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보존의 법칙

준비된 체력이 전부 소진되어 오늘 영업을 마감합니다

by 태지인



올 6월부터 만 나이가 기준 나이로 적용되어,

6개월 만에 두 살이나 어려지자

쏘쿨한 기분이 들었다.


순간 그럼에도 40대라는 걸 깨닫자

어떻게 해도 40대라는 걸 깨닫자

금세 심드렁해지는 기분이 되었다.



40대는 (내가 직접 되고 보니)

카페든 음식점이든 내가 해도 이거보단 낫겠다싶은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걸 연륜으로 착각하는 그런 나이지만, 반대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는 신체 나이를 절감하는 서글픈 시기이기도 하다.



가장 서글픈 건 요가 시간


양 발을 모아 매트에 선다. 발바닥 전체에 고루 힘을 주며 바로 서고, 등을 곧게 편다

어깨를 내려 두 팔을 내리고, 손바닥은 엉덩이보다 살짝 뒤쪽으로 뻗는다.

가슴을 열고 턱과 시선은 정면을, 정수리는 천정을 향해, 그리고 호흡에 집중한다.

'타다아사나'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저 매트 위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


워밍업, 수리야 나마스카라, 브리지 자세, 낙타 자세로 이어가며, 시퀀스의 최종인 '우르드바'에 도달한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두 팔과 두 다리로 지면을 누르면서 내쉬는 호흡과 함께 허벅지에 강하게 힘을 주면서 몸을 들어 올리는 순간,


이곳은

소리 없는 아우성!


사지가 부들부들,

이내 사정없이 무너지는 몸뚱아리.


우르드바 하나를 완성시키기 위해 요가수업 한 시간 동안 빌드업을 해왔지만, 쉽지가 않다.

여러 번 다시 시도해 보다 기진맥진할 지경이 된다.

처음해 보는 동작이 아니건만, 항상 처음 하는 것처럼 힘들다.


집에 가니 태권도에 다녀온 아이들이 누워서 장난치다가 우르드바를 하는 걸 본다. 까르르까르르 웃으면서. 큰 애도 되고, 작은 애도 된다. 기가 멕힐 노릇이다. 애들은 요가를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다.


뮐 해도 쉽지 않은 나이,

뭘 해도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다.

나이는 연비와 같은 것인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요가를 배우지만

점점 몸과 마음이 서글퍼진다.



못하면 속상해서 컨디션이 더 다운될 수 있음





줄곧 전업주부로 지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 여유가 생기자,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기저기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방과 후 강사도 하고, 공무원수험생도 되었다가, 쇼핑몰도 했었다. 직업을 통해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세상에 연결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는 그렇게 여기저기 기웃거릴 수 있는 에너지가있었다. 그러한 에너지는 친환경태양열도 아니고, 화력발전 같은 것이어서 끊임없이 연료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나이 듦'은 같은 일에도 몇 배의 연료가 필요하니, 적당히 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주변에 사람도 줄어들고

관심사도 줄어들고

술도 줄어들고

수명도 줄어들고

늘어나는 것은 오직 빚뿐이지만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확실해지기도 하다.


지금의 시대는 어쨌든 수명도 길어지고, 사회가 훨씬 복잡해지기도 했고, 20 30대를 방황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시행착오를 반복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마흔에 카페를 시작했다.



1인 카페에서의 능력이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질주하는 능력과는 전혀 다르다.

대표이자, 직원이기에 카페손님응대도 해야 하고, 커피도 내려야 하고, 디저트도 만들어야 하고, 손님이 없어도 쉴 수는 없다. (아프니까 무릎이다!)

배달앱 주문도 받고, 청소도 해야 하고, sns 소통도 해야 하고, 커피 원두, 베이킹 재료, 각종 소모품 재고 정리와 주문에, 카페 앞 주차 문제로 실랑이도 해야 한다. (그냥 있어 보이게 멀티태스킹, 토털비즈니스라 하자)


그래서인지 일하지 않는 시간 이외에는 저절로 저전력 모드가 된다. 나의 자율 신경계 스스로 배터리 소모를 줄이려는 노력이라 생각된다.


꽂아줘





에너지 보존의 법칙

: 스스로 소멸하거나 생성되지 않고 들어온 만큼 나간다


1인 카페는 자신의 에너지가 가장 큰 자원이다.

그 에너지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에너지를 소진하면 안 된다. 하얗게 불태우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에너지가 있어야 미소가 나온다. 고갈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나를 잘 돌봐야 하는 이유는 그게 곧 손님에 대한 태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잠시 커피를 사기 위해 들어온 손님과의 짧은 만남은 카페에서 흔한 일상이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이 상황이 커피를 내어주고 값을 지불하는 전형적인 상호작용이 될지, 교감이 될지는 마음의 여유에 달려있다.


내가 한 말, 제스처 하나가 손님의 내부에서 미약하게나마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변화에도 신경을 기울일 수 있으려면, 마음에 여유가 필요하다


슬세권 안에 그런 카페가 있다면, 그곳에 비단 카페인 충전만을 위해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일상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그런 오아시스 같은 곳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무조건 자기 방식을 강요하고 앞에서 날 따르라 하는 식이 아니라, 직원들을 잘 관찰하고 대화하며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좋은 회사처럼, 나 혼자 하는 카페에도 리더십은 필요하다


'나'라는 직원을 '나'라는 사장이 리드할 때, 그것은 마음 챙김이다. ‘나'의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의 마음을 잘 관찰하고 도닥이고, 의욕을 북돋아주고, 동기부여 해 줘야 한다.


'나'라는 직원을 위해 '나'라는 사장이, 회식도 잘 시켜주고, 잘 쉬게 해 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팍팍 밀어주고, 아껴줘야 한다. 유일하게 믿을만한 직원, 하나밖에 없는 우수사원이자 모범사원이니까.

그가 놓아버리는 순간, 그의 에너지가 바닥나는 순간, 모든게 끝이다.




마음의 여유는 장래의 커다란 목표를 향해 악착같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나, 또는 나와 가까운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소중히 하는 것이다. 마음이 여유로워야 타인에게 인색하게 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처럼, 나도, 손님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끊임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존재들.


일하는 직원인 나도 소중하고,

카페에 오는 손님도 너무 소중하다.

그 모두가 있어야, 카페가 존재할 수 있기에


‘바로 여기' 이곳,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위해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칼퇴근.

에너지 보존의 가장 확실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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