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구직자 R은 결혼과 육아로 10년간 경력단절된 여성이다.
결혼전에 8년 이상 경리회계 업무 경력이 있고,
전산회계, 전산세무 자격증도 보유했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전산회계 1급 과정을 추가로 이수하고 그녀는 본격적으로 재취업을 준비했다.
공공기관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단녀들의 대다수는 솔직히 말하자면 지원금을 목적으로 하는 참여가 대다수이다.
실제로 재취업 의사가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세금 먹튀들을 개인적으로 굉장히 경멸하지만, 세금 먹튀들은 경단녀들 뿐만이 아니라는게 더 절망적이다. ㅠㅠ
그런 와중에도 R처럼 재취업 의사가 명확한 경단녀는 분명히 존재한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어느 정도 자립적으로 성장하여 그녀는 다시 사회로의 진출을 선언했다.
증명사진을 부착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나에게 제출하고 그녀는 자기 집에서 도보로 출퇴근이 가능한 4개 업체의 구인정보를 탐색했다.
그중 30대 후반까지 지원가능한 2개 업체에 취업알선을 진행했다.
나는 두 분의 대표님들과 직접 통화하고,
10년간 경력단절이지만 관련 경력이 충분하여 빠른 업무적응이 가능할 것이며,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경단녀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애사심이 강할 수 있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이력서를 전달한 목요일,
퇴근이 임박한 시간에 R의 전화를 받았다.
R : 선생님, 내일 한군데에서 면접 오라고 연락이 왔는데 어쩌죠?
나 : 뭘 어째요? 가시면 되죠!
R : 아니, 저는 며칠 걸릴줄 알았어요, 이렇게 바로 연락이 올 줄 몰랐어요 ㅠㅠ
나 : 제가 알선하면 바로 취업되실 거라고 했잖아요! (ㅎㅎ)
R : 내일 면접가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저 너무 당황이 되요 ㅠㅠ
나 : 제가 대표님에게 선생님 상황 다 말씀드렸어요, 밑밥 다 깔아놨으니까 그냥 솔직하게 면접보시면 되요.
R : 공고문에 월급이 2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인데, 저는 200만원 주시겠죠?
나 : 20대 신입도 200만원인데, 경력단절이라고 해도 선생님은 8년 경력자에요, 200만원은 말도 안되죠!
R : 그럼 얼마나 주실까요? 260만원 정도면 저는 딱 만족해요.
나 : 선생님이 면접에서 배팅하시면 되요, 제가 선생님의 능력치를 모르니까, 선생님이 빠르게 적응하고 업무능력을 끌어올릴 자신이 있으면 선생님이 원하시는 만큼 배팅하세요, 3개월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다시 협의하는 방법을 제시해도 좋을 것 같아요. 경력단절 때문에 위축되실 필요없어요, 당당하고 자신있게 면접 보세요, 주눅든 구직자는 오히려 마이너스 입니다.
R은 다음날인 금요일에 면접을 마치고 바로 채용이 결정되었다. 초봉은 230만원으로 결정하고 3개월 후에 다시 협의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서가
체결되었다. 그녀는 3월14일 월요일부터 출근을 개시하고, 신입의 자세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나는 당분간 사후관리를 통해 그녀의 새로운 적응을 도울 예정이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의 동굴에서 칩거를 끝내고 나온 그녀의 새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