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이 의미없는 이유
2020년, 12월. ‘K-방역‘ 이 코로나 방역의 세계표준모델을 제시하며 우리나라는 방역 모범국가로 거듭나는 듯하였으나, 확진자가 900명을 넘어 천명단위로 폭증하기 시작하자 동선추적은 무의미해지기 시작했고, 사상초유의 집합금지로 인해 자영업자 44%가 폐업을 고려하는 상황을 맞이했던 그때,
나는 카페를 오픈했다
구청 위생과에서는 오픈축하대신, 일단위로 개정되는 휴게음식점 지침사항들을 계속 보내왔고, 이러한 코로나 시국 인지라 떠들썩한 개업식은 꿈도 못 꿨으니, 어쩔 수 없이 소리소문 없이 카페를 오픈할 수밖에 없었다......
고 하고 싶지만, 사실 오픈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인들에게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집합금지 기한은 계속 연장되었다. 오픈발 따위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손님이 많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막상 손님이 없자, 점점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 때에 나보다 더 기운 빠진 모습으로 두 명의 남자가 카페에 들어왔다.
아니, 카페가 도대체 언제 생긴 거죠?
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는데요
‘도대체’라는 부사를 붙일 정도로 그렇게 내가 잘못한 건가? 두 남자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애당초 이곳에 카페는 존재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이곳에 카페가 가당키나 하냐는 듯.
나는 그저,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적고 소듕한 손님들이 행여 그대로 나가버릴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어색하게 웃으면서 스몰토크를 유도했다.
그들의 얘기인즉슨 이러했다.
이들은 대형 드라마제작사 연출부로 드라마 촬영지 헌팅장소를 물색 중 이 동네로 최종 결정이 되었고, 우리 카페 바로 맞은편 낡은 고시원에서 내일 촬영이 진행될 예정인데 우리 카페가 생겨버려서 난감하다는 것이다.
어둡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배경으로 진행하는 촬영인데 갑자기 신상카페라니...
그것도 따뜻하고 코지한 느낌의 버터옐로 컬러의 신상카페라니!
(카페가 을씨년스러울 순 없잖아요!)
자기네들이 사접답사 때는 분명히 다 쓰러져가는 구옥이었는데 촬영하루전날 촬영협조차 주변에 양해를 구하러 고시원 주변을 가가호호 방문차에 그 구옥이 어이없게 신상카페가 돼버린 걸 발견한 것이다
바로 그 드라마는 넷플릭스 최고의 흥행작
모 그 쇼가 세운 수많은 기록과 혁혁한 성공에 대해선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이미 시즌2 제작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것을 많은 기사를 통해 접했을 것이다. 어디서 그지 같은 훼방꾼이 나타나도 될놈될인 것이다.
각설하고 이 동네 상권이 어떤지를 설명하기 위해 이 에피소드가 필요했다.
여기 상권?
이곳은 70% 이상이 오래된 구옥으로, 원도심 저층주거지 재생사업 구역에 해당되어 인천도시공사에서 진행하는 집수리 지원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20년 이상 경과된 노후주택을 보수, 리모델링하는 작업으로 80~100%까지 주택개량공사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실제 70대 이상의 노인들의 실거주 비율이 매우 높은 곳으로 동네주민들을 타깃고객층 즉 카페잠재고객으로 보기에는 매우 무리가 있다.
여기 상권?
나는 여럿이서 함께 해도 혼자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요가를 좋아한다. 항상 잘하고 싶어 한다. 그런 나에게 친애하는 요가선생님이 한분 계신데 선생님이 한겨울 인도로 요가수련을 떠나신 이후에 다시 돌아오시면서 부쩍 더욱 친해지게 되어 우리 카페에도 선생님이 놀러 오시게 되었다. 요가원위치와 꽤 떨어지기도 했고, 외진 곳에 있는 터라 선생님께 선뜻 카페에 들러달라는 말을 못 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선생님이 먼저 찾아와 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샘, 여기까지 오시느라 너무 고생하셨어요 찾는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힘들긴요. 동네가 너무 재밌던걸요
네? 재밌다고요?
골목골목이 진짜 재밌어요. 꼭 인도 같더라고요. 인도에 있는 뒷골목이요
(인도... 네시아가 아니라 인도라고요?
차도인도할 때 그 인도 아니라 인도라고요?)
