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캐릭터 빵

# 오늘은 달콤함에 빠진 기분

by 판다찐빵

겨우 끝낸 집안일에 철부덕 바닥에 누운 나는 혹시 왔나 하고, 뒤집어 있던 핸드폰을 주워 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안 왔겠지 하는 예상과는 다르게 전화가 와있는 것에 놀라 급하게 문자를 확인했다.


-너무 놀라서 전화부터 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하 재윤이라고 합니다.-


그냥 소개 일뿐인데 뭔가 속이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일단 연락을 못 받았으니 사과부터 한 후

얘기를 어떻게 이어가야 되나 고민했다. 뭔가 상대방이 힘들게 이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에 너무 단답만 하는 걸까 하던 나는 슬쩍 물어보고 싶은 걸 물어봤다.


-혹시 귤랑이 좋아하나요?-


절대 연락처 안 받는다는 생각을 흔드는 건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애니메이션 자체는 유명하지만, 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에 혹해버린 것이었다.

바로 답장이 오던 것과 다르게 조금 느려지는 답장에 아람이 얘가 그냥 아무 말이나 한 건가 쓸데없는 걱정과 함께 초조해하고 있을 때 문자 알림이 울렸다.

그리고 같이 온 사진에 웃음이 터졌다.


-귤랑이 이만큼 모으기 힘들었죠-


오렌지 외계인 지구 탐험. 이라는 외계인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그중 행성의 아이돌 소속인 귤랑이.

비중도 적기 때문에 굿즈는 잘 나오지 않고, 정보도 적기 때문에 애정이 가기 힘든 캐릭터.

하지만 나는 이 귤랑이의 한 대사와


'기분이 좋으니깐 좋은 거야- 다른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마'


상큼한 포즈, 햇살같이 웃는얼굴에 반해버렸다. 비중있는 대사라고는그게 다였지만, 꽂혀버린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 핸드폰 배경은 귤랑이었다.


"대단한데-"


내가 봤던 귤랑이 굿즈는 다 있고, 제작한 물건이 별로 없어서 금방 품절되었던 인형까지 케이스에 들어있었다.


"이건 진짜 갖고 싶었는데"


귤랑이 이야기가 나오니 문자 속도는 빨라졌고, 메시지는 순식간에 쌓여갔다.

그렇게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고,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니 저녁시간이 다돼 갔다.


-배고프네요-

-오늘은 귤랑이가 좋아하는 초코도넛 먹으려고요-

-밥이에요?-

-아니요, 간식이죠-


그 말에 나도 도넛이 먹고 싶어졌다. 편의점에 나갔다 와야겠다며 문자를 짧게 남기고서야 길었던 덕질 이야기는 잠시 소강되었다. 오랜만에 신이 나버려 너무 텐션이 올라가는 것 같아 잠시 심호흡을 했다.

빨리 뛰는 심장은 아마 처음 같은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신나서 그런 거겠지.


대충 후드를 뒤집어쓰고 나간 뒤 집 근처 편의점으로 갔다.

밖으로 나가자 찬바람이 들뜬 마음을 조금 진정시켜 주었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그런가 남아있는 빵은 별로 없었고, 초코도넛 또한 없었다. 빵 진열장 앞에서 잠시 고민하던 나는 오랜만에 캐릭터 빵을 들었다.


'옛날에는 이것도 빵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서 달려갔었는데.. 오랜만에 사 먹어볼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빵을 뜯은 나는 띠부씰 먼저 확인했다. 잘 모르는 캐릭터지만, 꽤 귀여워 보여서 사진을 찍은 후 전송했다. 반응은 내가 친구들한테 한번씩 했던 말이었다.


-귤랑이가 더 귀엽죠-


캐릭터 초코빵은 전에 먹었을때와 달리 이상할정도로 달았지만 그건 그거대로 맛있어서 계속 손이갔다.

뭔가 입안이 이미 달아서 그렇게 느껴지걸까 생각이 들었다.

월, 수, 금 연재
이전 10화초코파이 파베 초콜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