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피자붕어빵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by 판다찐빵

겨울의 끝을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바로 사무실의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는 것과 잡동사니로 가득한 공간이 깨끗해졌다는 것.



"청소했어요??"


"네- 점장님 특별 지시- 조금 따듯해졌으니깐 사무실 청소 좀 해라-"


"쓰레기 엄청 나왔겠네요"



비어있는 책장들을 둘러보던 나는 귀한 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바로 책상에 앉았다.

조금은 따듯해진 기온과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봄 냄새.

기분 좋은 냄새에 스마트폰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벌써 봄 냄새가 나네'


봄바람에 설레면서도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지나가서 그런가 서운함이 더 크게 왔다.

이제 겨울 제철 음식, 간식이랑 멀어지겠구나.

물론 요즘은 먹고 싶으면 언제든 주문해서 먹을 수 있지만.. 이상하게 그 제철에 먹어야 맛있는 음식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역시 붕어빵.


그렇게 멍하니 창밖을 보면서 오늘은 뭐 먹을까?로 넘어가 생각에 잠긴 나는 번뜩 생각난 것에 바로 친구한테 메신저를 하나 보냈다.


-붕어빵 틀 챙겨서 우리 집으로!-



-



퇴근 후 바로 잠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아직 약속시간이 되지 않아 대충 널브러진 담요를 덮고 뒹굴거렸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바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오는 친구에 태연히 누워서 반겨줬다.



"붕어빵 왔나-?"


"내가 붕어빵이냐?"



익숙하지만 어이없다는 듯 현관문 앞에 서있던 친구는 맥주와 오늘의 주인공을 만들 도구를 가스레인지 옆에 올려놓았다.



"네가 오라고 해놓고, 나무늘보처럼 누워있지 마"


"루아 너도 먹고 싶었잖아- 그리고 누운 지 10분도 안 됐다고-"


"나 간다?"


"아냐! 일어났어!"



얘는 진짜 가버리기에 바로 일어나서 루아가 가지고 온 맥주 2캔을 잠시 냉동실에 넣었다. 그리고 서둘러 재료들을 펼쳐 놓았다. 치즈, 토마토소스, 햄, 옥수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붕어빵 믹스. 펼쳐놓은 재료들에 벌써부터 군침이 돌았다.



"나중에 이 근처에서 붕어빵 장사나 해볼까?"


"아니. 붕어빵 반죽을 한 3번만 해보면 그런 생각 다 없어질걸."


"낭만 없어-"



금방 준비된 재료와 반죽. 그리고 꼭 필요한 붕어빵 틀까지. 둘이서 하니 생각보다 쉽게 여러 개의 붕어빵들이 완성되고 있었다. 쌓여있는 붕어빵들에 눈치를 슬쩍 본 나는 살짝 눌린 붕어빵 하나를 물었다.


"이건 바로 먹어야 돼"


역시 피자 붕어빵은 굽자마자 먹었어야 됐는데, 살짝 식었지만 쭉 늘어나는 치즈와 새콤한 토마토소스, 아쉬운 걸 잡아주는 소시지와 옥수수까지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계속 주워 먹지 말고 이따 맥주랑 같이 먹지"


"네- 네-"



붕어빵 하나에 뭐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건지 재료들을 반죽 위에 올려놓고 있는 루아의 입에 붕어빵을 넣어줬다. 파는 것보다 작은 사이즈라서 입에 물고 할 일을 하던 우리 둘은 가득 쌓인 붕어빵 그릇에 만족해하며 냉동실에 넣어놨던 맥주도 서둘러 꺼내 상을 차렸다.



"이거 옛날 일기잖아"


"응- 읽다 보니깐 재밌더라고"


"사진까지 붙여놨네- 오랜만이다"



치우지 않은 노트들과 다이어리들은 대충 바닥에 내려놓고, 시원하게 맥주부터 먼저 들이켜던 나는 일기장을 보며 하는 루아의 말에 어이가 없어 들고 있던 맥주를 떨어트릴 뻔했다



"너는 여기 계속 혼자 있을 거지?"


"에? 뭐.. 뭔데?"



뭔가 비슷한 얘기를 며칠 전에도 누구한테 들은 것 같은데..

당황해서인지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데 말을 조금 더듬었다. 너무 뜬금없어서 내가 뭐라도 적은 건가 하고 급하게 노트를 살펴보았지만, 그냥 평범한 일기의 내용이었다.



"왜 놀라? 그냥 물어본 거야. 이제 나 결혼하면 이렇게 불렀을 때 못 오니깐"


"아- 날짜 정해졌어?"


"응, 청첩장 나오면 다 같이 만나야지"


"응응- 오랜만에 넷이 모이겠네-"



5년간의 연애의 끝이 아름다운 결혼이라니, 진심으로 축하하지만 뭔가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생각했다. 이제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니깐 이렇게 당일에 불러내지도 못하겠지.

겨울 산책 후 편의점 맥주 먹는 시간은 이제 소중한 추억이 돼버린 것이었다.



"심심해서 어떻게 해 우리 윤이- 친구도 없는데-"


"뭔 소리래- 너야말로 다른 지역 가면 아무도 없거든-"


".. 보고 싶어서 연락 안 하고 찾아올 수 도? 비밀번호 안 바꿔놓으면 너네 집에 막 쳐들어올 수 있어-"


분위기를 풀어주려 장난스레 하는 말에 피식 웃었다. 물론 이 몽글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혼자 살 거냐고 물은 거는 잔소리하기 위함이었는지 우리 엄마도 안 하는 온갖 걱정들이 쏟아졌다.

한 귀로 듣고 흘리고는 있지만, 맥주가 다 비워질 때까지 이어지는 말들에 귀찮아져 빨리 결혼이나 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알았다니깐-"


"뭘 알아. 너 혼자 사는 건 좋은데, 심심하다고 이상한 남자 만나면 안 돼"


"내가 그러겠냐고! 안 만나!"



얘 눈에는 내가 뭐로 보이는 걸까. 그렇게 걱정스러운 삶을 살은 건가 잠시 되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슬쩍 내려놓았던 종이를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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