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소금빵

# 오늘은 빵에 약한 내가 싫지만, 좋다

by 판다찐빵

사무실에서 프린트를 가지고 온 나는 당황한듯한 신입을 달래주는 듯, 변명을 섞어 말했다.



"일은 간단한데 뭔가 장황하게 적어놔서 많아 보이는 거예요-"



이 프린트만 보고 도망간 사람도 있기에 이렇게 말을 붙여줘야 했다. 진짜 이 프린트 내용 바꿨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반영될 리 없겠지..

글씨도 가득 적혀있는 매뉴얼을 보는 신입스탭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가는 게 보였다.


근데 여기서 이 말을 꺼내야 된다니..



"그리고.. 일주일 정도 뒤에 간단한 시험을 보긴 하는데..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는 거라서 어렵지는 않아요"



매뉴얼 숙지를 제대로 안 하는 스탭이 많았어서 만들어놓은 하나의 턱. 있어야 된다고 생각도 하고 미리 면접 볼 때 이야기도 하는데 왜 처음 듣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걸까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도 도망가지는 않겠지.."



-



하지만, 며칠 후 이 불안감은 현실로 왔다. 시험 보는 날이라서 일찍 왔더니 매니저님만 있는 사무실에 한숨이 나왔다.



"이번이 몇 번째예요"


"3번째인가요"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것 같은 매니저님에 불평하기도 미안했지만, 이건 말해야 됐다.



"점장님한테 말 좀 해봐요... 이게 뭐야-"



보통 교육은 매니저님이 담당하긴 하지만, 지금 오픈하는 다른 곳에도 왔다 갔다 해야 되기에 자리에 없을 때가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오픈할 때부터 여기서 일했던 내가 교육을 이어서 하게 되는 건 딱히 상관은 없지만.. 몇 번째 이러니 나까지 그만두고 싶어졌다.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서야. 항상 새로 뽑을 때마다 3명은 기본으로 그만둔 후에야 제대로 된 인물이 들어왔다.



"윤 스탭님이 말해봐요"


"그게 말이 되나요. 저를 왜 데리고 왔어요-"


"일을 잘하니깐 데리고 왔지요"



눈은 컴퓨터에 고정된 채로 하는 말에 영혼이나 담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일손이 부족하니깐 데리고 왔겠지라는 말은 삼키고는 가장 문제인 것을 물어봤다.



"매니저님 다음 주부터 출장 가잖아요. 나도 안 나온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데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슬쩍 쳐다보던 매니저님은 테이블에 있는 상자를 알려주었다. 뭔가 사무실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했는데 꽤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의 마크에 놀랐다.

한 번쯤은 꼭 가고 싶었던 카페.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가도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된다는 말에 포기하고 있었던지라 너무 놀라 말을 더듬었다.



"아.. 아니? 이.. 이게 왜..?"


"점장님이 아까 오셨다가 두고 갔어요. 아마 뇌물일걸요"



오늘 내가 이럴걸 알고 있었던 건가. 전부터 먹어 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걸 사놓으실 줄은 전혀 몰랐었다.

온전히 내 거라고 덧붙여서 말하는 것에 뇌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슬쩍 상자를 열어보았다.

빵 향이 사무실을 가득 채웠고, 순간 내가 그 카페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와.... 진짜.. 대박이잖아요"


정갈하게 담겨있는 반짝거리는 소금빵. 그 비주얼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칸이 나누어져 있는 상자에는 각각 이름표가 붙어있었고 차례대로 기본 소금빵과 초코소금빵, 명란소금빵, 오징어먹물빵, 말차소금빵까지. 안 예쁜 빵이 없었고 전부 내 취향이었다.


"전부 윤 스탭님 거랍니다-"


뒤에서 이미 현혹된 거를 안다는 듯 덧붙여 말하는 말에 몸의 힘을 풀었다. 이건 반칙이었다.

오래 일하면 이렇게 약점이 잡히는 거였다..

아직 출근시간도 안 됐으니 먼저 먹어봐도 된다는 말에 대답보다 먼저 일회용 장갑에 손이 갔다.

다른 건 아껴먹고 싶으니깐 기본 소금빵을 먼저 집어 들어 한입 베어 물었다.


입안에서 퍼지는 버터 향, 바삭한 식감 다음으로 오는 촉촉한 속. 짭조름하면서 담백한 맛. 이건 맛있다는 말로 부족했다.



"진짜 반칙이죠 이건.. 진짜.. 매니저님 언제 올라가는데요-"


손과 눈으로 소금빵을 놓지 못하고 물어봤다.


"일주일 뒤에 갔다가 아마.. 거기서 5일 정도 있을 거예요"



그 말에 머리가 지끈했다. 지금 사람이 많을 시기는 아니기에 평일에는 상관없지만, 주말에는 교육까지 하려면 일이 밀릴 것 같긴 했다. 5일이나 담당 매니저가 없다는 건 신입이 있는 상황에서는 많이 문제긴 했다.

물론 이렇게 1주, 2주 간격으로 계속 그만둘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걱정 마요- 면접 본 사람 중에서 연락 바로 돌려서 내일부터 제가 교육할 거고, 다음 주에 카운터 업무만 조금 더 알려주면 될 거예요"


".. 절대 빵 때문에 넘어간 거 아니에요. 재고파악은 평일 사람 없는 시간에만 할게요"



지는 기분이 이었지만, 일단 빵은 다시 포장해 놔 내 바구니에 넣어놨다.

집에서 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자마자마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길수는 없었다.


그저 다음에 올 사람은 조금 오래 버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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