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에서 만난 두 사람의 도전과 러브스토리
1편 트랙
운동장에 어둠이 안개처럼 자욱하게 내렸다.
텅 빈 운동장 멀리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터벅터벅 걷는 것인지 아니면 뛰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희미하게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운동장에 나 말고 달리는 사람이 다 있구나”
운혁은 자기 운동화를 트렁크에서 꺼냈다. 신고 있던 구두를 차 안으로 던져 넣었다.
발목을 빙빙 돌리며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발부터 머리 순으로 오랫동안 해왔던 루틴이었다. 어깨를 돌리고 제자리에서 몇 번 점프하더니 시계를 켰다.
삑! 하고, 시계가 달리기 모드로 진입하자 달리기 시작했다. 매일 습관처럼 그렇게 달리기를 해왔다.
오늘은 10km 페이스주 훈련하는 날이다. 400미터 트랙 25바퀴를 돌면 된다. 하지만 오늘은 거친 숨소리가 1 레인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8 레인을 돌아야 한다. 22바퀴를 돌면 10km다.
천천히 달리다가 점점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 바퀴 한 바퀴 숫자가 늘어나고 숨이 가쁘기 시작한다. 등에 살짝 땀이 나기 시작했다. 100미터 질주를 세 번 정도를 더한 후에 준비운동을 끝냈다.
이제부터 진짜 훈련이다.
22바퀴 같은 속도로 달려야 한다. 가장 하기 싫은 훈련이기도 하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훈련이라 안 할 수가 없었다. 운혁은 목요일 저녁 퇴근 후엔 항상 이 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오늘은 8 레인으로 달려야 하니 벌써 마음이 흐트러진다. 25바퀴 400미터 딱 떨어지는 것이 좋은데 445미터 22바퀴를 돌려고 하니 어느 속도로 달려야 하는지 계산하는 것부터가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저 여자는 저렇게 느리게 달리면서 왜 1 레인에서 달리는 거야!”
“짜증 나게"
운혁은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 있던 생각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다행히 거리가 멀어 들리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다.
“자! 시작해 보자 “
운혁은 시계를 다시 세팅하더니 첫 바퀴를 힘차게 내달렸다. 한 바퀴 두 바퀴… 10바퀴를 달렸을 때 운혁은 달리기를 갑자기 멈추었다. 신발 끈이 풀어져 자세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은 되는 일이 없군" 운혁은 투덜거리며 신발 끈을 다시 묶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조깅 페이스로 남은 거리를 달렸다.
달리기를 멈추고 다시 신발 끈을 풀고 있을 때 1 레인을 달리고 있던 사람도 달리기를 멈추었다.
“저… 안녕하세요"
“아…네"
저기 혹시 달리기 좀 가리켜 줄 수 있나요?
아…네
뭐 가르쳐 줄 수는 있지만 그런데 누구세요?
“저요
"저 여기 근처에 살아요.
달리기를 해보고 싶어서 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든데요.”
“아. 그래요.
오늘은 다 달리신 거죠?
네…
좀 점에 달리시는 것을 보니까 멋지게 잘 달리시던데요?
아. 네
감사합니다.”
운혁은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경력이 좀 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뭐 대단하게 잘 달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보다는 잘 달리시겠죠?
뭐 그렇기는 하겠죠?
그럼, 다음에 만나면 그때 알려 드릴게요.
아… 그럼 우리 시간 정해요.
저 매주 이날 운동장에 나와요.
다음 주 이 시간이…. 아니 이 시간보다 한 시간 전에 만나면 어떨까요?
네. 좋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운혁은 갑작스럽게 약속을 정한 것도 그렇고 서로 이름도 모른다는 것도 그렇고….
따라가서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물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어떻게 되겠지...
그나저나 예쁜데…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