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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Nov 22. 2023

1. 번아웃이 뭐길래.

5시에 일어나서, 출근하기까지 공부를 했다.

기사들을 찾아봤고, 출근을 하면 사무실 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을 했다.

걸어 다닌 적이 없었다.

뛰어다녔다.

집에 도착하면 밥을 해 먹었다.

한 끼는 손수 해 먹자며 말이다.

그리고 운동을 갔다. 운동도 미친 듯이 해서,

한번 시작하면 2시간은 기본이었다.

잠이 들기 전에는 책을 읽었다.

 책이 안 읽히면 영화를 봤고

지친 몸을 가지고 어떻게 서든 잠을 자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잠을 줄여갔다.

5시간 이상의 잠은 사치라고 생각했고, 20대의 나는 평균 3~4시간을 잤었다.     


그리고 처음 맞이한 번아웃이 왔다.

사실 이게 뭔지도 몰랐다.

단순히 마음이 해이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그렇게 다짐을 했다.

내일 할 목록을 정리하고

눈감기 전에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늘 하던 것들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왜 이러지? 하면서 하려고 애를 썼다.

무언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겠다고 자리에 앉기까지가 거의 불가능했다.

겨우 힘겹게 앉았더라도  글자는 들쭉날쭉 보이지도 않고,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번아웃은

서서히 나를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스스로가 너무나도 한심했다.     


번아웃이 온 것도 모르고,

변해버린 스스로에 대하여 욕을 했었다.

욕을 해도 움직이지 않는 나의 몸은 기력조차 없었다.

몸은 망가져만 갔고, 정신은 피폐해지면서 우울해졌다.     


그러다가 지금의 친구에게

내가 요즘 너무 게을러져 버렸다.

한심스럽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라고 했다.


친구의 한마디.    

 

"번아웃이네!"  

   

그딴 거. 그런 거.

나는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그게 핑계라고 생각했다.

그냥 하기 싫은 귀찮아서 하는 핑계.

나약한 다른 이들이나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리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자존감이 높은 편이었고,

마음먹은 건 다 해내고야 마는 성격.

안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더욱더 노력하면 된다고 더 몰아붙였다.     

몸과 마음이 지쳐 모든 것을

놓아버린 

소각상태가 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의 에너지가 이것이 한계란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벽에 부딪힌 거 같았다.     


아직 뛰어나게 무언가 성공시킨 적도 없는 내가,

평범한 내가 왜 번아웃이 왔는가?라는 생각만 들었다.     


무기력. 한량. 실수투성이.

실천하지 않는 쓸모없는 잡생각.

식욕부진 또는 폭식. 수면장애. 흘려버린 시간들.     


그렇게 한 두어 달을 보냈다. 

    

도대체, 번아웃이 뭐길래!     


한두어 달 보내고 나니 드는 생각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해서 그런 건가?

하면서 별의별 것을 시도했다.

전환의 시도.

그러다 결국 퇴사까지 하고야 만다.

그럼 또 퇴사했으면 쉬고 놀았어야 했는데,

새로운 걸 해보겠노라고 쉬지도 않고

놀지도 않고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좀 하나 싶었으나,

마음이 힘든 상태였던지라 온전하게 하지도

온전하게 끝내지도 못했다.     


이것저것 하며 즐기지 못하고 흘려버린 시간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아깝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의미 없는 시간들은 아니었을까? 싶다.     

젊은 날의 방황이라고 하였던가?


아깝기도 했고, 유익하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조금. 

한 템포,

나의 시간들은 한숨을 돌려, 아주 잠시 멈추어야 했다.     


당신은 번아웃이 왔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하는 건 안다.

당신은 어떠한가?

번아웃이 온 것 같은가?

지금 수용단계? 부정단계?     


우선 무기력증을 그냥 둘 수 없어 이것저것 시도했는가?     


전환은 필요하다.

환기는 필요하다.     


하지만, 번아웃이 온 당신은

필요이상의 계획과 행동은 필요 없다.     


번아웃이라는 게 그렇다.

그대의 장황하고 위대한 계획 따위 필요 없다.     


번아웃이 왔다면 받아들이고 지금 하는 모든 것을 멈춰라.

일단, 멈춰보자.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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