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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Nov 06. 2024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평범하지 않은 나일지라도

자기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라. 그러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한 번쯤은 들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하거나, 트라우마에 갇혀서 부정을 하려고 애쓰는 이에게 건네는 말. 좋은 것도 나이고, 나쁜 것도 나이니-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해진다고 말이다.

이 말은 결국 현재의 자신에게 집중하라는 말이기도 하다. 좋든 나쁘든 나는 나다.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누가 받아주겠는가.

 너무나도 당연하고, 너무나도 쉬운 말인 것 같지만, 참 어렵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는 평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것이다. 비범하다고 생각을 한다거나, 감성에 젖어 있는 모습이 특별해 보이기도 하는 좋은 면과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징글징글한지-라면서 나쁜 면에 빠져들면서,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 있다면 말이다.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세상의 중심이 되어보기도 하는 그런 생각.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러다 보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라온 환경에 대하여 평범하다고 생각했다가도, 비참하지 않았나? 내 인생을 내가 망가트린 건가, 또는 누군가가 망가뜨렸나- 하면서 원망하고 생각하고, 만족하다는 모습이 돌고 돈다. 생각보다 그 기복은 심하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한결 나아지고 있음은 분명 말할 수 있다.


 '나를 그대도 받아들이기.'


과거가 어떠했건, 현재에 살아가는 나는, 물론- 과거에 영향으로 자라났고, 커왔고, 살아가는 중이지만, 스스로 변하기도 하고, 변치 않고 지켜나갈 것을 지켜나가면서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 현재의 나를 혐오하기도 하지만, 사랑하기도 한다. 나 스스로를 말이다. 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때는 그 상태가 심각했다. 온갖 생각들이 나를 뒤덮어서 질식할 것만 같았다. 지나온 과거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아내고 힘들어하거나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나의 현재는 흘러갔고, 과거가 쌓이기 시작했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과거로 만드는 행위. 반복될수록 지쳐가고 스스로를 버리고 있는 그 느낌. 최악이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 생각을 그만해. 그냥 너 자신을 받아들여.'


말은 쉽다. 생각을 그만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렇게 쉬운 말 몇 마디 듣고 나면, 정말 이게 쉬운 일인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 쉬운 걸 못하는 내가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 없다.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생각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평소에 생각을 그만하라는 다른 이의 조언은 그저 말뿐인 것이다. 운동을 해봐- 음악을 해봐-라는 말을 듣는 순간에도 못하는 이유가 수백 개가 떠오른다. 그렇게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그저, 억지로 자리에 앉아서 애를 써야 한다. 그러니까, 너무 쉽게, 생각을 그만해라는 말보다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평소 네가 좋아하는 거, 또는 관심 있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걸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조심스럽고 상냥한 말이 좋을 것이다. 생각을 멈춘다는 건 쉽지 않다는 것도 꼭 말해주자. 위로해 주자. 답답하다고 이렇게 생각 많은 이. 나를 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를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자. 그리고, 그들의 선 넘는 지레짐작의 조언에 나 스스로를 무너트리고 한심스럽게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몰두할 것을 만든 나는(우리는) 생각을 조금씩 줄어나갈 때쯤 부정적인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숨을 쉴 기회를 준다. 이렇게 슬퍼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고작 그런 일이 아닌, 내가 겪은 그런 일에 힘들어하는 나를. 행복해하는 나를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것이라며 아껴주고 안아주는 것. 생각을 멈추고서야, 자신을 받아들일 준비를 차츰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나 스스로가 해내야 하는 것이다. 남에게 기대어 조언도 받고, 위로도 받으면서, 나머지는 나의 마음을 굳게 다스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과한 친절한 참견에서 조언받는 입장은 부담스럽고 듣기 싫을 지도. 


 평범하게 사는 것은 그래서 여간 힘든 일이다. 쉬운 것 같아도 어렵다.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면서 조용히 천천히 걸어가겠다고 해도, 과거가 자꾸 발목을 잡는다. 과거에 메이다 보면 현재와 미래를 생각할 수 없다 보니 도태되는 삶 속에서 평범하게 사는 게 힘들어진다. 제일 먼저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고, 소통의 문제를 겪고, 나의 감정들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지면서, 일상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하는 행동이 느려지고, 실수가 많아진다. 그렇게 되다 보면 결국 평범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가는 걸 느끼게 되는데, 이 영향은 다시 도돌임표가 되면서 나를 힘들게 한다. 


 올해 하반기가 되어서, 나의 목표가 생겼다.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 한주 한 주, 내가 평범하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당연하게, 돈 걱정 없이, 집 걱정 없이, 먹고살 걱정 없이, 신체건강에 문제없이- 살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생각하고 글을 썼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 외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그 외의 것. 나의 마음. 나의 과거, 나의 관계들에 대하여. 

 어느 하나 특별할 것 없었고, 어느 하나 평범한 것 없이, 울퉁불퉁하고 모나 있는 것들이 나를 잠식시켰다. 그러면서 평범하게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거라고?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은 생각을 키우고, 나의 모든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고,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생각을 전혀 못한 채, 큰 문제가 생겼다.라고 생각했다.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나를 있는 그대로 보기를 시작했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부정적이고 안 좋은 것들. 현재에까지 영향을 주는 나쁜 것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도려내기로 하면서,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하여 고군분투 중이다.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고민이, 꼭 나라서- 나니까-가 아니라, 지금 현재를 지내고 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 사람은 아니다. 옛사람에 가까운 사람이라서, 지금껏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해야 하는 것, 내가. 이 '내가'를 퍼먹고 살았던 사람이다. 나의 취향이 뭔지,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말이다.

 

 '네가 원하는 걸 해. 좋아하는 걸 하면 되지. 꿈을 가져.'


 나는 항상 꿈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위한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 나를 위한 이 아닌, 타인을 위한, 남들을 위한 꿈이었다. 그걸 깨닫기까지는 34년이 걸렸다. 환경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건 단순히 잠을 자는 걸 수도 있고, 맛있는 고기를 먹는 거일 수도 있다. 원하는 건 거창할 수도 있고, 사소한 걸 수도 있다. 그걸 스스로 들여다볼 시간을 주었는가? 꿈이 없다면, 없는 것도 나일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없다면 없는 것도 나이다.

 왜 꿈이 없지, 원하는 게 없지,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은 접자. 그냥 그게 나이다. 지금까지 자라온 환경에서 만들어진 나. 그게 싫고,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도 나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칭찬을 해주면서 나를  그대로 받아들여보자.

 

 나이기에 특별하고, 나이기에 평범하다. 남들과 비교하며 이렇나, 저렇나, 할 필요 없다. 


그냥, 나는 나다.


오늘도 나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이여. 그래서 타인에게 그 걱정을 공유했으나, 나만 유별난 사람으로 만들어 울적한 이들이여. 그저 우리 스스로를 잘 토닥여주자. 나를 이해하는 것은 나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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