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딸기 시루

#오늘은 달콤함에 취하기

by 판다찐빵

* 이벤트 : 기업이나 브랜드가 목적을 두고 기획하는 행사나 프로모션. 대표적인 이벤트로는 할인행사가 있다.


꿀 같은 기간.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기간. 무조건 달려 라며 이벤트들을 찾아다니지만, 내가 일하는 입장이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 기간만큼은 집에서 절대 쉬고 싶었다.



"자! 여기 뽑기 판에서 하나만 뜯으면 돼요-"


"형만 뽑아요? 저도 뽑고 싶은데"



2만 원 이상 구매하면 한번 뽑을 수 있는 뽑기. 꼭 두 자녀가 오면 싸웠다. 자신이 뽑는다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계산 딜레이가 너무 컸다. 그러고 이때 나오는 계산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말



"왜 안돼? 2만 원 이상이니깐 그럼 나눠서 결제하고 두 번 뽑게 해 줄 수 있죠?"


'말투 마음에 안 드네..'


웃는 얼굴을 유지하면서 말하는 일은 이제 익숙해졌다. 그래도 반복되는 이벤트여서 그런지 대응하는 매뉴얼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회원당 한 번만 뽑을 수 있는 거라 그건 어려워요. 그래도 오늘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손님도 없으니깐.. 친구가 한 번 더 뽑을까요?"


"봐봐- 된다니깐-"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있다. '감사 인사가 그렇게 어렵나.' 그러면 안 되지만, 책갈피를 주는 5등이나 나와라 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름 실용성 있는 책갈피지만, 굳이 필요 없는 물건이라 뽑은 사람의 얼굴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퇴근까지 30분. 줄이 서있는 카운트 앞에서 기계처럼 계산을 하던 나는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오늘따라 피곤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역대급이네-"


"오늘의 운세에서 피곤한 일이 많을 거라더니 진짜였어요. 행운의 아이템이라도 맞춰서 가지고 올걸 그랬나.."



그 운세 보는 앱이 뭐냐고 물어보는 나는 잠시 벽에 몸을 기대 스트레칭을 했다. 소강상태인 주변을 보던 나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다. 당이 떨어진 걸까.. 오늘은 맵고 단 게 엄청나게 생각이 났다.

아무래도.. 퇴근길에 한번 들려야겠다.



-



혼자 살게 되면 불편한 점은 꽤 있었다. 특히 음식의 양. 배달은 시키면 최소 주문 금액에 맞춰야 해서 사이드 메뉴를 잔뜩 시키게 됐고, 그 결과 같은 음식을 며칠 먹기도 했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는 늘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중 하나는


'홀케이크'


단기간 안에 먹기 힘들고 냉장고에서 하루라도 지나면 맛이 감소되는 디저트. 조각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나 싶었지만, 그 맛이 나지 않아서 항상 고민을 했다. 하지만 오늘같이 스트레스받는 날이라면 누군가 브레이크를 뽑아놓은 것처럼 일을 벌이고는 했다.



"딸기 시루 하나 주세요"



큼지막한 상자 안에 들어있는 큼지막한 케이크.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 중 하나였다. 특히 이 케이크는 주말에는 3시간 넘게 웨이팅을 해야 살 수 있다는 지역을 대표하는 케이크였다. 이걸 혼자 어떻게 먹어라는 생각에 매번 모른척했지만, 오늘만큼은 숟가락으로 케이크를 퍼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우와.. 무거워"



집에 도착해서 테이블 위에 케이크를 내려놓자마자 천하를 가진 기분이 들었다. 이게 이 지역에 사는 사람의 특권이라고-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부드러운 생크림 케이크 위에 올려져 있는 딸기들. 딸기의 상태도 무른 것 없이 베스트였다. 살짝 열어보자 딸기향과 초코 향이 온 방안에 퍼지는듯했다. 그 향에 참지 못하고 바로 숟가락을 가지고 왔다.


찰칵


오랜만의 케이크에 찍는 것도 잊어버리지 않고 찍고는 뿌듯하게 딸기부터 먼저 먹었다. 새콤한 과일의 맛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꾸덕 촉촉한 초코브라우니 시트는 스트레스 따위는 잊어버리라는 듯 달콤했다.



"아- 밥 먹어야 되는데- 너무 맛있잖아-"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것을 실컷 하고 있는 지금과는 다르게 얼마 되지 않은 옛날, 가족과 함께 살 때는 이런 생각을 자주 했었다.



-저녁 안 먹고 빵부터 먹고 싶어!-



어질러진 책상 위에 펼쳐진 일기장에도 크게 적혀있는 내용.

꼭 이뤄졌으면 하는 것도 아니었고, 혼자 살게 되자마자 바로 달성해 버린 작은 바람. 혼자 살고 나서의 자유로움은 좋지만..



"역시.. 홀케이크는 나눠먹는 게 더 맛있지-"



생각보다도 많이 남은 케이크에 웃음이 나왔다. 말려줄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눈 딱 감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폭신한 인형을 안고 그대로 누워버렸다. 뒷정리는 몇 시간 후의 내가 하겠지- 미뤄두고, 잠시 달콤한 기분에 취해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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