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법 또는 유기농에 관해...
2004년 여름, 나는 처음으로 "‘자연농법"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자연농법 또는 유기농에 관해...
2004년 여름, 나는 처음으로 "‘자연농법"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한마디로 말해 자연농법은 단순한 무농약이나 무비료에 그치지 않고, 가능하면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병충해를 방제하며, 자연의 흐름에 맞춰 농사짓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농법의 주요 특징
무농약·무비료
화학 비료나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토양과 생태환경을 유지한다.
토양 생명력 중시
토양 속 미생물과 유기물의 순환을 통해 식물이 스스로 자라게 한다. ‘땅의 힘’을 믿는다.
풀과 곤충을 적으로 보지 않음
잡초나 해충도 생태계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가능한 한 제거보다는 공존을 선택한다.
자연의 시간 존중
인위적인 속도 조절이나 생산량 증대를 지양하고, 계절과 기후에 맞춘 재배를 지향한다.
후쿠오카 마사노부와 『짚 한 오라기의 혁명』
후쿠오카 마사노부는 일본의 농학자이자, ‘자연농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책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은 지금도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이 책은 농업을 넘어선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
책의 핵심 철학
무위의 농법 (Do-Nothing Farming)
잡초 제거, 경운, 비료 사용, 농약 살포를 하지 않는 농법.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하지 않는 농사’다.
자연을 믿고 맡기는 농사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맞추는 능력이 있으며, 인간은 조력자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순환과 조화의 철학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생태적·영적 균형 속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진정한 농법이다.
“자연은 완전하다. 그것을 바꾸려 하는 인간의 노력은 대부분 문제를 더 키운다.”
“진정한 혁명은 들판에서, 짚 한 오라기처럼 조용히 시작된다.”
현실 속 자연농의 한계와 변화
지금의 시대는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다.
현대 농업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맞춰 발전했고, 소규모 농가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참거래’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것이 하나의 낭만적인 실천처럼 느껴졌다.
유기농업과 무농약 농법은 새로운 농법으로 환영받았고, 마치 대한민국을 개몽하는 듯한 시기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유기농업은 점차 쇠퇴하고 있다.
한국의 농산물 가격은 높은 편이며, 유기농산물은 그보다 더 비싸다.
소비자들은 ‘가치’보다 ‘지출’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출산율과 유기농 소비의 연결
출산율의 감소 역시 유기농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성인은 자신의 먹거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더 안전한 먹거리를 주고자 하며, 그래서 유기농을 선택한다. 하지만 아이의 수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구매자가 줄어들었다.
또 하나는 출산율 저하로 친환경 급식 수요도 줄었고,
학교 급식에 유기농산물을 공급하던 농가나 업체들이 도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기농업의 미래는?
앞으로 유기 농업이 어떻게 될 것인가? 누구도 정확한 답을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두 가지 경우에서만 유기농이 지속될 수 있으리라 본다.
1. 안정적인 재배 기술과 방제법을 확보한 농가
긴 시간의 실험과 시행착오 끝에 자리를 잡은 농가는 살아남을 것이다.
2. 가치를 인정받는 품종과 소비자
가격이 높더라도 꾸준히 소비할 수 있는 품종과 그것을 지지하는 소비층이 있다면 유지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벗어난 새로운 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현재 유기농업이 처한 냉정한 현실이다.
그동안 함께 했던 많은 친환경 농가들이 유기농을 포기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 더 많은 농가들이 유기농업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렵고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려는 사람은 "구도자"가 아니면 힘들기 때문이다. 농민에게 그런 일을 요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