정성을 쏟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커피와 디저트에 몰두하던 에너지와 시간을

친절해지기 위한 노력으로 바꾸기 시작하며


또다시 한번

내 눈물 모아

실패를 허용한다.



암요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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