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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Jul 19. 2024

1990년대 어느 여름
나는 논산 훈련소에 있었다.

추억의 브스러기 시리즈 1편 양배추의 추억

1990년 중반 여름 

나는 논산 훈련소 29연대에 소속된 훈련병이었다.


요즘처럼 매일 비가 내렸다.

훈련을 끝내고 나면 훈련복은 땀과 비로 축축했다.


훈련병의 생활은 간단하다.

기상과 함께 밥을 먹고, 훈련 나가고, 다시 점심 먹고, 다시 훈련하고, 

밥 먹고 잠자고 그리고 끝이다. 물론 중간중간 얼차려와 훈육을 

가장한 폭언과 구타가 사이드 메뉴로 나왔다.

4주라는 짧고 긴 시간 동안 

군인이 갖춰야 할 기본기를 익히는 여러 가지 훈련이 끝없이 이루어진다.


훈련병은 이제 갓 태어난 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걷기 뒤돌아 걷기 왼쪽으로 걷기 인사하기 밥 먹기 

모든 것이 기존의 생활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거기다가 생전 해보지도 않은 기초 군사훈련을 배워야 한다,

총쏘기 수류탄 던지기 포복하기 활강하기 등등등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배워야 하며 

군가까지 배워야 하는 종합스쿨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훈련 시간에 유일한 행복은 먹는 것과 자는 것이다.


자는 것은 매일 같지만 먹는 것은 매일 다르다.

여름이라 그런지 닭들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일주일간  매일 닭을 먹었다.

닭국, 삼계탕, 닭볶음... 뭐 주로 삼계탕이 나왔다.

첫날은 좋았다.


하지만  5일 동안 삼계탕 매일 두 끼를 먹다 보니 

몸이 점점 닭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닭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곧 날개가 나올 것 같았다,

매일 같은 크기의 닭이 나왔지만 점점 닭이 커지는 것 같았다.  


닭이 식탁에 사라지고 나니 이번에 양배추가 시작되었다.

매일 양배추 김치에 양배추 삶은 것에 더불어 양배추 된장국까지

매일 3종 세트를 3끼를 먹어야 했다,


그전까지 내가 먹은 모든 양배추의 총량을 하루에 갱신할 수 있었다.

만약 지금처럼 양배추가 건강식이었음을 알았다면 

아마도 양배추를 사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입대할 때 체중이 58kg에 불과했다.

대학 4년 동안 매일 술을 먹었고 밥은 대충 먹었다.


그 결과 중학교 3학년 때 65kg였던  체중이 58로 줄었다.

대신 4주 동안 다시 65kg 늘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매일 땀을 흘리고 체중이 무려 7kg 늘어난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일 닭과 더불어 위에 좋은 양배추를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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