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버터떡

# 오늘은 아쉬움과 함께

by 판다찐빵

빵 중에 가장 좋아하는 빵은 쫄깃한 식감의 빵이다. 찹쌀이 들어가 있는 빵은 보일 때마다 한 번씩 사 오고, 쫄깃한 통 식빵은 집에 없는 날이 거의 없었다.


"식빵이랑 뭐 살까.."


그날도 통식빵을 구매하려고 배달 앱을 키고는 이것저것 검색하던 중, 배달 앱 상위권 검색어인 버터떡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단어에 뭔가 찾아보던 나는 쫄깃한 식감이라는 말에 꽂혀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아, 연유가 집에 있었나"


유행하는 것 치고는 가격이 크게 비싸지도 않으니깐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주문을 해버렸다.

그리고 이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은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가는 내 성격을 건드렸다.


이제 식빵대신에 버터떡이 테이블 한구석에 자리하게 되었다.



-



오늘까지 근무하는 스탭에 작게 쿠키라도 사 와야지 했지만, 늦잠을 자는 바람에 뭔갈 사기는커녕 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하는 달리기를 집에서부터 하게 됐다.


"와.. 내 체력... 무슨 일이야.."


역시 운동부족인가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목에서 피 맛이 났다.


"안녕하세요-"


"1분 전 도착하는 건 뭐예요-"


"유니폼 안에 입었잖아요-"



아슬아슬 늦지 않게 도착한 나는 모여있는 사람들의 옆에 가쁜 숨을 감추고 서있었다.



"가지 마요!"


"자주 놀러 와야 돼요-"


오픈할 때부터 같이 일하던 주말 스탭분의 근무 마지막날이어서 그런지 오픈 하기전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에 2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성실한 사람이라서 그만둔다는 말을 듣고 이제 못 보겠구나 하는 아쉬움과 이제 한동안 교육만 하겠구나 하는 걱정이 같이 섞여서 들었다.


사람이 그만두는 날의 시간은 왠지 빨리 가는 것 같았다. 친화력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그동안 짧은 대화밖에 나누지 못했지만, 오늘은 둘만 남았을 때 슬쩍 보고 싶을 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밝게 웃는 얼굴과 홀가분해 보이는 대답에 조금 부럽기도 해서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등 평소라면 하지도 않을 가벼운 농담도 나왔다.



"아! 윤 스탭님, 저.. 그 바구니에 있는 거 선물이에요-"


"네?"



퇴근 준비를 할 때 옆으로 와 작게 속삭이는 말에 깜짝 놀라 뭔 선물이냐고 되물었지만, 별거 아니라며 남은 일을 하러 가버렸다.

나는 준비한 것도 없는데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며 먼저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름표가 붙어있는 바구니에 들어있는 작은 쇼핑백을 조심스레 가방에 넣었다.


같이 오래 일했던 사람이 그만두게 되면 뭐라 표현 못할 기분이 들었다.


'이제 한번 보기도 힘들겠지'



-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은 쇼핑백을 열어보았다. 혹시나 가방에서 구겨지지는 않을까 나름 신경 쓴 보람이 있었는지 멀쩡한 쇼핑백에 안심을 했다.


안에는 전에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빵이 들어있었다.

동그란 모양의 버터떡

작은 크기라서 밥 먹고 먹으면 되겠다 하고 빵을 꺼내는데 작은 편지지가 같이 따라 나왔다.


- 잘 알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책 사러 한 번씩 올게요! -


크게 친절하게 알려준 건 없는데 괜히 쑥스러워지고, 기분 좋아지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크게 티 나지 않지만, 적혀있는 글씨 아래에 한번 지웠던 흔적이 보여서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한 문장을 쓰려고 꽤 고민한 것 같은 작은 편지지는 펼쳐져있던 다이어리에 꽂아놨다.


"역시 뭔가.. 그냥 받기만 하면 그렇지?"


지나가는 듯이 말한 것 같은데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을 받은 나는 식 후 뭘 줘야 되나 한참을 고민했다.

물론 식 후 디저트는 버터떡이었다.

하나로는 부족하니깐 어제 사놨던 것까지 같이 그릇에 담고는 그 위에 연유를 살짝 뿌렸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쫄깃 쫀득한 식감, 그냥 먹었을 때는 단맛이 거의 없는 빵이지만 연유를 조금 뿌림으로써 하나로는 절대 만족할 수 없는 맛이 된다.

마지막으로 남은 빵은 아껴먹듯 오물거리며 장바구니에 담은 선물 리스트를 확인했다. 직접 주는 걸 좋아하지만, 늦잠 자서 아무것도 못했으니 누굴 탓할 수 도 없었다.


"다음에 올 사람도 이런 사람이면 좋을 텐데-"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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