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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pr 30. 2022

하루에 하나

잃어버린 단어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다.

어려운 책일수록 더욱 좋아했다.

이유는 단어.

새로운 각색의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되고,

그 단어의 쓰임에 따라 그 문장의 분위기와 어감이 결정되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남들 영어사전을 볼 때, 난 국어사전을 보았다.

영어 지문에 단어를 써내려가는 대신

소설책에 포스트잇을 붙여 단어의 뜻을 적어두고 마음에 새겼다.


나의 10대와 20대는 그러했다.

나의 소중한 단어들.

30대의 나는 단어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적절하게 구사하고, 적당하게 있어 보이던 예쁜 단어들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단어라는 것들도 `앎`에 기준이 되어있다기보다

`쓰임`에 기준이 되어 ㅡ 계속 반복해 주지 않으면 잊혀지기 일쑤이다.


30대에 나는 책과 멀어져갔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서는 책이라곤 그림책이 다였다.

이 넓은 세상에서 나는 나의 언어를 잊어가고 있다.

지금도 적절한 단어들이 생각이 나지 않아

서글플 때가 많다.

나의 아기에게, 이 세상에 많고 많은 것들을 아름답고 정확하게 표현해주고 싶건만.

뭐라 설명하고 무어라 말할지.

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은 상실감.

내가 이 정도로 세상과 단절되어가며 사라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


세상과 나를 이어 주는 건 단어라고 생각했기에.

내 세상의 문이 작아지고 작아져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


언젠가는 다시 나의 세상을 되찾겠노라고

오늘도 잊혀진 단어들을 그리며

사랑스러운 아기와 세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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