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황치즈롤빵

#오늘은 쇼핑백 가득 빵을

by 판다찐빵

오랜만의 빵 웨이팅에 피곤함이 물렸다. 왜 평일에도 웨이팅이 있는 빵을 좋아하는 건지-

속으로 궁시렁 거려도 안 사갈 수는 없었다.


'사가면 좋아할게 분명하니깐'


일하느라 이미 부어있는 다리는 빨리 집에 가자며 재촉하고 있지만, 금방 줄어드는 줄을 보며 조금만 참아보자고 속으로 달래고 있었다. 원하는 빵이 남아있을까 걱정이 되긴 하지만, 창밖으로 아직 가득 있는 빵에 조금은 안심했다.



"와- 줄 봐봐.. 기다릴 거야?"


"아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



집중되는 시선에 모자를 조금 눌러썼다. 나를 보는 건 아니지만, 사람 신경 안 쓰고 찍어대는 카메라는 많이 불편했다.


'어디 올릴 거면 모자이크 처리라도 해주면 좋으려 만'


입구 근처까지 오니 빵냄새가 더 진하게 났다. 부드럽고 폭신한 빵냄새.

후각, 미각만이 아닌 촉각까지 느껴지는 빵냄새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기다린 지 30분, 예상 대기 시간은 15분.

꼬르륵 소리가 조금 커서 민망해 헛기침을 했다. 달아오른 얼굴이 모자로 가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내 차례다-'


입구로 들어가자 차례대로 옆으로 움직이며 빵을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했다.

오랜만에 온 빵집에는 신 메뉴도 출시되었고, 예전에 많이 먹었던 빵까지. 선물만 사려던 생각은 어느새 사라졌고 걸을 때마다 보이는 빵들을 하나씩 담다 보니 접시는 틈 없이 빽빽했고 무거워졌다.



-



어쩌다가 쇼핑백을 2개나 채울 정도로 사게 된 건지. 배고플 때는 마트를 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유혹이 가득한 빵집을 갔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힘들게 문을 열고 들어와 묵직한 쇼핑백을 테이블에 내려놓자마자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너 내 방에 카메라 달았냐?"

"너네 집이 어딘지도 모르거든- 왜?"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가 와서 그냥 해본 말이야. 내일 11시에 도착할 거야"


잠시 스피커 버튼을 누르고, 기차 시간을 한번 더 확인하고 한 말이었다.

왠지 이거 물어보려고 전화한 것 같아서


"뭐야, 어떻게 알았데- 축하 모자 쓰고 기다리고 있-을게"

"응- 그럼 보자마자 집으로 내려갈 거야"


오랜만의 통화지만 어색함이 없는 대화가 너무 편했다. 동시에 먼저 연락을 해준 친구에게 고마웠다.


"우리 5년 넘게 못 만났는데- 어제도 놀았던 사람 같네"

"그러게- 우리 몇 시간 전만 해도 되게 어색하게 인사한 거 알아?"

"그랬었지- 나는 네가 싫어하는 줄 알고 끊을 뻔했잖아"

"에-? 아니야- 싫어했으면 전화를 안 했겠지. 그것도 늦은 시간에"


어제 일이 생각나 조금 민망해져서 괜히 내일 가져갈 빵들을 정리했다.


"조금 고마웠어..?"

"왜 말 끝이 올라가냐-"


대학교를 졸업한 후 목적 없는 연락은 조금 어려워졌다. 해가 바뀔수록 생일 같은 것도 챙기지 않게 되니 연락할 이유도 사라져 버렸고, 굳이 바쁠 텐데 연락하지 말자가 되었다.

하지만, 1시간을 고민하다가 보냈다는 말에 고마움과 반가움 놀란 감정이 뒤섞여 나도 모르게 전화를 걸었었다. 늦은 시간 배려 없는 전화라고 뒤늦게 생각했지지만 통화가 연결된 우리는 이 날을 기다린 것처럼 다음날이 될 때까지 이야기를 한참 했다.


"고마웠다구? 얼마만큼!?"

"아, 몰라- 내일 봐"


끊어버린 전화에 맞춰 배에서 꼬르륵거렸고, 여러 개 구매한 빵 중 하나를 꺼냈다.


'황치즈롤빵'


역시 지금은 이게 제일 먹고 싶었다. 겉에는 치즈가루가 부족하지 않게 뿌려져 있었고 틀 안의 빵에는 크림이 가득 차 있었다. 어차피 반만 먹을게 아니니 케이스 안에 있는 빵을 완전히 꺼내 그릇 위에 올려놓으면서도 참지 못하고 하나 주워 먹었다.

달콤하고 고소한데 촉촉 쫀득하기까지 한 빵은 손이 가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하나 더 먹으려고 손이 가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어울릴만한 것을 꺼냈다.


"이제 먹자아-"


먹기 쉽게 조각되어 있는 빵 옆에 미리 만들어놨던 딸기 주물럭까지 있으니 테이블에서 반짝거리는 효과가 보이는 듯했다. 배고팠는지 빵은 금세 사라졌고 아쉬움에 꾸덕한 치즈가 묻은 포크를 핥았다.


하나 더 먹을까 슬쩍 도톰한 쇼핑백을 봤지만, 역시 저건 갖다 줘야 되겠지 하고 조금 큰 쇼핑백을 찾았다.

내일의 기대감과 설렘에 콧노래가 자동으로 나왔다.


"이 쇼핑백이면 다 들어가겠지?"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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