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
강박이 있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누군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일분일초를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에 번아웃이 온 나는 계속 꾸준하게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꼬집었다.
한편으로는 무의미한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또는 아무것도 안 하자니 허전해서.
주변인들은 이제 쉬라고
좀 내려놓으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어영부영
그 말을 듣고, 그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이라도 가야겠구나.
하고는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짰다.
면밀하게.
그러다 보면 계획을 짜는 거도 힘들다.
가지 못하기도 했다.
갔다 치더라도,
빼곡한 계획에서 이것저것 하겠노라고 했건만,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 것 같아서, 찜찜해했다.
결국 여행도 일처럼 되어버리고,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라고 한 여행은
망하고 말았다.
여행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가지 못했다.
빌어먹을 계획병과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일탈은 꿈꾸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다. 일탈
일탈은 큰 게 아니다.
빼곡한 일상에서 사소한 하나만을 빼먹어도 일탈이 될 수 있었다.
그저 하지 말라.
여행 가기로 했다면 계획 없이 가기.
아니면,
여행도가지 말고
가만히 누워있는 하루를 보내어봐라.
그렇다고 다 손 놓아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조금씩 양보할 수 있는 만큼 죄고 있는 마음을 놓아라.
번아웃이 온 나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힘겹게 아등바등 살까.
아등바등 살아서, 노력한 대가가,
고작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나의 상태인가? 고작?
아니다.
그 노력의 대가로 이제는 쉬라고,
내 몸이, 정신이 휴가를 준 것이다.
노력한 보상이다.
그러므로,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