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들
[사례교육과정]
두 번째 과정은 ‘사례교육’이었어요. 수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네트워크를 참여자들에게 알리는 과정이었죠. 우리 지역에 어떤 주제의 마을만들기 활동과 네트워크가 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직접 각 네트워크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강사가 되어서, 수강생들을 만나는 자리였어요.
수원은 다른 지역과 달리 정말 네트워크 활동이 활발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많은 네트워크를 구분해 보자면 ‘지역별 네트워크’, ‘주제별 네트워크’, ‘활동가 네트워크’로 구분해 볼 수 있겠네요. 수원의 마을만들기 관련 네트워크는 만들어졌다 사라지기도 하고, 쉬어가기도 하고, 나눠지기도 하며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그중 다섯 개의 네트워크를 선정해 ‘수원마을학’ 강좌에 모셨답니다.
우선 지역별 네트워크는 마을 단위에서 다양한 공동체가 함께 하고 있는 행궁동과 칠보산 마을을 둘러보기로 결정했어요. 아무래도 한 마을의 사례다 보니 강의실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는 마을을 직접 방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탐방을 준비했어요.
수원 마을르네상스센터(현, 수원도시재단 마을자치지원센터)는 마을만들기 주체별 네트워크, 줄여서 마주넷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했었어요. 당시 마을안내, 조경, 음악, 마을신문, 마을미디어, 마을공간 등 다양한 주제의 마을만들기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었죠. 그 이후 활동이 줄어들거나 더 이상 모이지 않는 네트워크도 있었고, 새로운 주제로 만들어지는 네트워크도 있었어요. 주제별 네트워크의 사례로는 이중 최근까지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기후위기 속 마을네트워크’와 ‘수원 마을미디어 연합’을 초대했죠.
활동가 네트워크는 우리 마을살이의 전신인 ‘수원 마을만들기 시민연구모임 대동계’도 있지만, 이론교육과정에서 마을만들기 네트워크의 이해 시간에 충분히 소개가 되었기 때문에, 최근에 수원 마을만들기 조례폐지 반대운동을 통해 똘똘 뭉쳐진 ‘수원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사례를 들어보기로 했어요.
4강. 행궁동 마을사례 탐방 – 김광원(행궁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장)
8월 6일 ‘행궁동 마을사례 탐방’이 있던 날은 습하고 더운 날씨였지만, 교실 밖을 벗어나 마을을 만나는데 날씨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많은 분들이 행궁동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행궁동 새마을문고 2층에 모였죠. 김광원 행궁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장님이 다양한 주민조직의 네트워크이자 마을소통의 공론장인 주민자치회를 소개해주셨어요.
행궁동에는 정말 많은 마을공동체와 마을단체, 상인회가 있는데 이들과 행정이 모두 모여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마을의제와 사업을 결정하며, 마을소통의 공론장을 만드는 것이 주민자치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행궁동 주민자치회가 겪고 있는 변화와 마을의 변화를 공유해 주셨어요.
설명을 마친 후에는 시원한 얼음물과 간식을 받아 고정생 마을해설사님과 함께 직접 마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자치회 분과 활동으로 만들어진 보행로도 구경하고, 생태교통 골목과 주민들이 운영하는 나혜석 기념관도 방문하고, 수원화성 성곽길도 잠시 걸었죠. 깜짝 퀴즈도 풀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며 마을의 골목을 걷다 보니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지더라고요.
5강. 기후위기 속 마을네트워크 사례 – 박미정(기후위기 속 마을네트워크 운영위원)
8월 13일 ‘기후위기 속 마을네트워크 사례’는 기후위기 속 마을네트워크의 박미정 운영위원님이 소개해 주셨어요. 기후위기 속 마을네트워크 사례 이전에 마을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마을만들기로 ‘칠보산마을 꿈꾸는 자전거’라는 활동을 해온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저렇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모인 곳이 기후위기 속 마을 네트워크겠다고 바로 느껴졌죠.
박미정 선생님은 중간중간 기후위기와 관련된 돌발퀴즈로 수원마을학 수강생들의 기후감수성을 높여 주시기도 했어요. 그리고 2022년 10월 수원 인문도시기간에서의 첫 만남에서부터 지금까지의 기후위기 속 마을네트워크 활동을 공유해 주셨는데요, 제일 놀라웠던 것은 3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거의 매달 네트워크 모임을 이어오셨다는 거였어요.
