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토스트

# 오늘은 비 왔다가 잠시 흐려지는 날

by 판다찐빵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밍기적 일어나 커튼을 열자 밤사이에 꽤 많이 왔던 건지 꽃잎이 다 떨어져 있었다.


비 오면 더 출근하기 싫은데 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버린 나는 출근하기 전 뭘 먹을까 스마트폰을 켰다.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신입과 같이 일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받아서 인지 원래 가기 싫은

출근이 더 가기 싫어졌다.


매니저님이 이렇게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아휴.. 일어나자-"


누워서 생각해 봤자 더 가기 싫으니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준비를 마쳤다.

잠깐 따듯한 국물의 음식을 먹을까 고민했지만, 가벼운데 든든하게 먹고 싶었기에 서점 근처에 있는 토스트 집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햄치즈 토스트'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먹는 변함없는 조합에 유일하게 조금 추가된 것이 있었다.

빵변경 카테고리가 최근 생겼다는 것이었다.


기본 빵으로도 충분하지만 좀 더 빵이 부드러운 느낌이라 한번 먹은 이 후로는 기본빵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빵을 프렌치빵으로 변경한 후 양배추만 추가하면 되는 아는 사람이 많을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꿀 조합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고, 창가에 앉아 멍하니 비 오는 걸 보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은 뜨끈한 우동이긴 하지만, 이것도 따듯한 음식이니깐 오늘과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불 수 있었다.


"햄치즈 나왔어요-"


토스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변하기 때문에 나오자마자 바로 한입 크게 물어야 됐다.

짭조름하면서 달콤하고, 부족한 식감은 양배추로 채워주니 이게 완전식품이 아닐까 싶다.

생각보다 꽤 많이 오는 비에 장화를 신고 올걸 그랬나 하는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면서 잠시 출근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비 오는 건 싫지만, 역시 비 오는 걸 듣는 소리는 좋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평화로운 기분이 들어서 일 수 있겠다 싶었다.


오늘은 조용히 지나가길.



-



"저 때문에 안 왔다고요?"


조용히 지나가길 바랐던 것은 출근하자마자 깨졌다.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는 걸 삼켰다. 맛있는 것도 먹었겠다 기분 좋게 출근했더니 매니저님이 있어서 뭔 일인가 하고 물어봤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시키고 말을 계속 바꿔가지고는 일하기 싫어졌다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잠수를 탔다는 것이었다.


이건 뭔 날벼락인가 했다.


내가 오래 이곳에서 일하지 않았거나, 신뢰를 받지 못한 상태였으면 의심과 오해를 한 번에 받았을 것이다.


"윤 스탭님이 괴롭혔을 리는 없지만.. 일단 다른 스탭들 전부 면담은 했어요"


그냥 하기 싫으면 안 오면 되지 이건 뭐 하는 사람인가 싶었다. 말을 간략하게 들어보면 내가 잠시 다른 층에 있을 때는 왜 이런 걸 시키는지 모르겠다면서 자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면 뒤에서 험담을 했다는 것이었다.

나를 모르는 스탭은 정말 그랬나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 때 있던 유현 스탭의 말에 점장님도 거짓말인 걸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되면서도 짜증이 같이 났다.


내가 잘못한 게 있나 잠시 돌아보게 만들었다는 것에 속에서 열이 났다.

억울했겠지만, 만약 나 혼자였다면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졌을 거라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유현 스탭님이 뭐라고 하셨는데요..?"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퇴근해 버려 윤 스탭님이 다시 다 정리했다는 거랑, 손님과 싸울 뻔해서 수습했다는 거랑 기타 등등?"


굳이 일지에 쓰기 애매해서 쓰지 않는 것들을 말하며 본인이 더 화내줬다는 것에 괜히 마음이 찡해졌다.

스트레스에 속이 울렁거리는 건 조금 남아있지만, 아까보다는 진정된 마음에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저희끼리 일 하면 안 될까요?"


점장님까지 오셨을 때 꺼낸 말은 다행히 받아들여졌다.

일이 바쁜 시기가 아니니 새로운 사람을 뽑는 것은 다른 지점 일이 끝나면 하기로 했다.

주발에 조금 힘들겠지만, 차라리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좋기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먹고 싶은 빵 있으면 말하고, 고생했네"


"그럼 3시간 줄 서야 되는 프랑스에서만 파는 초코 바게트요"


"좀 봐줘라..."



한참 뒤에 사무실을 나가자 문 옆에 서있던 유현 스탭과 눈이 마주쳤다. 머쓱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자, 뭔가 들리는 건 전혀 없었다면서 뒷걸음질하는 모습에 슬쩍 옷을 잡아 세웠다.


"퇴근하고.. 뭐 먹으러 갈래요..?"


항상 칼같이 거절했던 말을 꺼내자 놀란 것을 감추지 못한 표정에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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