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딸년과 강아지 아들 #1

by 수련

갑자기 부엌 벽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곧 새 주인을 맞이할 집인데 난감했다.

오래된 아파트라 다른 건 다 감안하더라도 이건 안 되겠다 싶어 숨은 고수를 찾아 나섰다.

다들 외벽 크랙 때문일 거다, 외벽으로 줄을 타야 한다 하면서 몇 백만 원 견적을 날리는 통에 가난한 나는 매우 난감했다.

그때, 내가 보낸 사진을 보고 내부에서도 충분히 보수가 가능하다 하시는 분이 계셔서 냉큼 모셨다.


최대한 빨리 기사님을 모시고 싶어 출장이 있는 날 오전으로 약속을 잡았다.

모처럼 늦잠 잘 수 있는 날인데 일찍 일어나 부지런을 떨었다.

눈 뜨자마자 하는 내 일상은 우선 딸내미 방 문을 열어 강아지 구름이를 누나 방에 넣어주는 일이다.

문을 빼꼼 열어 주니 폴짝폴짝 뛰다 누나 방으로 총총 걸어 들어갔다.

씻고 준비하고 구름이 우유에 약 타고 정신없이 오전이 흘러갔다.


기사님은 약속 시간 10시에 딱 맞춰 오셨다.

낯선 사람의 등장에 구름이는 안절부절 난리가 났다.

워낙 험한 세상이라 딸내미와 나 둘만 있는 집에 남자 기사님이 오시니 나도 살짝 신경이 쓰였다.

선량한 기사님께는 너무나 죄송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 와중에 아침에 열어둔 딸내미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다 큰 아가씨 자는 방 문을 열어둘 수가 없어 조용히 문을 닫았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공사에 내 마음은 너무나 초조했다.

점심 약속과 출장이 줄줄이 있어서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름이는 일하는 기사님 옆에서 방해하거나 안절부절못하고 방황했다.

누나 방에 들어가려나 싶어 자는 아이 방문을 열었다.

밖은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엄마는 혼자 전전긍긍인데 고1이나 되어서 12시가 다 되도록 퍼질러 잠만 자는 딸내미가 살짝 미워졌다.


'저 노무 가시나'


하고 눈을 흘기는데 문 사이로 빼꼼 아이의 발이 보였다.

이내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딸아이의 발이 나는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무식하게 크기만 한 내 발과는 달리 사이즈는 같은데 오동통하고 하얀 아이의 발은 꼭 마시멜로 같다고나 할까?

한 번씩 으르렁거리러 들어갔다가도 뽀얀 발 두 개가 이불 밖으로 빼꼼 나와 있으면 그 발을 쓰다듬기 바쁘다.

분명 집 들어와서 발이라곤 안 씻었을 텐데도 발을 붙잡고 뽀뽀를 해댈 때도 있다.

유독 그 발이 눈에 꽂히는 순간이면 귀여운 어린 시절 꼬마 아이를 마주한 느낌이 든다.

엄마 마음은 애가 타는데 천하태평 잠자는 다 큰 딸이 얄미워지려 하던 그 순간에도 하필이면 그 두 발이 내 눈에 띄어버려 얄미워하지도 못했다.


강아지를 막 키우기 시작했을 때, 강아지 발에서 꼬순내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강아지는 체온 조절을 발바닥으로 하기 때문이라 했다.

결국 그게 땀냄새와 다를 바 없는데 주인들이 그 개 발바닥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랬던 나는 수시로 구름이 발바닥에 코를 갖다 댄다.

코만 갖다 댈 리 없다.

뽀뽀도 마구 해댄다.

그 발바닥으로 지 오줌을 밟았건 말았건 이 정도면 꼬순내 중독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에 오면 손 씻고 발 씻는 게 1번일 정도로 손과 발은 늘 더러움을 대표하는 신체 부위였다.

나도 그 누구의 발도 딱히, 굳이 만지고 싶지 않다.

모두에게 그럴 줄 알았다.

이렇게 딸아이의 토실토실 두 발과 꼬순내 진동하는 개 아들 발에 이렇게 관대해지다니.

이런 내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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