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요거트 치즈케이크

# 오늘은 기다림의 시간

by 판다찐빵

빵이나 케이크를 예전부터 만들고 싶었지만, 재료비에 도구에 내 손재주에 비해서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해야 되기 때문에 여러 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많이 흘렀고 어쩌다가 해외에서 유행하는 디저트 만드는 영상을 본 나는 눈을 반짝였다.

단순하게 통에 담기만 하면 되는 디저트 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감사합니다-"



퇴근하는 길 익숙한 편의점이 아니라 오늘은 마트에 들렀다.


'위험하다니깐- 세일만 하면 바로 사버리는 습관은 고쳐야겠어'


묵직한 쓰레기봉투 안에는 필요한 재료들뿐만 아니라 충동적으로 산 간식들로 가득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면서 사 온 것들을 바로 정리했다. 오랜만에 가득 찬 냉장고에 왠지 뿌듯함을 느끼고, 바로 재료들을 준비했다.


'만드는 방법은.. 한 번 더 찾아봐야겠지'


어제 여러 번 봤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깐 저장해 둔 영상을 반복해서 틀어놓으며 작은 통을 여러 개 꺼냈다.

만드는 방법을 요약하면 조금 단 요거트에 크림치즈를 섞은 후 치즈케이크 과자를 꽂아주기만 하면 된다.

이 뒤에는 그냥 냉장고에 하루만 숙성시키면 꾸덕한 치즈케이크가 완성!


과자가 요거트 수분을 흡수해서 카페에서 파는 치즈케이크 식감과 같아진다고 한다.

이것도 맛있지만, 여기서 더 맛있게 먹으려면 완성된 치즈케이크에 먹고 싶은 과일을 올리거나 코코아 파우더를 뿌리면 된다고 하니 내일 먹을 때 핫초코 가루를 뿌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완성- 완전 잘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금방 3개를 완성한 나는 뚜껑을 닫은 것을 이제 냉장고에 넣으면서 도시락을 하나 꺼냈다.

간단하지만 디저트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에 왠지 웃음이 나왔다. 아직 많이 남은 과자에 한동안 식후 디저트는 이거겠구나 예측을 했다.



"이거 꽤 맛있네"



냉장고에 넣으면서 꺼낸 도시락의 익숙한 인스턴트 맛을 느끼며 아무 생각 없이 배를 채우고 있었다. 배고픈 건 밥 먹으면 되고, 졸리면 푹 자면 되는데 겪었던 일을 잊어버리는 방법은 뭘까. 아람에게 얼떨결에 받은 번호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



"자고 갈래?"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과 한가득한 이야깃거리에 얼떨결에 아람의 집에서 자게 되었고, 배달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는 연애 이야기로 넘어갔다.

연애는 절대 사양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던 아람은 걔 때문이지 라며 갑자기 맥주를 들이마셨다.


"그때만 생각하면.. 괜찮은 줄 알고 갔더니 애가 널브러져 있고, 맨날 쓴다는 일기에는 욕이 아주 그냥 살벌했지.."


"그걸 왜 봐-"


"네가 취해서 계속 보여줬거든- 연락은 왔어?"


"와도 안 받아, 연락.. 오지도 않고"



꽤 길게 연애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 사람과 머나먼 미래를 꿈꿨던 적이 있을 정도로 진심이었었다. 물론 지금 혼자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래전에 헤어졌다. 그것도 굉장히 나쁘게. 그 감정이 너무 고스란히 담겨잇는 일기장은 갔다 버릴까 굉장히 고민을 했지만, 아직 집 한구석에 있다.

차마 버리지 못했다.


"쓰레기."


"나도 알아- 괜히 생각하지 마, 입맛 떨어진다."


"역시 너 이거 때문에 사람도 잘 안 만나고, 연애도 안 하는 거지!?"


사람에서 순식간에 물건으로 강등된 것 같은 호칭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뭘 묻냐면서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맥주를 마시던 순간


"... 윤아윤아야- 혹시.. 너 소개 한번 받을래?"


뜬금없는 물음에 도로 뿜을뻔했다. 받겠냐고 바로 톤을 올려 이야기했지만, 태연하게 왜- 라며 테이블을 닦으면서 한번 더 물어보는 말에 한숨을 쉬었다.


"너 나가라"


"응- 우리 집이야, 네가 나가-"


"아까 누구 만날 생각 없냐고 해서 없다고 했잖아. 절대 없어. 혼자 돈 모아서 마당 있는 집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잘 살 거야."


세상에 사람은 많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단순한 상처도 흉터는 꽤 오래 남고, 그 흉터가 생긴 기억 또한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니깐.. 좋은 사람인데도 의심을 끝없이 하게 될까 봐 겁이 나서 누굴 만날 생각 조차 하지도 않았다.


"내가 누굴 만나- 나 하나도 간수하기 힘든데"


-



절대- 싫다면서 거절했지만, 얘가 평소에는 안 하던 부탁까지 하니 딱 잘라서 거절할 수가 없던지라 번호가 적힌 종이가 테이블에 올려지게 되었다. 일단 생각은 한번 해본다면서 얼떨결에 받은 번호를 슬쩍 봤지만, 오늘도 연락처를 저장하지는 못했다.


"... 내일 먹을 치즈케이크가 맛있으면 좋겠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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