또 마을공동체, 관련 단체, 활동가와 함께 실천활동 챌린지를 운영하고, 정책도 제안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모두의 의제인 기후위기를 마을에서 만나 소통하고 확장해나가는 방법으로 헤쳐 나가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6강. 칠보산 마을사례 탐방 – 고아라(칠보산자유공동체 배움분과장)
8월 20일에는 ‘칠보산 마을사례’ 탐방을 위해 다시 한번 교실 밖을 나섰죠. 칠보산 자유공동체에서 고아라 배움분과장님과 신소연 선생님이 마을 안내를 해주셨어요. 모임장소가 초등 수원칠보산 자유학교였는데 찾아가기는 조금 어려웠지만 돌봄과 교육으로 시작한 마을활동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우선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가 중등 수원칠보산 자유학교를 돌아보고, 산길을 따라 자작나무 선생님 공방과 아이들이 열심히 잡초를 뽑고 있었던 텃밭을 방문했어요. 그리고 다시 초등 수원칠보산 자유학교로 돌아와 교실과 다락의 도서관을 돌아봤죠. 짧은 코스였지만 이 마을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칠보산 마을에는 3개의 교육돌봄 공동체가 있는데, 우리가 둘러본 ‘초등 수원칠보산 자유학교’와 ‘중등 수원칠보산 자유학교’, 그리고 ‘칠보산 공동육아 어린이집’이었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양한 자치활동과 공동체 활동도 함께 하고 있었어요. 자치활동으로는 물건을 소비하는 이익금이 마을로 돌아오게 하는 ‘아름다운 소비 작당’, 건강한 먹거리로 난각번호 1번의 유정란을 판매하는 ‘알집’과 ‘가오리빵집’, 다시 쓰고 거듭 쓰는 제로웨이스트샵 ‘재재상점’을 소개해주셨어요. 마을공동체 활동으로는 오늘 방문한 ‘자작나무 선생님 공방’, 풍물놀이를 하는 ‘칠풍당’, 공동육아 활동을 하는 ‘숲에노닐다’와 ‘사이좋은 방과후’, ‘생태관’과 ‘지역아동센터’, ‘서수원마을공동체’ 등을 소개해주셨어요.
이렇게 많은 마을활동이 보조금 사업이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한 수원마을학 참여자들이 많았는데요. 비결은 바로 재미난 공동체 활동들이더라고요. 1년에 한 번 모두 함께 1박 2일로 여행 가는 모꼬지, 러닝/음주/음악밴드/등산/책 읽기 등 다양한 취미를 함께하는 모임들, 아빠와 아이들의 여행, 엄마들끼리의 여행 등 정말 재미있게 함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을탐방 후에 재재상점의 신소연 대표님이 면 생리대와 손수건 만들기 체험을 진행해 주셔서 작은 기념품도 생긴 마을탐방이었답니다.
7강. 수원마을미디어연합 사례 – 채서연(수원마을미디어연합 공동대표)
8월 27일 ‘수원마을미디어연합 사례’는 공동대표인 채서연 선생님이 소개해 주셨어요. 다른 네트워크와 달리 수원마을미디어연합은 ‘연합’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 궁금했는데, ‘네트워크는 서로 연결된 관계망이고, 연합은 그 관계망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2018년 발족해 7년 차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수원마을미디어연합은 매년 다양한 미디어 활동을 통해 함께 하는 마을미디어 공동체와 활동가의 성장을 돕고 있었어요.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의 교류와 소통, 마을미디어 발전을 위한 정책연구 및 제안, 마을미디어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고 있었죠. 이런 연합이 필요한 이유를 채서연 선생님은 마을미디어의 특성으로 이야기해 주셨어요. 라디오나 신문, 영상을 제작하는 마을미디어 활동은 지속적인 역량강화가 필요한데 이런 교육을 제공해 주던 미디어센터를 기반으로 네트워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초기단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동의 지속적 협력이 가능한 조직이 필요해 만들게 되었다고요.
수원마을미디어연합은 그래서 각 매체별 1인이 공동대표와 정책/홍보/교육 분야의 각 1인의 위원을 두어 함께 회의하고 운영해 나가는 구조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회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거나 제안하고, 매년 네트워크파티를 개최하며, 개별 마을미디어는 어렵지만 함께하는 방식으로 미디어 관련 축제를 공동기획해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회원들의 권익보호와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제안도 하고 있었어요.
8강. 수원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사례 – 이경남(수원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운영위원)
마지막으로 9월 3일 ‘수원 마을만들기 네트워크 사례’는 이경남 운영위원님이 소개해 주셨어요. 2024년 5월 수원 마을만들기 조례 폐지안 상정을 계기로 수원에서 마을공동체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던 활동가와 공동체가 모여 ‘수원 마을만들기 조례 폐지 반대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 네트워크의 태동이었어요. 수원의 마을활동가들은 마을만들기 조례 폐지를 막기 위해 수원시 안팎으로 소식을 알리고, 연대와 반대서명을 받았어요. 그리고 의회와 시장실을 찾아가 설득했죠. 또 피켓을 들고 시청 앞 1인 시위도 하고 기자회견도 진행했어요. 시의회가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도 마을활동가들의 생각을 전달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시민들과 연대해 직접 시민공청회를 열기도 했어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본회의까지 상정된 수원마을만들기 조례 폐지안은 결국 부결이 되었답니다. 조례를 지켜낸 것은 수원의 마을활동가들에게는 끝이 아닌 시작이었어요. 우리는 하나의 풀뿌리 같은 공동체들이지만,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게 되었죠. 대화모임과 준비모임을 거쳐 2025년 3월 50명의 마을활동가와 공동체가 모여 ‘수원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를 발족했어요.
수원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는 수평적 관계로 연대와 협력하기 위한 소통과 교류를 만들기 위해 자유로우면서도 주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마을을 순회하며 방문해 진행하는 대화모임이었어요. 구별로 마을을 찾아가 활동하고 있는 마을공동체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교류하는 모습이 서로에 대한 응원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다섯 번의 수원 마을학 사례교육을 들으면서 수원만의 독특한 네트워크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마을활동을 하고 싶을 때 언제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수원 마을학에 참여한 사람들의 마을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다음 수원 마을학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 본 콘텐츠는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 수원시미디어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