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야, 생일 축하해!
반갑지 않은 생일이 다가왔다.
사랑받지 못한 내 안의 그 아이는 이제 원가족을 떠나 새로 가정을 꾸렸으니 이 가정 안에서는 사랑받고 싶어 한다. 매일매일 큰 사랑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1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만큼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싶다. 그러나 매년 생일 기대와는 다른 생일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남편은 매년 나의 생일을 잊어버렸고, 평소와 다른 날이 될 거라 기대하던 나는 또 아파하며 울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남편에게 생일 며칠 전부터 알려주자!
곧 내 생일이야. 며칠 후면 내 생일이야. 이러면 잊어버리지 않지 않을까?
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남편은 서툴렀다. 내가 그의 생일에 해주는 것만큼은 못하더라도 내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안아주기라도 했다면...
특별한 이벤트나 선물을 바란 것은 아니다.
생일이 되기 전부터 나는 "누군가 나를 위해지어 준 밥을 먹고 싶어. 그러니 나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줄래?" 하며 정확한 요구를 했지만 기대는 또 어긋나 버리고 만다.
오후 1시가 되도록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 그는 무슨 생각일까......
최근 몇 달 동안 힘들어하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기분은 좀 어떤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이 서운하다고 화를 내던 어젯밤의 나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걸까....
엄마의 인생을 평생 불행으로 밀어 넣은 존재가 나라는 것 때문에 생일이 반갑지 않고 나의 존재가 축복받지 못한 존재라 느끼던 나는 나의 가정 안에서는 사랑받고 싶었다. 온갖 서러움이 밀려들며 비딱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뛰어다닌다.
아이들도 남편도 나의 부모도 다 똑같다. 내가 주는 사랑과 걱정을 받기만 할 뿐, 내게는 모두 관심이 없구나. 나는 몸을 일으켜 가방에 노트북을 챙겨 집을 나섰다.
내가 나를 사랑해 주자.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애쓰는 짓은 이제 그만두자. 남편과 아이들을 위하지만 말고 내가 나를 위해주자.
차에 시동을 걸로 지도앱에서 미역국을 검색했다. 좀 거리는 있지만 미역국 전문점으로 향했다. 운전하며 가는 길에 내가 나의 존재 자체가 불행이라 느끼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축복을 바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고 기대가 무너질 때 계속 땅굴을 파기보다는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해 주자.
"내가 나를 축하하고 내가 나를 축복해 주자!!! 어차피 인생 혼자야!!!"
눈물이 흐르는 와중에도 나 자신이 기특했다. 이렇게 우울해하면서도 나는 지하 100층에 떨어져 있는 나를 끌어올리려는 사고와 행동을 하는구나. 이렇게 미역국을 사 먹으러 가는 발걸음도 내가 나를 사랑해 주자는 생각도 너무나도 기특했다.
사실 목이 메어서 잘 먹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주는 첫 선물은 정말 맛이 좋았다. 그래도 인생을 잘못 살아오진 않았는지 아침부터 생일을 축하해 주는 친구들의 연락이 감사하고 나는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일 거란 위안이 되었다. 왜 가족들에게만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 나한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고민도 생기지만 말이다.
이렇게 나와서 혼자 내 생일을 챙겨주는 와중에도 가족들이 밥은 먹었을까 걱정하는 내가 조금 애처롭게 느껴지긴 했지만 나도 이제 나한테 사랑받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