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억의 음식을
대학생 때 시험이 끝난 기념으로 학교 근처 술집을 간 적이 있었다.
그날 가게는 학생들로 가득했고 굉장히 소란스러웠지만, 우리 테이블도 만만치 않게 시끄러웠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해방된 기분으로 신나서 저렴한 메뉴들과 술을 고르고 있었다.
'그럼 항상 시키는 메뉴랑-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일단 술.'
'잠도 못 잤으면서 술이 먹고 싶냐'
'오늘은 막차 타고 간다!'
들뜬 기분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금방 테이블은 주문한 음식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많은 음식들 중 서비스라며 작은 그릇에 담겨있는 것에 우리는 눈을 반짝였다.
신메뉴인 폭신한 새우 감자고로케였다. 막 튀겨서 바삭한 겉면에 촉촉한 속, 감자의 부드러움과 오동통한 새
우의 식감에 첫 입에 반해버렸다. 후추가 조금 들어간 듯 향이 살짝 있지만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단순한 속 재료의 맛을 더 해주는 느낌이었다.
'윤.. 이거 대박인데?'
'남은 거 내 거!'
사르르 녹는 맛에 눈치를 슬쩍 보다가 마지막 남은 고로케 조각을 입에 넣어버렸다. 온갖 원망을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한 행동이었다. 너무 내 취향의 맛에 나는 그다음 날도, 그 후에도 여러 번 고로케를 포장하러 혼자 갔었다. 졸업 날에는 아쉽다며 마지막으로 사장님한테 인사를 하러 가기도 했었다.
"지금 딱 먹으면 좋을 텐데-"
새우 고로케에 대한 이야기만 한 장 가득한 일기를 읽은 나는 잊고 있던 기억에 잠시 빠져있었다. 그 시간대로 잠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글만 봤는데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뭘 먹기도 애매한 시간인 밤 11시.
이건 진짜 배고픈 게 아니라 가짜 배고픈 거다 하고, 고픈 배를 달래며 혹시 사진이 있나 다른 상자의 사진첩을 찾아봤다. 좋아하는 거는 사진으로 남겼으니깐 있을 것 같긴 한데 하고 연도가 적혀있는 작은 앨범을 꺼냈다. 찾은 건 금방 찾았지만 찾으려다가 엉망이 된 상자 속은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
"한번 정리를 해놔야겠어"
폴라로이드 사진 앨범 속에는 역시 고로케가 담겨있었다. 친구들도 같이 찍혀있는 사진에 추억에 잠시 잠겼다가 또 몇 시간을 그냥 보내기 전에 스마트폰 카메라로 고로케를 찍었다.
"내일은 고로케를 먹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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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고 나서는 가보지 못해 추억의 음식이 돼버린 고로케는 어제 꿈에서 까지 나왔다. 퇴근시간이 되기 전에 배달어플 검색으로 찾아보고, 근처 식당 메뉴도 검색해 보았지만
"역시 없네.."
아쉬운 마음으로 근처에서 고로케나 사갈까 하고 집으로 가는 방향을 틀어 근처 빵집으로 들어갔다. 아무 고로케라도 먹어야겠다 마음먹고 들어갔지만, 오늘따라 고로케는 품절이었다.
괜히 오기가 생겨 먹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동네 빵집을 검색해 전부 체크해 놓았다. 여기서 각각 10분 정도 거리. 있으면 좋겠는데 하고 살짝 내려온 가방을 고쳐맸다.
'벌써 3번째 빵집이야'
이제 더 돌아다닐 힘도 없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착한 작은 빵집의 문을 열자, 신기하게 새우 감자 고로케라는 네임텍이 바로 보였다. 힘든 걸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 양은 생각하지도 않고 남은 크로켓을 전부 그릇에 담아버렸다.
"배고파.."
퇴근하고 30분을 넘게 걸어 다녔으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다 못해 이제 아프기까지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봉지를 뜯고 그대로 먹고 싶었지만, 조금 더 참자며 옷을 갈아입기 전 먼저 에어프라이어에 고로케를 넣었다.
5분~10분 정도만 돌린 고로케는 막 만든 것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바삭해졌고 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완벽한 음식으로 바뀌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카레가 조금 들어갔나 약간의 매콤함까지 감칠맛에 사르르 녹아버렸다.
내가 찾던 맛이랑은 다르지만 이건 이거대로 너무 맛있었다. 학교 앞 술집보다는 조금 더 고급스러운 맛.
"당연하겠지- 가격이 2배니깐-"
행복하게 배부른 나는 남은 크로켓을 냉동실에 넣어 놓고, 먹기 전 찍었던 사진으로 오랜만에 프로필 사진을 변경했다. 그리고 이는 조금 의외를 결과를 받게 되었다.
-윤- 아윤! 오랜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