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치즈 버터 꿀호떡

#오늘은 맥주가 필요한 날

by 판다찐빵

"안녕하세요-"


출근하기 전 들른 편의점은 웬일로 사람이 많아 복잡했다. 바쁜 와중에도 인사를 받아주던 점장님과 눈이 마주치자 입모양으로 응원을 하고는 사람들을 피해 빵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말소리들에 이 수많은 인원들이 운동부였고, 회식 후 간식을 사러 온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소란스러운 곳을 피해 빵이 있는 곳으로 가자 신상 제품부터 항상 팔고 있는 빵까지 진열대가 가득 차 있었다. 이 시간대 오면 빵이 많을 거라고 알려주는 정보는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부탁한 빵 안쪽 다른 빵들 사이에 숨어있는 '치즈버터꿀호떡'까지. 점장님한테는 비타음료라도 사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따가 드세요!"



음료까지 같이 계산한 후 서점으로 가는 길은 꽤 가볍게 느껴졌다.



-



"뭐 하고 있어요?"


"그냥 생각 중이요"



그냥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미리 사둔 안줏거리에 어떤 술이 어울리나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집에 간다라는 탈출감에 가지 않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거지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보상이라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하루를 버티겠나.



"그래도 이제 오후로 시간 바꿔서 좋지 않아요?"


"그건 그래요, 9시에 퇴근하면 문 닫은 식당이 많았거든요"


"30분 쉬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퇴근하고 먹는 게 좋긴 하죠"



30분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뭔가 먹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다시 일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인지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아쉬운 시간이기에 퇴근하면 뭘 먹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한 걸까.



"오늘 뭐 먹을 거예요?"


"내일 쉬니깐 오늘은 맛있는 거 먹어야죠"


늦은 시간 퇴근할 때에는 문을 닫은 곳이 워낙 많기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한정적이었고 거의 편의점 음식을 주로 먹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직장인의 주로 퇴근하는 6시 퇴근. 지옥 같은 버스를 타야 되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의 범위는 매우 넓어졌다.



"고생하셨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흩어진 직원들은 각자 갈 길을 갔다.

그제야 편하게 이어폰을 착용해 내가 듣고 싶은 소리만 듣게 귀를 막아버렸다.

내일 휴무일이겠다. 가방에 있는 것까지 더해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이 하나가 지옥 같은 버스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다니 참 신기했다. 메고 있는 가방에 치여 아슬아슬하게 손잡이를 잡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었다. 이제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 가득했다.


'치즈 호떡에 맥주..'


[치즈 버터 꿀호떡] 며칠 전 편의점에서 우연한 발견한 이 빵은 내 최애 빵이 되었다.

빵 겉에는 얇게 구워진 치즈가 붙어있고, 빵 안에는 꿀이 가득한 단짠 조합의 끝판왕. 고소하면서 짭조름한 첫 입에 놀라 한입 더 먹으면 달콤함이 갑자기 치고 나와 입안은 완벽한 단짠조합에 행복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그리고 오늘은 일주일 고생한 나를 위한 레몬 하이볼까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잠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현관문 쪽에 던져놓았던 가방 안에서 빵을 꺼냈다.

잠시 에어프라이어에 들어가 있는 빵을 기다리며 나는 다른 안줏거리를 찾으러 방으로 들어왔다. 새해 방 청소를 하다가 발견한 일기를 모아둔 상자. 최근에는 어플로 일기를 적고 있어서 오랜만에 보는 조금은 세월이 묻어 있는 일기장들. 이게 요즘 내 새로운 안줏거리였다.


일기장들마다 제일 앞 칸에는 올해의 버킷리스트와 짧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10년 전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표지에 「2015」라고 적혀있는 일기장을 들고 다시 부엌으로 갔다. 금방 완성된 호떡에 서둘러 컵에 얼음을 담아 레몬 한 조각이 들어있는 하이볼을 컵에 따랐다. 대충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접시 위에 빵을 담아 테이블 위에 세팅하니 하루의 피로감이 다 풀리는 듯했다.


'올해 나는 행복할 거야'


음식 옆의 펼쳐져 있는 일기장에 적혀있는 첫 문장은 설렘이 가득했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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