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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flo Feb 05. 2024

물속에 잠긴 듯한 느낌, 우울

그럼에도 부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란다.




안다.

 


우울과 무기력이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글을 올리고 그 방법이 사람들에게 통하길 바라지만, 정말 끔찍하게 깊은 그 심연 속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약을 복용하고 정말 많이 나아진 나도 가끔 우울이 올라온다. (그나마 약을 복용하니 기분조절이 훨씬 수월하다. 뇌가 내 의지대로 컨트롤되는 느낌이다.)



아마 당신은 숨도 쉬기 어려울 것이다. 걸을 때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미친 듯이 무겁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용케 웃고, 대화하며 걷고 있겠지.

소리는 웅웅 거리고 감각은 심하게 예민해지거나 둔해지고

전두엽의 기능은 손상될 대로 되어 집중력과 기억력은 예전의 내가 아닐 것이다. 사실 지금 맑은 정신이 아니며 인지능력과 학습능력 등 모든 뇌의 기능과 신체기능까지 심각한 수준으로 퇴보되었을 것이다.

나만 혼자 물속에 있는 느낌이거나 차라리 물속에 잠시 들어가 잠수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몸의 예민도가 한계치를 넘어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물에 몸을 맡기고 싶은 기분.

온몸에 곰팡이가 피어 미치기 일보 직전의 느낌.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저 가만히 있거나 침대에 누우면 지쳐 쓰러져 움직일 수 없겠지.

무슨 느낌인지 나도 잘 안다. 끔찍하게도 잘 기억다.

숨이 차오르지만, 당장이라도 119를 불러 나 좀 잠시 기절시켜 달라고 나 좀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미소 지으며 하루하루 초인의 힘으로 버텨가고 있겠지. 



내가 지금 살아있는 것인지 살아가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 이미 뇌는 엉망이 된 상태에서 반 좀비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거, 맞다.

많이 망가진 것 정말 맞다. 당신은 병원에 가야 한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고통스러웠으니 이제 그만 고집을 내려놓고 병원에 가길 바란다. 당신이 편안하고 행복해지길 바란다. 겁내지 않아도 된다.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이 정도의 우울감은, 잠시 완화된다고 해도 조용히, 당신조차 모르게 당신의 전두엽을 망치고 있다.



각자 다양한 원인과 스토리로 (또는 특별한 원인이 있지 않아도) 뇌에 우울이라는 질병을 가지게 된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아동학대, 정서적 학대, 신체폭력, 가스라이팅, 살인과 흉기협박 등)을 성인이 되고 나서 까지 겪었다.

우울과 불안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진단을 받은 것은 최근이다.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긴 시간 동안 제발 살려달라는 마음과 공포로 인해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하며 버텨왔다.

학창 시절에는 새벽까지 여러 유리 조각과 협박을 피하며 두려움에 떨고 울다 아침이 되면 아무렇지 않게 등교했다.

오늘이야 말로 정말 죽는 날이구나 한 날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무섭고 아팠다.

화목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밝은 딸.

내가 가정폭력을 겪으며 자랐다는 걸 사람들은 모른다.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질까 솔직히 아직 두렵다. 부끄러울 건 아닌데.. 동정을 받고 싶지 않아서일까? 이것도 내가 극복해야 할 나의 자격지심이겠지.

나 힘들었다는 말을 하려 글을 쓴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중증 우울증을 길게 앓아온 내 영혼도 저기 저 깊은 심연에서 이 지상까지 끌어올려졌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얕은 깊든 상관없다. 어떤 우울이든 당신의 영혼도 올라올 수 있다. 깨끗한 공기로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다. 그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행복이라는 단어가 가깝게 느껴진다.



나는 아직 완전히 우울증 완치가 되지는 않았다. 매번 반복하지만, 당신에게 뭐라 조언할 위치도 아니다.

래도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해서든 도움이 되어주고 싶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주고 싶다.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니 사무치게 외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은 행복해질 수 있다. 편안해질 수 있다.

평생을 심연에서 살아야 할 타고난 '운명'처럼 느껴져 아무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나도 이만큼 일어섰다. 당신도 곧 일어서고 걷고 뛰게 될 것이다. 아무 희망이 없고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온 세상과 단절된 채 남들이 당연히 가지는 것들도 나만 못 가지는 것 같아 불행을 타고난 것 같았던 나도, 남들이 뭐라 하든 다시 일어나 시작할 거다.

느린 내가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응원한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Photo by aff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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