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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flo Mar 02. 2024

우울에는 '감사하기'

감사하는 행위가 우리의 뇌에 끼치는 영향





"감사가 부정성을 무너뜨리는 막강한 해독제인 이유는 삶의 조건에 따라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힘들때도 가끔 불어오는 따뜻한 산들바람에 고마움을 느낄 수 있고 반대로 돈과 권력을 소유했더라도 주변사람의 음식 씹는 소리 하나에 짜증이 날 수 있다. _ 출처 <우울할 땐 뇌 과학>


우울증의 여러 신경학적 원인이 있지만 그 중, 신경세포 내 세로토닌의 부족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울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이다.

이때 '감사'의 아주 강력한 효과는 세로토닌을 증진한다는 것이다. 감사라는 이 별 것 아닌 행동이 자신의 삶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 전방대상피질에서 세로토닌의 생성을 늘리는데 이 메커니즘이 우울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
(*전방대상피질 : 우울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관. 고통회로에서 중심역할을 맡고 있으며 부정적인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도 이곳에서 나온다. 행복한 기억은 전방대상피질에서 세로토닌을 증진시킨다.)


감사는 불안도를 줄여주기도 한다.
책에서는 감사와 불안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걱정과 불안은 모두 무언가 나쁜일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뇌가 동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대상의 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좋은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부정적인 감정을 밀어내고 감사가 그 자리를 차지해 걱정이 사라져버린다.'
또한 고마움을 느끼면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간 영역이 활성화 된다고 한다.
말이 어려워 보이지만 결국 뇌과학적으로, 감사는 우리의 뇌의 긍정회로에 큰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증명이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과 더불어 감히 첨언을 하고 싶다.
난 가끔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 어느 상황에서든, 나는 열심히 했는데 만족하지 못 할 결과가 나올까봐 등의 비슷한 결의 불안을 느낀다.
그럴 때는 그냥 실체 없는 대상에 감사한다. 그냥 감사해 한다.
완벽하지는 못해도 다행히 마무리는 지었음에 또는 참여할 수 있었음에, 다양한 경험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었음에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었음에 감사한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그럼 신기하게도 내 뇌가 감사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고 세로토닌이 증진되어 실제로 긍정적인 심리상태에 다다르고 불안도가 낮아지는 것을 체감한다.


사실 나도 우울이 짙어져 있을 때에는 감사를 느끼기가 힘들다.
이 현상 역시 우리의 뇌 회로 어느 한 구석이 막혀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호르몬이 나오지 못하게. 좋고 편안한 마음이 들지 못하게.
처음에 감사가 우울에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코웃음을 쳤다. 사실 화까지 조금...났다.
내가 지금 우울해 스스로 멸망할 것 같은데 세상이 나를 버렸는데 감사는 무슨..! 무슨..! 말도 안되는 #$%$#^#@^...
그 날로 책을 팍! 덮어버렸고 쭉 읽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아침 눈을 떴는데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가득 쌓여있었다. 그리고 겨울 햇살이 아주 따뜻하게 파랗고, 하얗고, 노란색이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니 상쾌한 공기가 들어왔다. 그 날 따라 만성비염이었던 코가 뚫려 겨울향을 더 깊게 맡을 수 있었다. 순간 행복의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저 밑에서 싹을 틔우는게 느껴지며 긍정적인 회로가 가동했고, 나는 갑자기 책의 내용이 생각났고, 시험삼아 감사한 마음을 내뱉었다. '감사하네.' 이렇게 계절을 느끼고 냄새를 맡을 수 있음에 감사하네. 그 순간 마법같이 마음이 편안해지며 불안도가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런 순간들이 더러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시도해보면 꽤 효과가 있는 일들이 있다. 무시하기보다는 요만큼이라도 시도해보자. 그럼 한번, 두번, 세번째에 나의 행복회로에 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억지로라도 가짜로라도 감사하다 라고 말을 뱉어보면 그 효과는 가히 놀랄정도이다. 난 이 마법같은 효과를 경험하고 그 후로는 자주 사소한 것에 감사하려 한다. 그리고 그럴 수록 내 뇌는 상승나선을 탄다.
(사실 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두배가 되기는 한다..자꾸 약장사 하는 사람처럼 약, 약,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고도 뭔가 죄송스러운 마음이지만, 약에 의지를 하지 않고 의사선생님과 충분한 상담후에 복약지시를 잘 듣고 나에게 맞는 약, 용량을 찾으면 정말 약 보다는 우리 몸을 위해 먹는 보조제와 같은 느낌이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기분 하나로 나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 꽉 잡아준다.)


단, 감사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비교적인 감사는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즉, 저 사람은 이런데 나는 다행히도 괜찮네.
이러한 감사는 감사가 아니다. '비교'이다.
비교를 한번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나중에 내가 비교대상보다 못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는 감사보다는 우울과 불안을 느끼게 되고 지금까지 나의 긍정회로를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그 길로 부정회로에 진입하게 된다. (한번 부정회로에 진입하면, 들어갈 때보다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대단한 것에만 감사할 필요는 없다. 아침에 샤워할때 따뜻한 물이 나와서 행복하네. 감사하다. 오늘 날씨가 좋네. 감사하다. 오늘 기분이 조금 낫네 감사하다. 아 음식이 생각보다 맛있네? 잘먹었다. 감사하다. 이렇게 사소한 감사를 하는 것이다.


무시해버리고 싶은 별 것 아닌 것 같은 행동이 때로는 우리의 뇌에 믿을 수 없는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사실 감사하기란 가장 쉽기도 가장 어렵기도 한 양극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라는 말을 내뱉기는 참 쉬운데 그 입을 떼기가 그 마음을 가지기가 정말 어렵다.
우울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어려운데 어두운 길을 걷고 있는 자들에게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울까.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가야 하기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지라도 그 어떤것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지라도 이대로 멈춰있을 수만은 없기에 뭐라 해봐야한다.
고통스럽지만 겸허히 받아들이고 한걸음 한걸음 느리게라도 걸어가야 한다. 걷다 눕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고 옆으로 새어나가기도 하고 그렇게 한걸음을 떼어야 한다.
그럼 어느 순간 실낱의 빛이 희망이 보이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그러하다.



맑고 새파란 겨울 하늘 올려다보며 흘러가는 구름 바라보고 얼굴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냄새 맡기
차가운 기운이 가시고 따뜻한 봄 냄새가 슬며시 올라올 때 쯔음의 하루 끝, 지는 석양 그저 바라보기

그리고 감사해하기.







출처<우울할 땐 뇌과학_앨릭스 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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