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생크림 딸기샌드

# 오늘은 여유롭고 평화로운 하루를

by 판다찐빵

봄이 오면 많이 보이는 과일이 있다. 평소에는 잘 찾지 않는데 이상하게 봄이 오면 먹고 싶어지는 과일.

그건 생긴 것도 예뻐서 인지 디저트마다 올라가 있는 딸기다.


딸기 디저트를 말하면 하루 종일 말해도 부족할 것이다.

딸기 떡, 딸기 소보로빵, 딸기크림빵, 딸기호떡, 딸기크루아상, 딸기 전병 등

과하게 말하면 인터넷에 딸기디저트 하나만 검색하면 온 세상 디저트들을 다 구경할 수 있을 정도이다.


디저트에 딸기만 얹으면 더 예뻐 보이는 효과도 있어서 인지 카페메뉴나 빵집에는 시즌 메뉴 또는 한정메뉴로 딸기음료, 딸기 디저트가 해마다 추가되었다.

요즘은.. 두바이초코와 딸기의 조합 또한 꽤 많이 보이는데 막상 먹어보면 조합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온통 딸기 밭이네'


퇴근하는 길 아직 열려있는 장을 구경하러 조금 걸어 시장에 도착했다. 퇴근하고는 장사 마무리 단계라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지라 한 번씩 들렸고, 쉬는 날에도 시장구경을 좋아하는 지라 장이 서는 날이면 현금을 조금 챙겨 밖으로 나오곤 했다.


7시가 다돼 가는데도 아직 밝은 하늘,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다른 옷차림, 이제 봄이 왔구나 싶다.


"사장님- 얼마예요?"


달콤한 냄새에는 벌이 찾아들었고, 그 향에 나도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벌이 올라가 있던 딸기 바구니에 바로 지갑이 열렸다.

크지는 않지만 상태가 좋은 딸기 바구니를 두 개 저렴하게 산 걸 시작이었다. 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어느새 장바구니에는 딸기와 봄동, 나물까지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봄꽃 소풍을 즐길 준비를 해야지'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재료들은 전부 산 것 같아 손은 무겁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쉬는 날에는 보통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출근하는 길 꽃을 본 이상 미루면 안 됐다. 이곳으로 이사한 후 매년하게 된 여유롭고, 평화롭고 나만의 소중한 행사.

좀 더 피고 나서 갈까, 아직 이르지 않나 생각하고 가지 않으면 항상 늦어버렸다.


'꽃이 가장 예쁜 시기는 없다. 내가 본 그 순간이 가장 보기 좋은 시기다.'


어릴 때 본 만화에서 이 대사를 들은 이후로부터는 그냥 본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그때는 무슨 내용인가 하면서 즐겼지만, 이제는 그 내용이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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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다-!"


소풍 가는 날 날씨까지 좋으니 눈 뜨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소풍이라고 해도 혼자 가는 거니 큰 준비물은 필요 없고, 조금 일찍 일어나 어제 사온 재료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준비물은 딸기, 식빵, 생크림, 궁금해서 사온 말차 생크림.


전날 사 온 딸기를 깨끗하게 씻어 반으로 자르고, 식빵 테두리는 잘라서 봉지에 다시 넣어놓았다.

셍크림 딸기 샌드 만드는 방법은 유치원생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다.


식빵에 크림치즈를 살짝 바르고 그 위에 딸기 잼, 생크림을 순서대로 바르고,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딸기를 그 위에 올린다.

마지막으로 다시 식빵을 덮어 비닐랩으로 싼 후 자르면 도톰한 딸기 샌드위치 완성이다.

똑같은 방법으로 생크림을 말차크림으로 바꿔 말차 크림 딸기 샌드위치까지 만들면 이제 소풍 갈 준비 끝이었다.


"가볼까-"


집에서 멀리 덜어지지 않는 산책로로 가는 길, 이제 길에는 노란색, 하얀색, 분홍색 꽃들이 많이 보였다.

이른 시간 산책로는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안쪽으로 조금 걷다가 입구에서 멀 지 않은 위치에 있는 큰 벚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잠시 멍하니 풍경을 바로 보고 있자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옆에 두었던 가방 위에 여러 꽃잎이 내려앉았다. 예쁘게 내려앉은 꽃잎은 굳이 털어내지는 않고 살짝 가방을 열어 매실차와 샌드위치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낙엽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 말도 있었는데 벚꽃 잎을 잡으면 뭐였더라.


쓸 때 없는 생각을 하며 예쁜 모양의 샌드위치와 벚꽃을 찍었다.

날이 좋아서 다행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의 딸기는 마치 꽃처럼 예뻤다.


'딸기를 더 넣을걸 그랬나'


사진은 한 두장만 찍고, 샌드위치를 입 안 가득 베어 물었다.

딸기의 달콤 상큼한 맛과 부드러운 크림. 크림을 조금 많이 넣었는지 입에 다 묻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여유로운 아침, 나만의 소소한 행복의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꽃 축제도 했었는데.. 지금은 운동하는 사람만 조금 지나다닐 뿐 그 많은 사람이 다 어디 갔을까 싶다.


'뭐야.. 말차 크림.. 너무 별로잖아..'


빵집의 인기 제품이라고 산 크림이지만, 먹어보니 씁쓰름한 말차 향과 맛은 별로 나지 않는데 크림의 느끼한 맛은 너무 강하게 느껴졌다. 내 취향은 아니라 먼저 빨리 먹어버리고는 남은 딸기샌드는 천천히 먹었다.


이렇게 혼자 2개의 빵을 천천히 다 먹을 때까지 지나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게 조금 신기했다.


'여유로워서 좋긴 하지만-'


조금 더 멍 때리고 있을까 싶었지만, 세탁 맡긴 것도 찾으러 가야 되고 이제 일어나자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창문을 열고 청소 좀 해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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