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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의 버드나무 Feb 21. 2022

케 세라 세라 (Que sera sera)

국제협력 개발 기구 (OECD)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2000 년대 초반 수년간 핀란드가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이 1 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핀란드의 교육 모델이 아닌 중국의 교육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이 교육계에 등장하고 있다.


세계 학업성취도 순위와 학생들의 행복지수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중국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1 위를 한다고 해서 그들의 교육체계가 과연 본받을 만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PISA의 통계 결과를 갖고 각 나라를 줄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결과를 갖고 일희일비하는 것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시험을 실시해서 학생들의 성적을 수치화했었다. 주로 초등보다 중고교에서 있었던 제도이다. 그리고 일제 고사가 끝난 후 반 별 평균을 산출하여 반 별로 줄 세우기를 했다. 또한 줄 세우기의 결과로 교사의 실력을 평가하기도 했었다.


20년 전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스페인 학교의  학생들의 학업 능력에 대한 평가는 일제 고사보다는 매 수업 시간에 실시되는 퀴즈식의 평가와 평소 수업 시간의 학습활동을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되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학업능력에 대한 교사들의 견해를 서술식으로 기술한 것이 성적표였다.  이후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살면서 아이들이 다녔던  서구식 국제 학교의 성적표도 스페인과 같았다.  성적표가 영어로  "report card"이다. 즉 서구식 교육의 성적표는 점수표(score card)가 아닌  보고서 (report)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즉  아이들의 학습활동에 대한 기록과 그에 대한 교사의 견해가 기술되어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1 학년까지는 일제 고사를 통해 산출된 숫자로 학생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서구와  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의 학업능력에 대한 교사의 견해를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중2부터 고등학교까지 일제 고사를 통해 수치화된 자료를 갖고 학생들을 평가한다.  수치화만 했지 공개적으로 등수를 산출하여 서열화하지는 않는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중1까지  점수화된 성적표를 받지 않다가 일제고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 수치화되는 것을 보는 것은 학생들에게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개개인의 능력을  다 평가할 수 없는 일제고사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수행평가와 수시 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수능이라는 단 한 번의 평가를 통해 대학과  인생의 진로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은 국제협력 개발 기구 (OECD) 학업성취도 평가 (일명 PISA라 불림) 순위에서 우리나라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전액 무료인 교육 복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처럼 대학 진학률도 높지 않다. 대학에 들어가려고 애쓰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공부를  다 잘할  필요는 없고 할 사람만 하라는 것이다.


케세라 세라 (Que sera sera)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노래이다. 노래 가사 속에서 어린 소녀는 미래에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예뻐질 것인지 부자가 될 것인지를 엄마에게 물어본다.

소녀의 질문에 엄마는 "이루어질 일은 언제든 이루어져.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게 아니란다"라고 대답을 한다. 


"케세라 세라"라는 스페인어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스페인 사람들을 비롯해 서구인의 삶의 철학 내지는 자녀에 대한 교육관이 우리나라와는 다름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분명 행복은 성적순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연중 성적순으로 행복을 매기고 있다. 한때  "스카이 캐슬 " 이란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는 자녀의 교육에 올인하고 너무나 애쓰는 오늘날 한국의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에 드러난 우리 사회의 가치관은 서구의 교육관과 참으로 다르다. 


스페인은 한때 중학교 진학률도 낮았고 문장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 및 문맹률도 높았다고 한다. 또한 PISA라는 세계 학업성취도 평가 순위도 우리나라보다 낮다.  그러나  PISA의 순위처럼 스페인 학생들의 행복지수도 낮을까?

스페인 교육당국은 PISA의 순위를 높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스페인 사람들은 케세라세라의 가사대로 긍정적이며 낙천적이다. 그들은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중시 여긴다.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도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미래에 무엇인가가 되어 있을 것임을 알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중학교나 대학교를 가지 않아도 될 일을 발견하면 안 가도  되는 것이다.

 

한때 스페인의 높은 문맹률 때문에 영어 대사로 제작된 할리우드 영화들은 스페인어로 더빙된 후 영화관에서 상영되었다. 대부분의 스페인 관중이 자국의 언어로 번역된 자막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더빙 작업을 했던 것이다. 


오늘날 스페인의 문맹률은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영화관에서는 원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더빙된 영화가 상영된다. 지금은 더빙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더빙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너무 애쓰지 않으려 애쓰지 않는 법"이란 제목의 브런치 작가의 책을 보았다. 그중 "아이의 교육에 너무 애쓰지 않기" 란 글을 읽고 너무 공감이 되어 절로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케세라 세라 (Que sera sera)"

이루어질 일은 언제든 이루어진다


자녀의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믿어주면 "케세라세라 " 일 텐데 한국의 부모들은 너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 브런치 :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발표하고  작가로 등단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플랫폼.


국제학교의 성적표.  A, B...  의 등급표시와 교사의 서술식 견해가 기록되어 있음.  수치화된 점수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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