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좋아한다.
봄이 오면 봄도 좋고 가을이 오면 가을도 좋은데 겨울이 오면, 이 계절이 끝나지 않기를 괜히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벌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봄은 추위가 가시고 난 뒤 따뜻한 햇살이 마음에까지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가을은 조금은 쌀쌀하지만 울창한 단풍들이 그 쓸쓸함을 풍만히 채워주는 느낌이 좋다.
겨울은 춥고 아무것도 없는 느낌이다. 슬프고 쓸쓸함만 가득찬 허공같다. 그럼에도 겨울이 좋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생명력 부족한 텅 빈 계절임에도 눈이 오면 그 새하얀 빛 속에 맑고 깨끗한 생명이 가득 차 있는 느낌이 들고
뼛 속까지 시린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그 바람이 가슴 속 폐까지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 그 기분이 한 없이 상쾌하고 가벼워진다. 미세먼지가 좋은 날에 겨울 공기를 맡는다면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부족한 어휘로는 차마 형용할 수 없는 겨울 냄새. 새로 시작하는 냄새. 깨끗한 냄새. 모든 것을 순결하게 만들어주는 그 완벽한 냄새.
크리스마스 시기가 다가오면 차가운 계절 속 울컥하는 그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전구 불빛들. 설 명절이 다가오면 차가운 공기 속 자주 생각나는 어릴 적 따뜻한 귀성길.
차가우면서 시원하고, 쓸쓸하면서 따뜻하고, 공허하지만 아름답다.
이 모든 느낌을 설레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모든 역설들이 내 뇌에 낯선 혼란을 주며 그것을 설레임이라고 느끼는가 보다.
아이러니 한 계절이다.
춥고 외롭지만 너무 아름다운 역설적인 겨울이다
겨울이라는 단어를 언제쯤 완벽하게 정의 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겨울의 이 시림이 설레고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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