여기 상권?
좋은 상권은 당연히 비싸다. 그만큼 유동인구가 많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많은 유동인구들이 모두 내 가게의 손님이 되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강조하는 여기가 딱 카페자리!라고 하는 그 자리에도 카페가 생겼다가 망한다.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되는 카페였는데 어느 순간 사라지더니 카페가 망한 그 자리에 다시 또 카페가 생긴다.
좋은 상권엔 보통 스타벅스를 중심으로 반경 50m 안에 이디야 같은 중소형 프랜차이즈 2~3개, 메가커피와 같은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 3~4개, 개인카페 3~4개 순으로 밀집해 있다.
난 그곳에 들어갈 수 없었다. 창업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월세가 싸다는 것은 상권이, 입지가, 건물이 좋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남들이 기피하는 자리를 선택할 때에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고, 아르바이트생을 여럿 고용하고, 커피머신계의 페라리 라마르조꼬도 구입한다. 카페인테리어는 무조건 인스타그래머블하게! 이미 창업비용은 예산을 넘겼지만, 요즘시대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핫플 등극과 직결되는 꼭 필요한 필수요소.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모든 알고리즘이 우리 카페로 인도하여 주옵나니 마케팅에 나의 남은 모든 것을 ALL IN! 이건 다 대박을 위한 투자. 필히 뿌린 만큼 거두리라. 고. 객. 에. 게.
내 카페. 내 취향과 개성을 고스란히 반영된 나의 카페. ‘나도 이런 카페 하나 차리고 싶다...‘라고 바라마지않았던 바로 그 카페의 사장이 되었다. 대출 영끌까지 해서 이루어낸 나의 과업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하지만 동남아 스콜과 같은 강하고 짧은 오픈발이 끝나자, 매출이 뚝뚝 떨어지니 당장 다음 달 가겟세가 걱정이다. 아묻따 일단 가격부터 올리고 본다. 수도권 카페지만 가격은 강남 압구정? 창업은 내가 했지만 피해는 고객이 감수하라는 식?
그렇게 올만한 카페는커녕,
우연히 지난다면 한 번 더 올 수 있는 카페도 되지 못하고 만다.
카페창업이 마침내 지옥행 급행열차가 되고 마는 순간이다
이렇게 인스타 #카페투어 1회용으로 소비되는 카페들이 증가하는 덕택에 중고나라에 실시간으로 카페양도는 물론, 폐업정리 카페 기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카페창업을 하겠다면 꼭 중고나라에서 발품을 팔길 바란다. 환경을 위해서, 자원활용을 위해서, 창업비용 절약을 위해서, 지구와 예비창업인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카페운영 지출비율
임대료 10
인건비 30
재료비 30
세금 및 각종 공과금 10
기타 5
남는 게 없다는 소리를 이해한다면 비로소 ’ 아프니까 사장이다 ‘
카페는 태생적으로 돈을 벌기 힘들다. 테이블당 객단가도 낮고 회전율 또한 느리다. 밥보다 비싼 커피라고, 다 마셨다고 한잔 더 시키는 경우도 흔치 않고, 다 마셨다고 바로 손님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손님이 없으면 없어서 매출이 낮고, (손님이 꽉 차 있으면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다) 손님이 많으면 많아서 매출이 낮다. 그나마 고가의 원두라도 다른 음식에 비해 원가가 낮고 로스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재료비 부담감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랄까. 그래서 규모가 크지 않고 임대료가 낮은 매장에서 혼자 운영한다면 버티기에 매우 유리하다.
버티기 위해서, 고작 생존 따위를 하려고 아마 창업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카페가 이미 많은데도 새로운 카페가 또 생기는 것을 보고 분명 돈이 되는 장사일 것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사실 돈이 되서가 아니라 다들 버티고 있다는 것을 꼭 알아야 한다.
곧 끝나겠지 하면서 낙관적이었다가, 도대체 언제 끝날까 하며 답답해하다, 그러다 끄끝내는 쌍욕이 터져 나왔던 것처럼, 그렇게 언제 끝날지 모르고 비대면과 집합금지, 배달앱에 익숙해져, 확찐자가 되어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데 벗지 못하면서 꽤 오랜 시간 코로나 시국을 지나왔던 것처럼, 카페경영은 기나긴 장기전이다.
그래서 카페,
나 혼자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